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硏, 8일 '남북 자원협력 활로 모색 심포지엄'
"북한 철광석 캐나다 수준으로 고순도 자랑, 선점해야"

[이투뉴스]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급변 속에서 코로나 이후 흑연, 마그네슘, 철강 등 남북 자원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DMR)융합연구단은 8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 자원협력의 활로 모색’을 주제로 ‘2021 남북 자원협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질자원연구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가 공동주최하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통일부가 후원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불확실한 가운데 지난해에도 정부는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새로운 체제 변화를 시도하는 현 시점에서 지질자원연구원은 이번 행사가 새로운 남북자원 협력을 위한 활로 개척의 장이 되길 기대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고상모 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융합연구단 단장은 “북한 광물자원은 미지의 보고이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분석을 통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북한 광물자원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남북 광물자원 협력을 위한 전략 및 지혜를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북한 철광석, ‘싸다’ 강조 말고 제값 쳐줘야
이날 김병철 현대제철 팀장은 ‘철강 동향과 남북협력’을 주제로 “1001마리 소를 끌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께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기억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는 선대 회장님의 20주기가 된다”며 “저희 현대제철도 남북관계에 화해무드가 조성된다거나 환경이 변화할 경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10년간 국제 철광석 가격이 최저 34달러에서 최대 216달러까지, 석탄의 경우 73달러에서 312달러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커진 이유는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현대제철이 결정하던 원료 가격도 이제는 원료공급사에서 결정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북한에 철광석이 많이 매장돼있으며 제철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철광, 갈철광, 적철광 등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덕성광산 등 품질이 좋은 일부는 선광이 필요없을 정도로 고순도를 자랑한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아울러 현대제철에서 여러 루트를 거쳐 무산, 덕현광산의 철광석을 도입해 평가한 결과 캐나다 철광석에 못지않게 높은 품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소듐, 포타슘 등 불순물이 많아 이 점에 주안점을 두고 기술지원이나 설비협력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해외 제철소들도 북한 광산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꺼내들었다. 세계 1위 제철소인 아르셀로메탈이 북한 무산광산에 공장을 추진하다가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현재제철은 원료를 전량 해외수입하고 있다. 가깝게는 중국, 멀리서는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소량으로 사용되는 원료까지 합치면 저희가 원료를 수입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며 “운송기간은 15일에서 45일까지 어마어마하게 소요되고 운송비는 석탄, 철광석 가격의 50%씩 나오는 등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토로했다. 그는 “만약 북한에서 석탄, 철광석을 운송해온다면 늦어도 사흘 내에는 도달할 수 있고 그만큼 운송비가 절약될 것”이라며 “북한 원료를 도입할 때 강점으로 ‘싸다’는 점을 강조하는 건 좋지 않다. 북한 원료에 가치가 있다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로 평가해줘도 저희는 물류비만으로도 선점효과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광물자원 교육 전문성 주목 필요
이날 ‘남북 자원협력 활로 모색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의 침체된 남북관계에 새 정부 출범으로 활로 모색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담회에서 신홍준 광물자원공사 전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광물자원을 북한을 통해 공급 받고, 일자리를 창출해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신 전 본부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항상 북한 자원개발을 논의해왔다”며 “이는 북한 평화와 경제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자원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북한의 전체 수출액 중 광물자원이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광업이 경제의 12.6%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세계 1위 광물자원 수입 국가인 중국과 더불어 한국, 일본이 북한 광물자원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북한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무산 철광산, 해산 동광산, 건덕 아연 광산, 대웅 마그네사이트 광산 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북한에서 채굴되는 금속, 비금속 자원들을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북한 광물자원 개발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한은 북한에 비해 투자 및 조사 경험이 풍부하고 세계적인 비금속 부가가치 기술과 광업전문기관, ICT 광산 현대화·대형화·자동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 광물자원에 대한 잠재가치를 최고 1경원까지 두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인명사고나 광해 문제 등을 무시한 것이므로 매장량의 불확실성, 품위, 광산 심도, 인프라, 광해문제 등 투자비 증가 요인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전 본부장은 “북한에는 매장량을 담당하는 자원개발성, 철을 담당하는 금속 공업성, 석탄을 담당하는 석탄공업성, 이외 모든 광물을 담당하는 채취공업성 등 정부기구가 있고 관련 업종 종사자만 1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은 자원개발성을 중심으로 탐사조직이 매우 세분화됐으며 각 대형광산마다 4년제 야간대학이 설립돼 공업대학, 석탄대학 등 광물자원에 대한 교육이 활성화됐다는 장점이 있다”고 북한의 전문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남북 자원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타국보다는 한국이 주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단천 자원특구단지 조성, 인프라 지원형 자원벨트 협력사업, 미래대비 전략탐사 협력사업, 한중 공동 자원협력 사업 등 4가지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 온 北 석탄산업, 협력 구도 설계하자
김경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석탄 분야 남북 자원협력에 대해 다뤘다.

김 박사는 “현재 북한의 석탄산업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고 운을 떼었다. 북한 석탄산업의 경기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1985~1990년으로 한해 4000만톤의 가까운 석탄을 쏟아냈지만 1990년대 들어 빠르게 퇴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석탄산업 쇠퇴가 가져온 것이 ‘고난의 행군’을 불러왔고 모든 연관산업이 동반부실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또 석탄산업 쇠퇴가 전력부족을 가져오면서 채광기계를 운용하지 못하고 침출수를 빼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1995년, 1996년 두 차례의 홍수가 탄광지대를 덮친 탓에 2010년에 들어서야 복구에 들어가 2016년부터 무연탄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7년 UN대북제재에 의해 타격을 입으면서 수출용 석탄광산들은 전부 폐광된 실정이다.

김 박사는 “북한은 체제특성상 석탄을 캐도 재투자비용을 벌지 못해 재생산 투자가 불가능한 구조에 빠져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 자원개발 추진방향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석탄산업에 대한 협력사업 구도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상황을 풀이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남북 합작을 통한 북한 연탄공장 설립, 북한 무연탄 수입, 북한 광산 현대화, 북한 갈탄개발 협력사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지원 다음으로 강조할 것은 가급적 최대한 북한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가급적 친환경적인 선진 기법을 동원해 프로젝트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지자연 신기술이 북한 자원탐사에 도움 돼
고상보 지질자원연구원 단장은 남북 광물자원 기술협력을 놓고 세계의 광업 환경 변화, 북한의 광업 실태 등을 정리했다.

고 단장은 “인류가 장기간 채굴해왔기 때문에 광물자원은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채굴 심도도 깊어지고 있다”며 “또 광석 품위도 점점 저하돼 지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만 남았으며 환경적인 제약이 늘어 환경친화적인 자원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현재의 광업계를 짚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시간과 돈을 적게 들이고 종래의 기술보다 많은 양을 생산하도록 광물 생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광업의 원격화·기계화·자동화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 광업 환경은 급변하는데도 북한은 광물자원 탐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자료나 탐사장비 등이 부족해 제대로 된 물리탐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석탄 시추 장비는 2013년 기준 12대 밖에 없고 이 중 가동할 수 있는 것은 7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단장은 “DMR연구단은 현재 북한과의 광물자원 협력을 위해 6년째 새로운 탐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저희가 개발한 항공 전자탐사시스템을 북한에 적용하면 짧은 기간 내에 북한 금속 광산들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광산의 심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소형 세정식 집진장치를 개발하는 등 RMD연구단이 북한의 광물자원 산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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