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부총리ㆍ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공동기고
산유국 스스로 석유수출국에 화석연료 의존도 하향 촉구

[이투뉴스] 대표적인 석유 카르텔인 OPEC 회원국인 이라크와 IEA 사무총장이 산유국들에게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OPEC 회원국들에게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알리 알라위 이라크 재무장관과 파티 바이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가디언>지에 공동기고를 통해 “태양광과 원자력 등 친환경 정책과 기술에 기반한 경제 회복을 추구해야 하며, 화석연료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세계는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법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를 더 적게 연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라위 장관과 바이롤 사무총장은 특히 “산유국들이 그들의 경제를 다각화하기 전에 석유 이익이 하락한다면 생계수단을 잃고 빈곤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라크에서 빈곤율은 2020년 두 배로 뛰어올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석유수요 하락으로 판매수입이 크게 하락한 결과다.

기고문이 발표된 2일 OPEC의 13개 회원국 장관들은 원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원유생산량 감축-확대 문제에 대한 회상회의가 열고 있었다.

앞서 OPEC은 코로나19로부터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유 생산량 확대에 동의했다. 그러나 일부 시장이 둔화하면서 생산량 확대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달 미국 경기회복을 돕고 석유가 안정을 위해 OPEC에게 석유 생산량 확대를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가디언>지는 이날 OPEC 회의에서 산유량 협상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도 논의된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산유국들에게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알라위 장관과 바이롤 사무총장은 현재 코로나 팬데믹에 의한 원유가 변동이 산유국들이 겪을 문제의 시작일 뿐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기후변화가 원유 의존도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이미 심각한 기온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IEA는 2050년까지 배출 넷 제로를 설정한 ‘글로벌 로드맵’에서 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9000만배럴 이상에서 2050년께 2500만배럴 이하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산유국들이 거둘 석유 이익은 7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세계에서 인구 증가율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에서의 경제적 어려움과 실업률 상승 가능성은 불안과 불안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유가 변동성을 대처할 방안"이라며 “이 지역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사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에너지 산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는 굴지의 산유국으로 OPEC의 창립 회원국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쿠웨이트, UAE,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산유국 등이 OPEC에 가입돼 있다. OPEC+는 러시아와 소규모 산유국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후변화 조치에 반대해왔으며 일부는 기후변화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는 세계 기후변화 조치를 위한 UN 협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IEA는 지난 5월 세계가 산업화 이전 보다 1.5도 내의 기온상승을 막기 위해 OPEC 회원국 가운데 파리기후협상에 서명한 나라들에게 올해부터 모든 원유탐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지즈 빈 살만 장관은 이 제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앞서 사우디 장관들은 향후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장담했으나 심각하게 석유수출을 중단한다는 정책을 제안한 바 없다.

일부 산유국들은 온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OPEC을 탈퇴한 오만이 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UAE 또한 수소 생산을 진행하고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개소했다. 이집트와 모로코, 요르단도 상당한 규모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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