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기차 충전소까지 품는 정유사
[기획] 전기차 충전소까지 품는 정유사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1.10.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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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년만에 341% 증가…경유화물차 에너지 전환 가속
나프타 수요 47%에서 60%까지 강화, 경유 수요 13% 감소

[이투뉴스] 5년 전만해도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협조요청에 다양한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던 정유사들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정유사 스스로 나서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전기차 확산이 석유제품 가격을 떨어뜨린다면 전기차 충전 시장을 새 캐시카우로 만드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는 가파른 모습을 보이며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지난해 8월 11만8034대로 집계됐던 전체 국내 전기차는 올 8월 19만1065대로 7만3031대(61.9%) 늘어났다. 특히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은 전기화물차였다. 전기화물차는 7586대에서 1년만에 3만3476대로 2만5890대(341.2%) 증가했다. 휘발유차는 1128만2383대에서 1166만6613대로 38만4230대(3.4%) 증가했다. 경유차는 997만770대에서 991만4443대로 5만6327대(0.6%) 감소했다. 경유화물차가 335만7419대에서 332만9318대로 2만8101대(0.8%)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유화물차 감소의 대부분을 전기화물차가 흡수했다고 볼 수 있다.

충전인프라 확대 방안도 차근차근 나오고 있다. 정부는 7월 ‘무공해차 충전인프라 확충방안’을 발표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를 보급하고 급속충전기 1만2000기, 완속충전기 50만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급속충전기 1만2000기라는 숫자는 전국 주유소 숫자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전국 주유소·LPG충전소 중 국도변 접근성이 우수한 1500곳에 급속충전기 복합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송용에너지 전환에 대한 목소리는 국외에서도 나온다. 우드맥킨지는 최근 “현재 13억대인 세계 자동차 수는 2050년 20억대에 이를 것이며 탈탄소 요구가 강해지면서 자동차업계는 수소·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생산목표를 크게 늘리고 있다”며 “전기차가 2020년대 후반부터 별도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보다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팩 가격이 2024년까지 킬로와트시당 100달러에 도달하고, 2040년에는 50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에 기초한다. 또 기술혁신으로 2050년 수소·전기차는 세계 신차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것이며 전체 차량 중 45%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곁들였다. 석유소비는 중국·인도의 내연기관차 증가에도 수소·전기차 보급, 내연기관 에너지효율 개선 등으로 현재 하루 9900만배럴보다 780만배럴 감소한 9120만배럴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보급의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자 변수는 중국, EU, 미국 등 주요국 정부 정책”이라며 “중국은 공공투자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대하고 있고 판매·구매 인센티브를 줘 2035년까지 신차 중 50%를 수소·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 증가는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실시해 온 강력한 연비규제를 바이든 정부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수송용에너지 전환을 앞두고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 등이 전기차에 충전을 하고 있다.
▲박진규 산업부 차관 등이 전기차에 충전을 하고 있다.

◆정유 4사, 전기충전기 설치 등 인프라 확대 박차
SK에너지는 6월 부동산 투자회사 SK리츠에 매각해 확보한 7638억원을 전기차·수소 충전소 확대에 활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브랜드 홍보를 위해 무료로 제공하는 전기차 충전서비스의 유료전환을 추진한다.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전국 190개소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충전정보 제공 플랫폼인 ‘이브이 인프라’를 운영하는 소프트베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국내 택배업계 CJ대한통운, 로지스퀘어와 함께 버스, 트럭 등 상용차의 전기차 전환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도심에 상품 보관부터 배송까지 수행할 수 있는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전기·수소차 충전 멤버십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SK에너지는 주유소에 전기차 배터리 교체 플랫폼을 마련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2019년부터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 70개 주유소·LPG충전소에 전기차 충전기 100개 설치를 끝냈다. 5월 ‘H강동수소충전소’를 구축해 수도권 최초로 휘발유, 경유 주유와 LPG, 전기, 수소 충전 등 모든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최근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브랜드를 론칭했다. 에너지플러스 주유소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로 불리게 되며 여기 구축한 ‘EV존’에서는 전기차 충전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포함한 급속충전기 4대를 운영할 예정이다. 350kW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초고속 충전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를 기준으로 80% 충전까지 15분이 소요된다. 고객이 전기차에 충전플러그만 연결하면 사용자 인증 및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오토차지(Auto Charge)’, 충전 중 배터리를 자동으로 진단해 상태정보를 알려주는 '배터리 진단(Battery Care)'으로 고객의 충전 편의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연말까지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서울과 부산에 각기 1개소 신규 구축하고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고객의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모바일 앱 ‘에너지플러스 EV’도 선보였다. 에너지플러스 EV는 GS칼텍스가 기존에 서비스하던 에너지플러스 앱의 전기차 고객 버전이다. 전기차 간편 충전, 충전기 검색 등을 제공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안전하고 깨끗한 매장환경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블루클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석유제품을 입·출고하는 물류센터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남는 전기를 판매해 추가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 현재 20개소인 전기차 충전기 설치주유소를 2023년까지 200개소로 확대한다. 현재 1개소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도 2030년까지 180개소로 불릴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전기차 인프라 확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기화물차 시장으로의 진출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기화물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통업체 물류센터에 전용 충전소를 설치하고 드라이브스루 매장, 대형편의점에도 진출해 전국적인 전기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OIL은 주주총회에서 정관에 ‘전기차 충전 관련 사업’을 추가하고 4월 파주 운정드림 직영주유소가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것으로 운정드림주유소는 휘발유, 경유, LPG, 전기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이 됐다. 운정드림 주유소는 4개의 주유소와 충전소를 합친 3000평 규모의 초대형 주유소다. 이곳에는 급속 충전이 가능한 듀얼모델(2대 차량 동시 충전) 충전기와 싱글모델을 각 1기씩 설치했다. 설치된 충전기는 100kw급 급속 충전기로 충전용량 64kwh 전기차를 30분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S-OIL은 향후 주요 거점 소재 계열주유소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더해 한국석유공사도 지원하는 민간주유소 브랜드인 자영알뜰주유소의 에너지 복합스테이션화(化)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석유공사는 청주관문주유소에 전기차용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고 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주유소 사업자의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방문 상담을 실시하고 경제성 검토, 충전소 시설 정보를 제공하는 등 토탈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석유제품 공급가격 할인, 주유소 평가 가점 등 우대사항도 마련했다.

▲S-OIL은 파주 운정드림주유소를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S-OIL은 파주 운정드림주유소를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전환 주도하는 정유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석유수요가 지난해 9억4720만배럴에서 2025년 9억5690만배럴로 증가하지만 이후 2040년까지 매년 0.4%씩 감소해 8억6900만배럴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2019년 기준 전체 석유수요에서 나프타의 비중은 47%로 절반을 차지하지만 2040년에는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감소하고 나프타 수요는 점점 증가해 편중도가 59.8%까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유는 2019년 전체 정유산업 이익 1조500억원 중 50.9%를 차지할 정도로 정제마진과 판매량이 높지만 2040년 37.7%까지 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이익 중 13.9%를 차지하는 휘발유는 37.7% 감소, 부탄은 36.7% 축소될 전망이다.

이처럼 석유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유사의 전기차 인프라 확장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석유화학 사업, 전기차배터리, 수소차 충전 네트워크 등 다른 사업분야도 충분히 검토하는 모습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석유산업을 영위하면서 축적한 전문지식을 통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확장, 수소 공급시설 구축 등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며 “정유사가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반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단과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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