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 사무국장

법률적 토대는 마련, 안전·항만 등 관련규정 정비 뒤따라야
선투자자 부담 완화 조치·벙커링용 LNG 경쟁력 확보 절실

▲LNG운반선에 STS 방식의 벙커링이 이뤄지고 있다.
▲LNG운반선에 STS 방식의 벙커링이 이뤄지고 있다.
▲이병욱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 사무국장
▲이병욱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 사무국장

[이투뉴스] 하늘, 육지, 바다 등 전 세계가 친환경 시대를 맞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다를 접한 항구가 개방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공기 오염이 가장 높은 곳 중에 하나라는 것은 여러 자료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선박 연료로 주로 사용되었고, 사용되고 있는 벙커C유에 기인한다. 벙커C유는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저급한 연료의 하나로 평가된다. 연료를 주입하는 행위를 영어로 퓨얼링(Fuelling)이라고 하는데 선박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을 벙커링이라고 하는 것은 선박의 주요 연료가 벙커C유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친환경 선박 연료로서 LNG가 언급된 지 어느덧 10년 이상이 흘렀다. 우리나라에서는 LNG벙커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2012년 한국가스공사,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포스코 등 뜻 있는 5개사가 민간 자발적 단체로 LNG벙커링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후 2016년 7월 지금의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로 전환됐다.

협회가 설립된 시기를 전후하여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에서도 LNG벙커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발전 및 육성방안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의 주요 역할은 크게 인프라 구축, 지원제도 설립, 민간부문의 투자 장려, LNG벙커링 시장 조성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들 각 부문은 상호 독립적이면서 상호 연관적으로 엮여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즉 구슬이면서 목걸이가 되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LNG벙커링협회가 설립된 지 5년을 넘어 6년째를 지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LNG벙커링 상황을 보면 과거 수면 아래서 움직이던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형국이다. 관심을 갖는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가시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LNG벙커링 시장 형성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관련 법규다. 도시가스사업법이 개정되어 LNG벙커링 사업에 대한 법률적 토대는 마련되었으나 아직 LNG벙커링 작업과 관련된 가스안전법 및 항만에서의 각종 규정 등의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유조선, 광탄선, 컨테이너선, 관공선 등 국적 화물선의 LNG 추진선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 LNG벙커링 시장 형성에 가장 기본적인 수요를 제공해준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이 각각 2척씩의 180K BC 발주를 통해 시작은 되었으나, 파급력이 큰 국적 컨테이너선의 LNG 추진선 발주는 검토만 있을 뿐, 아직 발주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이다.

◆ 파급력 큰 국적 화물선의 LNG 추진선 전환 필요
또한 LNG벙커링 시장 형성을 위해서는 시장 형성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이 필요하다. 즉 LNG벙커링이 가능한 설비 구축이다. 저장설비, LNG 주입설비, 터미널 및 LNG벙커링 선박 등 LNG벙커링이 가능한 설비가 준비되어야 하는 이유다. 

현재 부산신항에 LNG벙커링이 가능한 종합설비 투자를 위해 예타가 진행 중이고, 그 결과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한국가스공사도 통영에 7.5K LNG벙커링 선박 선적 설비가 있고, 당진에도 설비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어서 기대할만 하다. 또 LNG벙커링 선박을 보유하고 있고, 독자적으로 7.5K LNG벙커링 선박을 발주해둔 상태이기도 하다.

LNG벙커링 수요측면에서 보자면, 수요 전망치 대비 LNG 연료선박 발주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전망치와 실제 진행되는 추이와는 항상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비즈니스 행위에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전망치의 수요 곡선 보다는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곡선 방향은 우상향이 될 수밖에 없으며, LNG 연료선의 발주 저조는 그 만큼 미래 발주 대상 선박이 누적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같은 점에서 국적선을 LNG 연료선으로 대체 발주하는 것은 참으로 필요한 조치일 것으로 보이며, 관련 화주 및 선주들의 전향적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최소한 50%는 대체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체 발주될 선박들이 LNG 연료선으로 발주될 경우 국내 LNG벙커링 시장 환경에 촉매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선주의 LNG 연료 컨테이너선이 발주될 경우 정부의 지원 조치 촉진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시장이 창출되고 형성되기 위해서는 연관된 여러 곳에서 각자 발전방향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가운데, 동시에 상호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시장 형성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구축되게 된다. 즉, ‘꿰어야 보배’인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 주도의 마중물은 이미 진행 중이다. 산업부에서 LNG 추진선 및 벙커링 설비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사업의 형태 확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7.5K LNG벙커링 선박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건조비용의 30%를 지원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며, LNG 추진선 및 LNG벙커링의 기술적 인프라를 위해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시험 인증센터 및 벙커링 클러스터 구축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LNG 추진 및 LNG벙커링 관련 기자재 업체들의 R&D 개발에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해수부의 경우 노후된 국적선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 발주하게 되면 신조 선가의 10%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 정책으로 인해 180K 광탄선 4척이 LNG 추진선으로 발주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대체 발주는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관공서가 보유하고 있는 노후 관공선을 LNG 추진선으로 대체 건조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확실히 2020년 이후 LNG벙커링 시장 형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사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다행스럽기 그지 없다.

◆ 뒤늦은 출발이지만 글로벌 시장 전망 밝아
그러나 우리나라의 LNG벙커링 준비 상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와 비교해 미진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민간 분야에서는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통영, 당진, 부산신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 투자를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분야에서 아무리 준비를 착실히 진행한다고 해도 사업을 가능케 하는 벙커링 관련 가스안전법 및 고위험물 처리 지침과 같은 법규와 규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벙커링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LNG벙커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각종 부대비용의 면제 또는 인하가 절실하다. LNG벙커링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교두보를 구축하려면 이미 투자에 나서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선투자자들에게 한시적이라도 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항만에서 발생하는 제반 부대비용과 LNG에 부과되는 안전관리부담금 등이다. 언급된 조치들은 이미 LNG벙커링에 적극적인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조치다.

또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선투자한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비용(LNG벙커링 터미널, LNG벙커링 선박 및 설비)은 아직 시장 형성이 미진한 관계로 일정 기간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한시적이라도 운용손실 보조금 등을 통해 선투자자들의 금융비 부담을 경감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 또한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원책 중 하나다.

이 같은 조치들이 순조롭게 시행된다면 우리나라의 LNG벙커링 산업은 순조롭게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LNG벙커링의 시장 경쟁력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LNG벙커링용 LNG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안정적 수급이 가장 우선시 되는 장기 도입 LNG로는 아무리 부대비용 등의 지원 조치가 이뤄진다 해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탄력적인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관계부처는 LNG벙커링 사업자가 경쟁력 있게 LNG벙커링용 LNG를 도입할 수 있도록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LNG벙커링 초기 단계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벙커링용 LNG 도입을 대규모로 진행하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의 도입 여부가 가능한지 의문이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해결방안도 있다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정설이다. 결국 진행되고 있는 조치들, 시행되어야 할 방안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경쟁력을 갖춘 벙커링용 LNG 도입이 이뤄진다면 비록 우리나라가 LNG벙커링 산업에 다소 늦게 시행한다 하더라도 그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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