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블레이드 소재·제작 공법 국산화로 더 세진 휴먼컴퍼지트
국내 풍황 맞춘 대형 블레이드 개발 착수…2023년 사업화 목표

▲휴먼컴퍼지트 군산공장 전경. 3MW 블레이드 제작을 마치고 출고를 위해 진열돼 있다.
▲휴먼컴퍼지트 군산공장 전경. 3MW 블레이드 제작을 마치고 출고를 위해 진열돼 있다.

[이투뉴스] “전반적인 풍속은 느리지만 여름철에는 태풍이라는 초강력 바람이 부는 국내 풍력환경 특성상 여기에 맞는 특수한 블레이드 기술이 필요하다. 휴먼컴퍼지트는 한국시장에 알맞게 날개는 길면서 무게는 가볍고, 동시에 태풍에도 끄떡없는 한국형 클래스를 적용해 국내 풍황 맞춤 블레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양승운 휴먼컴퍼지트 대표는 풍력산업이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국내 풍황에 맞는 블레이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먼컴퍼지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를 제조하고 있는 군산 향토기업이다. 2012년부터 블레이드를 생산하며 햇수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두산중공업 같은 국내 풍력기업이 생산하는 터빈에 블레이드를 납품하고 있다.

풍력산업의 무게중심이 육상에서 해상으로 점차 옮겨지면서 휴먼컴퍼지트도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날개길이는 낮은 풍속에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길게 제작하고, 유리섬유와 탄소섬유를 이용해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국내 환경에 맞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7일 찾아간 군산 휴먼컴퍼지트 블레이드 생산공장은 개발완료를 앞둔 8MW급 블레이드 시제품 점검이 이어지고 있었다.

◆해상풍력에 맞춰 블레이드 생산 변화
블레이드는 풍력터빈 제조 비용 중 24%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풍력산업 중심축이 육상에서 해상으로 이동하면서 블레이드시스템도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휴먼컴퍼지트는 이런 경향에 맞춰 블레이드 길이를 넓히는 동시에 제품 무게를 줄이고, 하중을 저감하는 등 빠르게 최신 트렌드에 맞는 블레이드를 개발 및 제작하고 있다.

블레이드 제조공정은 유리섬유 및 탄소섬유 적층부터 하중을 버틸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쉬어웹(Shear Web) 설치, 조립을 위한 접착제 공급 등 크게 12단계를 거친다. 이를 위해 내부공장에는 고강도 유리섬유와 고탄성 탄소섬유를 적절히 섞기 위해 제조틀(Mold)이 있다.

적층 과정에서 블레이드의 뼈대 역할을 하는 스파캡(Spa Cap)을 설치한다. 스파캡은 탄소섬유를 사용해 바람의 힘을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탄소섬유를 사용한 제품은 기존 유리섬유 제품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점점 대형화되고 성능 경쟁시대로 바뀌고 있는 블레이드 시장에 안성맞춤이다.

또 제품 내구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블레이드를 부수지 않고 스파캡 및 쉬어웹 등 내부를 초음파로 검사하는 비파괴 검사(NDT)공정을 도입했다.

▲▲휴먼컴퍼지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8MW 블레이드 시제품이 시험을 앞두고 부안 재료연구소로 옮겨지고 있다. 8MW 블레이드는 국내 풍속에 맞게 길이는 100m이며 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탄소섬유를 사용한 펄트루전 공법을 적용했다.
▲휴먼컴퍼지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8MW 블레이드 시제품이 시험을 앞두고 부안 재료연구소로 옮겨지고 있다. 8MW 블레이드는 국내 풍속에 맞게 길이는 100m이며 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탄소섬유를 사용한 펄트루전 공법을 적용했다.

휴먼컴퍼지트는 2013년 2MW 블레이드 사업화를 시작으로 2016년 유리섬유보다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를 사용한 3MW 블레이드 상용화에 성공했다. 저풍속용으로 개발된 3MW 블레이드는 서남해 해상풍력단지에 사용하는 두산중공업 터빈에 공급했다. 길이 65m에 중량은 14톤으로 블레이드가 바람을 받을 때 구조적으로 비틀어지는 TBC(Torsion Bending Coupling)를 적용했으며, 국내 최초로 탄소섬유로 블레이드를 제작해 경쟁력을 갖췄다. 일반적인 고풍속용 제품보다 날개길이가 길고 탄소섬유를 사용해 경량화했기 때문에 적은 바람으로도 높은 이용률을 보인다.

내년부터 사업화될 5.5MW의 블레이드는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들어가는 풍력터빈에 사용할 예정이다. 5.5MW 블레이드는 길이 68m, 28톤으로 유리섬유를 사용했으며, 한림해상풍력이 있는 제주도의 특성에 맞는 고풍속용으로 제작해 해외 블레이드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2023년 사업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8MW 블레이드는 고풍속과 저풍속에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클래스 제품이다. 유리섬유와 탄소섬유를 사용하고 있으며, 날개 길이는 100m에 무게는 45톤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블레이드를 확장시켰다. 스파캡 제조에는 해외 풍력기업에서 막 적용하기 시작한 펄트루젼(Pultrusion) 공법을 사용했다. 펄트루젼 공법은 인발성형을 통해 블레이드에 들어가는 탄소섬유 성능을 더욱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국내 풍황에 맞춘 8MW 블레이드는 향후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신안 및 목포 등 전남해상풍력단지에 공급될 계획이다.

양승운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평상시 바람이 약해 긴 날개를 이용해 전력생산량을 늘려야 되지만 동시에 여름철 태풍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다”며 “8MW급 블레이드는 해외에서도 이제 막 나오는 단계인 만큼 내년까지 8MW 블레이드 실증을 마치고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운 휴먼컴퍼지트 대표가 국내 블레이드 산업 현황과 제작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승운 휴먼컴퍼지트 대표가 국내 블레이드 산업 현황과 제작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내 블레이드 시장 활성화 급선무
휴먼컴퍼지트는 국내 풍력부품산업 서플라이 체인을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블레이드 제조공정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50명의 직원 가운데 엔지니어가 절반 이상 근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블레이드 전문기업으로 터빈 국산화에 기여하고 있다.

양 대표는 “국내 부품 기업들이 국산 제품을 만들고 풍력산업 밸류체인의 일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세계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라며 “다면 시장이 상대적으로 활성화 되지 못해 그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풍력산업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터빈 부품을 중국 및 유럽에서 수입해 국산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양승운 대표는 “두산중공업 같은 기업은 풍력터빈 국산화를 위해 국내 부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다른 기업들의 경우 중국이나 유럽 등 해외 제품을 사용하면서 국내 풍력발전 터빈은 외산 비율이 높다”며 “해외 부품이 싸고 성능이 좋다는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해상풍력은 한번 이용하면 20년 동안 가동하고 중국의 경우 무역분쟁이 일어나면 부품 수입에 지장이 생겨 유지보수에서 리스크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가 정책을 수립해 풍력 핵심부품을 육성하려고 노력해도 국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외산과 경쟁할 수 없고, 국내풍력사업이 공동화(空洞化) 돼 장차 도태될 수 있다는 게 양 대표의 설명이다.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선 입찰경쟁에서 국산부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산 부품을 사용할 경우 고용창출 및 산업기여도가 높다는 강점을 활용해 REC에 추가 연동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등 국산부품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양 대표는 “AS를 감안하면 국산 부품도 충분히 이점이 있지만 생산량이 떨어져 외국과 경쟁이 마치 성인과 어린아이의 싸움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정부 지원을 통해 부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처럼 국내기업이 실적을 확보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초기 5년 동안은 풍력시장에 진입하는 국내 업체가 생산량을 확보할 기회를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군산=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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