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 인가 규정 신설
공공성 강조되는 사업 특성 감안한 양도·양수 부작용 최소화

▲광주지역 시민단체 공동협의체가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앞에서 맥쿼리의 해양에너지 인수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공동협의체가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앞에서 맥쿼리의 해양에너지 인수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사모펀드나 투기자본의 도시가스사업 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 최근 맥쿼리자산운용이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거센 여론이 빚어낸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난 6월 국내 사모펀드(PEF) 글랜우드PE가 보유한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지분 100%를 7980억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주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공공재인 도시가스가 투기자본 이윤을 위한 매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지역사회와 소통 및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지 않은 공공재 거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시민단체는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국회와의 연대를 통해 필수적 공공재가 공공에 의해 통제되고, 시민의 이익에 부합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투쟁의 기치를 내걸었다.

여기에 인수설이 나올 때부터 성명서를 내며 사모펀드 간 매각 협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던 광주시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시가스사업자 양도·양수 시 시·도지사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모펀드가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재인 도시가스사업에 유입돼 과도한 구조조정과 자금 회수에 따른 성장성과 경영안정성 저해를 예방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도시가스사업자 인가제도는 1971년부터 1999년까지 시행되어오다 폐지됐다. 맥쿼리의 해양에너지 인수가 필수적 공공재의 공공적 통제 방안을 정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광주를 지역구로 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도시가스 공급과 안정성 등 공공성에 대해 주무관청이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기에는 송갑석, 윤영덕, 이병훈, 이용빈, 이형석, 조오섭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광주지역 국회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 뜻을 같이 했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6월 2일 광주시청 앞에서 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7월 6일 서울 종로구 맥쿼리 사무실 건물 앞에서 벌인 집단시위에 참여해 "공공재인 도시가스의 안정적 공급과 안전성 확보로 시민 기본권을 지켜야 한다"며 "공공재가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 발의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안사유를 통해 최근 도시가스사업 매각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성이 강조되는 사업 특성상 매각에 대한 부작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우려가 크다며, 특히 투기자본은 사업 양수 이후 관련 투자보다 배당금과 매각차익 등 자본금 회수만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아 도시가스의 안정적인 공급과 안정성 확보마저 저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사업을 양수하려는 자는 해당 사업의 허가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인가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맥쿼리의 해양에너지 새주인 안착 파장 주목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4조의2(사업의 양수 및 법인의 분할·합병 등)를 신설해 ▶도시가스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하려는 자 ▶도시가스사업자인 법인을 분할하거나 합병하려는 자 ▶도시가스사업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하려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인가를 받도록 명시했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인가를 하려는 경우 ▶제3조에 따른 허가기준에 적합할 것 ▶양수 또는 분할·합병 등으로 인하여 도시가스 공급에 지장을 주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없는 지 등을 심사하도록 했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이를 인가하는 경우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고하도록 규정했다.

개정법률안은 또 제7조(사업의 승계)와 관련해 ▶법인이 아닌 도시가스사업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 ▶제4조의2제1항에 따른 인가를 받아 도시가스사업자의 사업을 양수한 자 ▶법인인 도시가스사업자가 제4조의2제1항에 따른 인가를 받아 합병한 경우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 ▶법인인 도시가스사업자가 제4조의2제1항에 따른 인가를 받아 법인을 분할한 경우 그 분할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에 해당하는 자가 도시가스사업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제9조(허가의 취소) 제1항에 제4호의2를 신설해 제4조의2에 따른 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도시가스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하거나 법인의 분할이나 합병을 한 경우 허가를 취소토록 명시했다.

투기자본의 공공재 진입에 대한 여론의 날카로운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 도시가스사업법 개정법률안이 맥쿼리의 해양에너지 새주인 안착과 향후 다른 도시가스사 매각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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