2050 시나리오 1,2안 달성하려면 15.3GW 깔아야
설비투자비 76조원, 20년 구입비는 437조원 육박
전문가 "화력발전과 함께 대표적 좌초자산 될 것"

▲SOFC(고체산화물) 방식 블룸에너지 연료전지가 설치된 수도권 한 발전소
▲SOFC(고체산화물) 방식 블룸에너지 연료전지가 설치된 수도권 한 발전소

[이투뉴스]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탄소중립에 편승해 설비투자와 보조금 지급에 수백조원이 소요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이 꿈틀대고 있다.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서 미래 전력수요의 10%안팎(시나리오 1,2안)을 책임질 주요전원으로 부상한 발전용 연료전지 얘기다. 미래가 불투명한 특정 대기업 독점산업이자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망 운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신에너지 발전원을 정부가 수소경제 테마기술로 포장해 사실상 특혜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본지가 전문가 도움을 받아 분석한 ‘2030 탄소중립 시나리오 전환부문 설비용량 및 발전량 추계’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원회 해당 시나리오 1, 2안에서 연료전지는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신전원에 이어 미래 전력믹스의 각각 9.7%, 10.1%를 차지하는 세 번째 주력전원이 된다. 연간 121.4TWh를 공급하며 원자력(7.2%)이나 LNG발전(7.6~8.0%)보다 더 많은 발전비중을 감당한다. 이는 작년 국내 전체 전력수요(509TWh)의 4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같은 발전량을 연료전지로 충당하려면 어마어마한 설비보급이 필요하다. 작년 7월 준공된 50MW급 대산연료전지발전소에 투입된 연료전지는 440kW 114기이며, 이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은 40만MWh였다. 24시간, 365일 같은 출력으로 연속 가동하는 연료전지 특성에 비춰 설비이용률(Capacity Factor)을 구하면 91.03%가 나온다.

즉 연료전지설비 1MW의 연간발전량은 7974MWh(1MW×24시간×365일×91.03%)란 계산이 가능하다. 이 값을 토대로 시나리오 1,2,3안을 충족하기 위해 설치해야 할 연료전지 설비용량을 역산해보니 1,2안의 경우 필요 연료전지 설비량은 15.30GW, 3안은 2.14GW에 달했다. 올초 산업통상자원부는 2040년까지 내수 8GW, 수출 7GW 등 15GW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보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번 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 1,2는 정부부처 주도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존 연료전지 내수목표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아무도 거론하지 않지만 시설투자비와 정부보조금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현재 MW당 연료전지 시설투자비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 기준 50억원 안팎(SOFC는 65억원 내외)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1,2안을 충족하려면 연료전지 설치에 76조1250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여기에 연료전지는 기존 RPS와 신설되는 수소발전의무화(HPS) 제도로 20년간 장기정책 보조를 받는다. 

연료전지가 생산한 전력구입가격(SMP+REC)을 MWh당 18만원으로 계산하면 매년 21조8520억원씩, 20년 운영기간 전체로는 437조원의 구입비가 발생하는데, 이는 한전과 RPS(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에 따라 구입의무량을 채워야 하는 설비용량 500MW이상 발전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번 시나리오가 향후 어떻게 방향을 잡아가느냐에 따라 수백조원 규모의 설비투자와 전기료 추가비용 발생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정부의 맹목적인 연료전지 편애에 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참여정부부터 파격적인 정책지원을 받아왔지만 지금까지 수출실적은 '0건'이다. 연료전지를 주요 탄소중립 수단으로 보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HPS로 RPS에서 연료전지를 따로 떼 전용입찰시장을 만든 것도 결국 REC급락으로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연료전지만 보전하는 꼴이 됐다. 

파격적인 정책지원에도 불구하고 기술진보나 경제성 개선은 미미하다. 최근 10여년간 태양광과 풍력 설비단가는 10분 1, 절반 이하로 각각 떨어졌으나 연료전지 발전단가는 큰 변화가 없다. 현재 국내시장에 발전용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기업은 두산퓨얼셀과 SK건설(블룸에너지) 2개사 뿐이며, 앞서 진출한 포스코는 손을 뗀 상태다.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미국 원천기술에 의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화력발전소 유휴부지에 설치된 발전용 연료전지
▲한 화력발전소 유휴부지에 설치된 발전용 연료전지

에너지기업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위 시나리오는 두산과 블룸에너지 양사에 76조원 규모의 독과점 시장을 만들어 준다는 얘기나 같다”면서 “참여정부 때도 수소경제 운운하며 매년 수백억원을 투입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보조금에 의존해야 한다면 앞으로도 성장이 가능한기술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자생할 수 없는 대기업 및 해외기업 특정산업에 젖을 물리는 건 특혜로서 향후 누군가 반드시 그 책임을 질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정용을 10만대 넘게 보급한 일본조차 수년전부터 보급을 중단하고 도시바 같은 현지기업도 사업을 포기했다”며 “말로는 산업을 육성한다지만 해외시장도 없고 미래 경쟁력도 없는 허깨비"라고 직격했다.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계통 측면에서도 연료전지는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전지는 가스터빈보다 효율이 낮고 GW당 LNG발전의 2배 수준인 443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시민단체인 기후솔루션의 김주진 대표는 "선진국에서는 탄소중립 방안으로 활용하지도 않고, 수십조원 내지 수백조원의 가격보조가 필요한 연료전지 발전에 정부가 의존하겠다는 건, 소수 연료전지 회사를 위해 정부가 존재하는지 의심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A교수는 "재생에너지가 주력전원이 되어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연료전지가 발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한편에선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들고 다른편에선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에너지효율상 연료전지를 세우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계통전문가인 A교수는 "수소경제의 핵심은 산업용 수소와 수소차, 계통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소터빈이지 연료전지가 아니다"면서 "비싼 수소를 연료로 쓰는 연료전지는 연료비가 '0원'인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절대 우위가 될 수 없다. 대량 보급할 경우 향후 화력발전과 함께 대표적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전용 연료전지를 운영하고 있는 발전자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연료전지가 마치 부하추종이 가능한 전원처럼 홍보되고 있으나, 시동을 거는데만 3~4시간이 필요하고 출력증감 속도도 매우 느린데다 그렇게 운영할 경우 스택과 같은 핵심부품 수명이 급격히 떨어져 실제 상업운전 설비로 부하추종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특히 연료전지는 터빈처럼 계통에 관성을 제공하지 못해 보급이 과다할 경우 오히려 전력망 운영을 어렵게 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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