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반복되는 만시지탄
[칼럼]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반복되는 만시지탄
  • 김선교
  • 승인 2021.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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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만시지탄, 낭만과 현실

2021년 8월 3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중요 골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26.3%(2017년 배출량 대비)에서 35%(2018년 배출량 대비) 이상으로 상향한 데 있다. 우리의 NDC 목표는 미국 50~52%, EU 55%, 일본 46% 대비 높지 않다. 

그러나 산업계의 공통된 반응은 말 그대로 패닉(panic)이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20~30년 전부터 탄소배출 감축에 나섰지만 우리는 계속 증가해왔고 감축에 대한 논의와 정책만 수립했지 실제적인 실천적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선언되었던 ‘녹색 성장’에서 ‘성장’에 방점이 놓여 있었지 ‘녹색’을 위한 전환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만시지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떤 한 전문가는 관련 토론회에서 “낭만과 현실은 다르다”는 말로 그 목표의 현실성 부족을 일갈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현재보다 2030년까지 18% 이상 더 배출할 예정인데, 우리의 경쟁력 유지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대전환 : 모든 것을 바꿔라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인류의 유의미한 진보는 기후변화 대응 목표가 도전적이고 구체화한 데 있다. 1.5℃ 상승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제시된 2050년 탄소중립의 길에 올라타겠다고 선언한 국가의 경제,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70%를 웃돈다(중국은 2060년 선언). 문제는 거의 모두가 매우 도전적인 목표를 선언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그 첫 번째 관문이 바로 2030년 NDC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배출량의 45%로 감축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원이 무탄소 전원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거의 90%가 되어야 하며, 그 중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70%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135GW의 태양광이 추가됐는데, 향후 10년 동안 매년 633GW의 태양광이 설치될 필요가 있다. 풍력의 경우 현재 114GW에서 매년 390GW가 설치돼야 한다.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성장 없이는 탄소중립의 목표에 이를 수 없다. 모든 것을 바꾸는 대전환 없이는 탄소중립에 이를 수 없음을 시사한다. 

◆눈 떠보니 선진국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섰다.”

1996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을 때 해외 유력 언론의 평가다. 우리는 계속 발전했다. 2009년, OECD 회원국 중 개도국에 원조를 해주는 국가들의 모임인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2016년에는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개도국 지위를 놓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업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개도국 지위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우리가 개도국의 특혜를 받는 것을 부당하다고 바라봤다는 데 있다. 결국, 우리는 2019년 10월 25일 개도국을 완전히 졸업하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 상황 속에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0%로 15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2.3%), 노르웨이(-0.8%)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미국(-3.5%), 일본(-4.8%), 독일(-5.0%) 등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앞선 상황이다. GDP 역시, 2020년 9위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선진국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일, 미국 하원 군사위에서는 우리나라를 미국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를 뜻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포함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도 했다. 경제적 입지뿐만 아니라 외교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일단 증가시키고 차후에 조정하겠다는 중국의 길을 선택하는 게 타당할까? 물론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관련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하는 일 역시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으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방안은 제시되지 않을까? 큰 우려를 표명하는 전문가들의 관련 연구 결과를 아무리 찾으려 노력해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거의 모두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에 나서지 않거나 탄소중립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산업의 현실을 담는 목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전설의 1군

“1군이었으면 이겼을 텐데…”

일본 네티즌들은 자국의 국가대표가 축구 경기에서 질 때 쓰는 표현이다. 부상, 컨디션 난조, 여러 사정 등으로 선발진 구성이 아쉬움을 나타낸다. 그런데 100% 완벽한 1군은 우리팀도 상대팀도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이를 ‘전설의 1군’이라고 표현한다. 

2030년 우리의 NDC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8년을 기준으로 매년 3.1% 정도를 줄여나가야 하는데, 이를 선형적으로 나타낸 값이다. 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일각의 비판은 EU는 감축 시점인 1990년부터 연평균 1.7%, 미국은 2005년부터 연평균 2.2%가량을 감축해야 하는데 우리의 속도가 이보다 빠른 3.1%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현재 산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고 재생에너지, ESS, 수소, CCUS 및 산업 공정 관련 여러 기술들이 현재 수준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우니 최대한 그 시점을 늦추자는 이야기다. 

문제는 2030년 목표 하향이 능사가 아니라는 데 있다. 2030년 이후에는 모두가 바라는 대로 전설의 1군을 모을 수 있을까? 오히려 선진국이야말로 우리보다 탄탄한 1군을 보유하고 있을 것 같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저탄소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관련 기술, 시장, 산업 경쟁력 모두가 우리보다 앞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숙제를 뒤로 미뤘는데, 갑자기 우사인 볼트처럼 빠르게 달려 나가서 선진국들을 추월하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는 예언 하나를 해볼까 한다. 2030년, 산업계와 여러 전문가가 모인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을 것이다. “한마디로 만시지탄이다. 2021년이 아쉽다. NDC는 도전적으로 제시돼야 했고, 산업계도 전환을 서둘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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