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 계약가격 kWh당 137원으로 하향
업계 “사업추진 불가능…원별 정산가 분리”

[이투뉴스] 발전공기업 REC계약단가 수준을 정하는 전력거래소 신재생에너지 사업성검토 실무위원회가 풍력발전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기존 대비 7% 낮추면서 풍력업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정부가 최근 육상풍력 REC가중치를 1.0에서 1.2로 높였으나 실무위가 직후 그만큼 계약가를 떨어뜨리면서 사실상 '조삼모사' 정책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사업성검토 실무위는 최근 비용평가심의회를 열어 풍력 LCOE 계약가격을 kWh당 137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위원회가 제시한 계약금액 기준인 147.1원보다 7% 낮은 수준이다.

풍력사업은 다른 재생에너지사업 대비 LCOE가 높고 사업에 장기간이 소요돼 REC가격 변동에 크게 민감하다. 그래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 운영기간 매출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통상 RPS 공급의무를 갖는 발전공기업과 REC계약을 맺고 지분출자를 받는다. 이 과정에 투자심의가 필요하며, 두 차례의 비용평가와 정부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지난달 산업부는 REC가격 급락으로 풍력발전의 사업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육상풍력 기준 가중치를 1.2로 높였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성검토 실무위원회는 kWh당 계약금액을 137원으로 떨어뜨려 민간의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여건을 조성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중장기 REC 가격전망 분석 용역 보고서 따르면 육상풍력 LCOE 기준은 kWh당 작년 169.9원, 2027년 146.7원, 2040년 137.3원으로 하락한다. 전력거래소가 비용평가를 통해 심의한 계약가격이 에경연 전망보다 더 빨리 떨어진 셈이다.

풍력업계는 비용평가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업성검토 실무위원회는 계약단가 평가 시 에너지원별 LCOE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민간사업자에게 발전공기업 기준의 계약단가 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LCOE 분석은 지역 및 사업특성별 발전단지 개발에 따른 비용구조 차이를 충실히 반영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고충이다.

특히 최근 시공비와 계통연계비 등이 지속 상승하고 있어 실무위가 책정한 가격은 수익은 커녕 사업의 존속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공기업이 지분출자를 할 경우 재생에너지발전사업 대상 비용평가를 중복 시행하면서 투자심의에 장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업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출자협의는 리스크 관리위원회부터 비용평가, 산업부 및 기획재정부의 협의와 투자심의까지 최소 8개월이 걸린다.

이 과정에 전력거래소와 에너지공단 모두 비용평가를 하지만 평가절차 및 계약가격 책정 기준, 세부 평가결과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발전공기업만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사업 개발을 한 민간사업자는 제출된 계약단가 사유를 설명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사업 개발기간은 장기간 소요되는데, 매년 REC계약단가가 오르락 내리락 변동하는 것도 사업자들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풍력사업은 주민수용성 확보 및 인허가 준비까지 최소 5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매년 계약단가가 변동돼 사업자가 대응할 수 없으며, 사업 예측성이 떨어지다보니 투자수요도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비용평가를 인허가 이후 하다보니 계약단가가 떨어지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해 사업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발전공기업 의무이행비용 보전이 비용평가 이후 책정된 계약금액이 아닌 해당연도 계약이 체결된 전체 에너지원 고정가격계약 평균가격(최초고정가격)으로 이뤄지면서 최소 20년간의 사업기간동안 계약액과 정산액의 차액이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이럴 경우 발전공기업들이 차액손실을 우려해 계약을 하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게약을 요구하면서 민간사업자들이 속앓이를 하는 사례도 빈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풍력업계는 이같은 관행과 사업환경에 공분하고 있다.

한 사업자는 "REC가중치를 상향한 직후 계약가격 기준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 수준으로는 업계가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면서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가 풍력산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계약가격을 책정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풍력발전 특성상 장기간 준비과정과 사업기간이 필요해 대규모 사업비가 들어가는데, 이런 현실을 무시한 심의로 업계를 고사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계약가격 책정 과정에 사업성에 큰 영향을 주고 투자비를 증가시키는 요인과 부정적 가격 상승 원인에 대해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업계는 같은 기능을 하는 위원회를 통폐합하고 민간사업자에게 위원회 참여기회를 부여하는 한편 장기간 준비단계가 필요한 풍력발전의 특성을 고려해 계약단가 유지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가와 정산가 편차는 정부출자협의 가격으로 REC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비용평가위원회가 사업별 비용구조 차이 및 원인을 분석해 투명하게 검토하고, 현실적인 계약금액을 책정해 예측성을 확보하면 업계도 수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사업자는 "이 과정에 업계도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비용평가를 신청하는 자정작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정가격제도(CfD)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CfD는 일정 수준 이상 가격을 보장해 가격 변동 리스크를 축소하고 사업 불확실성을 개선해 재생에너지발전설비 투자를 촉진하는 제도다. 시장판매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 발전사업자가 차액을 지원받고, 반대로 높은 경우 차액을 반납해 전력소비자에 대한 부담을 제한한다.

이를 위해 원별 LOCE에 대한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기준가격을 책정하고 발전사업자와 한전간 계약시점 SMP 변동에 따른 사후 정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원별 REC 정산가격도 분리할 때가 됐다는 견해다. 현재는 RPS 의무이행 비용보전 정산 기준인 REC 계약년도 최초고정가격으로 정산하는데, 기준이 되는 에너지원 대부분은 태양광이다.

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에너지원별로 분리해 REC비용을 정산하면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으며, 발전단지 수가 적거나 LCOE가 높은 사업이 포함되는 경우 정산가가 올라간다”며 “원별분리를 당장 시행하는 경우 샘플 사이트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정부출자가격으로 REC정산을 우선 선정하고, 데이터가 쌓이면 3~5년 평균가격 기준 정산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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