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수 한국교통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가스·전기가 열원…가스 누설로 인한 폭발 및 전기 화재에 취약
설계·제작·인증·관리 각 단계에 필요한 규정·시험기준 검토 필요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김의수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지난 5일 서울역 주차장에서 스팀세차기가 폭발하여 건물 외벽 유리창이 파손되고 시민 1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11일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LPG용기를 실은 출장 세차 차량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차량 622대가 전소 또는 반소되고 1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임에도 다행히 큰 인명피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스팀세차기 관련 폭발사고는 그렇게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다. 2008년 청원 및 부천, 2011년 밀양, 2012년 제주, 2014년 시흥, 2015년 전주 등에서 이미 스팀세차기 폭발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시설이 아니라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실태조사를 해보면 그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팀세차기는 물을 끊여 고온고압의 스팀을 만들어 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보일러와 작동 원리가 유사하지만 고온고압의 증기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규모면에서 유사한 가정용 보일러와는 다르다. 또한 방식적인 측면에서 고온고압을 다루는 사업용 보일러와 오히려 유사하나 스팀으로 인한 파열 및 폭발 등의 위험성으로 인해 정부에서 제작 및 관리 측면에서 위험기계로 분류하여 규제를 하지만 스팀세차기의 경우는 현재 이를 관리하기 위한 주체가 없다는 점에 차이를 나타낸다.

▲2008년 부천에서 발생한 스팀세차기 폭발사고 현장.
▲2008년 부천에서 발생한 스팀세차기 폭발사고 현장.

스팀세차기는 고온고압의 스팀을 만들어내고 저장하고 있는 압력용기가 비정상적으로 제조되거나 설계 및 용접 불량 등으로 파열될 경우 직접적인 폭압으로 인해 매우 큰 폭발 위력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2차적으로 발생되는 장치 비산, 건물 파편 등에 의해 큰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스팀세차기를 관리해야 할 주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스팀세차기는 설계·제작·인증·관리 단계에서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압력용기는 폭발로 인한 큰 위험성 때문에 제품군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고압가스안전법에서 설계·제작·인증·관리 단계로 나눠 안전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스팀세차기는 법이 정한 압력용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압력용기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어느 곳에서도 안전관리에 관심을 갖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스팀세차기는 보일러와 마찬가지로 가스와 전기를 열원으로 사용하기에 압력용기 폭발 외에도 충남 천안 폭발사고에서 보듯 가스 누설로 인한 폭발 및 전기 화재에도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가스 및 전기용품안전법에도 포함시켜 설계·제작·인증·관리 각 단계에 필요한 규정 및 시험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셀프세차장, 개인세차업체, 출장세차업체가 운영되고 있고, 그 대부분의 세차장에서 스팀세차기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일반시민이 많이 이용하는 마트의 경우 한 개 이상의 세차업체가 스팀세차기를 이용하여 세차 영업을 하고 있다. 대형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위험성이 매우 크다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유관기관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안전 사각지대’가 아닌 ‘안전지대’ 구축을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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