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연료에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펼치면서 최근 석유기업 마라톤페트롤리엄과 엑손모빌이 식용유 확보 전쟁에 들어갔다. 바이오디젤의 주원료가 식물·동물성 지방에서 추출한 식용유이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 대두유 가치가 파운드당 65센트로 지난 2년 평균의 2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USDA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대두유의 양은 올해 115억파운드로 2019년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외신들은 '디젤 vs 도넛'이라는 원색적인 별명까지 붙여가며 식용유 가격 인상으로 제과제빵업계에 닥친 어려움에 대해 떠들고 있다.

이번 일은 ‘2007년 옥수수에탄올 사태’를 떠오르게 한다. 당시 미국 의회가 가솔린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하도록 하면서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했던 일을 말한다. 정책 시행에 앞서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장 탓에 주요 곡물가격은 1년새 47%나 인상된 바 있다.

다만 식용유 확보 전쟁에도 바이오연료업계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다. 바이오디젤 증산이 원료곡물 가격 인상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연료전환에 따른 성장통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바이오디젤 증산은 이상기후, 유가상승, 환율, 중국의 대량구매, 수출제한 등 다양한 곡물 가격인상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고 옥수수에탄올 사태도 수확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빠르게 안정됐다는 지적이다. 또 바이오연료 이용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기 때문에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낮추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바이오디젤 업계는 생산에 대두유가 아닌 폐식용유를 사용하거나 인도네시아 현지 농장과 직접 계약을 맺고 팜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 바이오에탄올 국내 도입 논의도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니 미래에 찾아올 수 있는 수요 급등에 대비할 시간도 충분히 남았다.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보급 정책으로 인해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이 위협 받는다는 주장이 곧잘 나온다. 하지만 찻잔 속에 태풍에 그칠 뿐 잘 넘어가는 것을 보면 과장된 측면도 많다. 기후위기 역시 식량위협에 견줄만큼 우리 앞에 닥친 비상상황이다. 두 개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우리의 지혜가 절실하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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