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량 비중 높지만 신기후체제서 퇴출 불가피
가격 조만간 정상화 전망 신규건설 취소도 여전

[이투뉴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협의체(IPCC)가 인류활동으로 발생한 기후변화 영향을 전망한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안토니오 구테레스 UN사무총장과 과학자들은 에너지믹스에서 석탄 퇴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즉각적인 탈석탄을 촉구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지 않는다면 10년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구테레스 UN사무총장은 "지구가 완전히 파괴되기 전에 석탄과 화석연료 종말을 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와 민간기업, 지자체들이 석탄 중독을 끊어내고, 특히 전력 부문에서 석탄을 퇴출하는 것이 기후협약에서 정한 1.5도씨 상승을 막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최근 석탄가격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이런 방향과 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탄가격은 지난 6월 기준 메트릭톤당 100달러, 7월 중순 130달러에 이어 최근 17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9월 대비 4배 가까이 올랐다.

석탄의 가격 상승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력수요 확대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아시아 신흥 경제국에서 석탄 수요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밖에 일본과 유럽, 미국, 우리나라에서도 석탄 수요가 늘었다. 전력수요가 올해 약 5%, 내년 추가로 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석탄발전 비율이 여전히 높아 석탄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석탄공급 차질로 인한 가격 상승도 발생했다. 중국이 단행한 호주산 수입 금지 조치로 석탄 수입이 막히고, 주요 석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 러시아로부터 석탄 수입도 중단되면서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주요 석탄생산국들이 석탄 생산량 삭감이나 수출량 축소 계획이 없어 장기적인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급 문제가 완화되면 가격도 점차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번 석탄가 폭등이 에너지 산업의 높은 석탄 의존도를 드러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세계 에너지소비는 2020년 기준 556엑서줄로 추산됐으며, 이 가운데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가 각 31%, 27%, 25%를 차지했다. 이들 에너지가 전체 소비량의 5분의 4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에너지전환'이란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탈석탄은 왜 어려운가 
석탄은 주로 전력생산과 철강 제조 연료로 사용된다. 발전을 위해 전체 석탄 생산량의 약 3분의 2가 소비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 퇴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나, 여전히 석탄 퇴출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0년부터 세계 전력 소비량이 25% 증가했으나 발전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한 비율은 23%로 유지됐다.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3배 상승했으며, 실제 발전량(TWh)은 4배 늘었다. 석탄의 점유율은 40%에서 35%로 줄었으나, 천연가스보다 많고 전체 석탄 발전량은 전반적으로 늘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최대 5GW까지 대규모로 지어져 경제적인 수익창출이 안정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대체적으로 석탄이 저렴했기 때문에 최대 소비국인 중국과 미국, 인도는 안정적인 수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석탄화력은 지속적으로 필요한 전력의 최소 수준을 공급하는데 적합하다. 연료가 전력으로 변환되는 비율이 통상적으로 약 70% 이상이었다. 그러나 석탄을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움직임에 의해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2019년 이용률이 최저 53%까지 줄었으나 올해는 상승세가 예상된다. 많은 나라들이 석탄화력발전으로 꾸준히 전력을 수급하고 있다.

아울러 공급 안정성과 가격 등을 고려할 때 석탄은 투자자들에게 꽤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는 곳에서 석탄발전량이 제한될 경우 이용율이 하락해 석탄발전소 경쟁력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천덕꾸러기된 석탄, 미래 불확실 

지난 20년간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인도 경제의 전력화는 대체로 석탄을 기반으로 했다. 두 나라 덕분에 2000년 이래 세계 석탄화력용량이 2000GW 이상으로 두 배 늘었다. 2020년 중국에서 석탄은 전체 전력의 63%, 인도에서는 72%을 생산했다. 같은 해 중국은 세계 석탄의 절반 가량인 약 40억톤을, 인도는 약 7억5000만톤을 생산했다. 두 나라는 세계 석탄 소비의 3분의 2를 차지했으며, 아울러 최대 석탄 수입국으로 기록했다.

그러나 석탄은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 다음으로 전력 발전량이 많은 미국에서 석탄은 천연가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미국에서 석탄 발전 점유율은 2010년 43%에 육박했으나 2020년 20%로 큰폭으로 줄었다. 같은기간 천연가스 점유율은 24%에서 40%로 확대됐다.

독일에서 석탄 발전량은 풍력과 비슷한 수준이며, 영국은 석탄을 예비전력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천연가스와 원자력,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확대하며 전력발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중국도 태양광과 풍력용량을 추가해 탄소저감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석탄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이 보통 40~50년 유지돼 장기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저감을 위해 석탄발전소 폐쇄가 마땅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커다란 경제적 손실이 된다. 

그러나 최근 석탄가의 폭발적 상승과 저렴해진 재생에너지 발전가가 에너지전환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석탄가격 하락 정상화 전망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석탄이 세계 주요 에너지원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까지도 석탄이 세계 전력발전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의 율리아 부치네바 디렉터는 “발전에서 석탄 점유율이 에너지전환 계획에 의해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신흥국에서 석탄은 덜 엄격한 환경 계획아래 다뤄지고 있다. 특히 인도와 파키스탄, 베트남 등 석탄이 전력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에서 점유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석탄 수요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EU는 석탄 퇴출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세계 석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연말께 석탄가가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호주산 석탄의 경우 81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탄가 상승의 원인으로 중국의 발전량 회복과 호주산 석탄 금지 뿐만 아니라 세계 가스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유럽은 현재 가스 비축량이 적고 액화천연가스 수출이 저조하며 석탄보다 더 가파르게 가스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석탄 이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색소 뱅크의 올레 한슨 원자재 연구원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폭염과 경제 활동 재개로 가스 비축량이 낮아졌으며,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석탄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석탄가 상승은 천연가스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 취소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신규 석탄발전소 계획 가운데 4분의 3 가량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44개국이 더 이상 석탄발전소를 지을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기후에너지 연구기관인 엠버의 데이브 존스는 "5년 전만 해도 많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될 계획이었지만, 공식적으로 취소됐거나 연기됐다"고 말했다. 유럽 기후변화 씽크탱크인 E3G의 크리스 리틀코트 디렉터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석탄의 경제성은 점점 더 경쟁력이 없어졌다"며 "석탄발전소는 좌초자산이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방글라데시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할 경우 세계 석탄발전소 갯수가 약 90%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의 크리스틴 쉬어러 디렉터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정상회담이 세계 각국에게 'NO 신규석탄발전소'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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