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제한송전, 영국은 가스부족 대란
EU, 英 에너지믹스 재정비 필요성 제기

[이투뉴스] 영국과 중국발 에너지수급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등 대비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에너지가격 상승과 불안정한 수급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석탄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한송전을 감행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잇따른 정전과 공장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영국은 심각한 천연가스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브렉시트 여파로 석유대기업 BP가 연료 수송에 애를 먹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적인 연료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며 상황이 악화일로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中 제한송전조치로 공장 폐쇄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겨울철 전력 공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8월 중순부터 제한송전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역 당국과 철도 회사들에게 발전소까지 연결된 주요 석탄 공급 라인을 빠르게 가동하도록 지시했다.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정전으로 주요 산업 지역에서 생산 라인이 마비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 20여개 지역이 심각한 수준의 에너지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공장들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거나 단축 업무를 하고 있다. 북동부 지역 3곳에서는 사흘 연속으로 가게가 양초로 불을 밝히고 있고, 전화나 신호등도 꺼져있다.

중국의 국가계획기관인 국가발전계획위원회(NDRC)는 공식적으로 지역 당국과 에너지공기업, 철도 회사들에게 겨울철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석탄 운송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NDRC는 “각 철도 회사들은 발전소까지 석탄수송을 확대해야 한다"며 "일주일치 석탄 연료를 비축하고 적시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응급 공급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중국 6대 발전사들이 비축하고 있는 발전용 석탄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지난달 21일 기준 1131만톤이다. 이는 보름치 전력 생산에 필요한 수준이다. 석탄비중이 56%에 달하는 중국에서 이같은 에너지 부족은 여러원인이 있다.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중립국이 되기 위해 배출량을 저감한다는 새 목표를 내놨고, 이에 따라 석탄 생산 속도가 둔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경기가 회복하면서 중국 공장들의 가동률이 빠르게 원상회복 했으나 석탄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중국에서 발전용 석탄 선물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톤당 212.92달러였다. 석탄 가격 상승은 전력회사들에게 추가적인 가격 압박을 주고 있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문제는 중국 정부 개입으로 더 악화된 상황이다. 보고서는 “에너지 소비를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는 전력 위기를 야기시킨 것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연료가격 상승과 석탄 부족 등 지난 몇 개월간 누적된 문제들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으며, 에너지 정책을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랴오닝성과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북동부 지역에서 심각하다. 제한송전이 없었다면 전체 전력망 붕괴를 경험했을 것이라고 당국 관계자는 말했다. 현지서 트럭을 운전하는 팡 쉬동씨는 “겨울철 전력 공급이 끊기면 난방도 끊기게 될 것”이라며 “집에 아이도 있고 노부모님도 모시고 있어 난방이 끊기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으로 올해 1~8월 1억9769만톤의 석탄을 수입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 줄었다. 그러나 8월 석탄 수입량은 30%가량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주민들에게 가정용 전력과 난방공급을 유지할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하다. 최근 전력 소비 피크 시간대에 제한송전 조치가 시행되면서 신호등이 꺼지고 3G통신 네트워크 중단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보면 중국은 공급 부족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산업용 전력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NDRC는 정부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전력가격 인상을 막지 않을 것이며 연료가격 변동을 전력가격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력 공급 부족 사태는 철강 생산과 제조업 등 중공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내 한 기술 부품 제조사가 최근 하루 생산량을 절반 이상 줄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남부 광동성의 포산에서는 지난 8월 중순부터 말까지 이른 아침과 밤 늦은 시간대에만 공장가동이 허용되고 있다.

◆영국 가스비축량 최저, 가격 치솟아 

영국의 에너지 시스템도 혼돈 그 자체다. 에너지 위기 공포감은 가정집 난방부터 공장과 축산 농가까지 영국 전역을 흔들고 있다. 에너지 공급업자들이 파산하고 일반 가정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에너지 비용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영국의 에너지 위기는 중국과 에너지 확보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가스수요가 크게 늘었다. 영국에서는 작년과 올해 한파로 가스 비축량이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가스확보 경쟁에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따라 영국 가스가격은 섬(영국 가스 공급량 측정 단위)당 40펜스에서 180펜스로 전년도 대비 4배 이상 뛰어올랐으며, 지난달에만 70% 상승했다. 올초 S&P 글로벌 플랫츠의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의 가스수요가 3600억㎥로 전년보다 8.4%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가스 수입량은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카타르 등지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 수송선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행 가스 수송이 중국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러시아와 유럽 사이를 연결한 가스관 수송량은 수급 부족을 메우는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7일 기준 유럽 전역의 가스가격은 추가적으로 10% 상승했다.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으로 가스 수출량을 늘리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가즈프롬은 최근 몇 개월간 가스수출 계약 의무량만 보냈을 뿐 유럽내 수요 폭증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될 조치를 거부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원들은 유럽위원회에 가즈프롬의 태도가 가스가격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된 것인지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규제당국이 노드 스트림2 가스관 건설 계획을 승인하도록 압박했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발틱해를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지만,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고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상승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영국 전력의 절반 정도가 가스발전에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공급 차질이 영국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후화 된 원자력 발전소들은 계획에 없던 불시정지를 하고, 프랑스와 연결된 주요 송전 케이블은 화재로 끊겼다.

아울러 최근 풍력발전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급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영국은 가정용 난방과 요리 대부분을 가스로 사용하고 있다. 전력 생산부터 가정집, 중공업에서 가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에도 영국의 가스 비축량은 매우 적다. 유럽 전체 가스 비축량의 1% 이하만을 영국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일시적으로 석탄발전소를 가동해 전력 부족분을 보충하고 있다. 현재 영국 전력의 20%를 공급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대부분은 2030년까지 폐쇄될 예정이며, 1기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만이 건설되고 있다. 여러 영국 에너지 공급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백만 가구가 더 비싼 에너지 공급업체로 갈아타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에너지가격에 대해 엄격한 정책을 펼치면서도 에너지 공급업체 시장 진입을 느슨하게 한 결과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 판매가에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데, 에너지 공급업체들은 가스 가격 상승으로 높아진 구매가보다 낮은 값에 소비자들에게 에너지를 판매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영국의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공급 에너지 가격을 기준으로 일년에 두 번 상한선을 정한다. 이달부터 12% 이상 인상될 예정이며, 내년 4월께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십개 소규모 에너지(전기 가스) 공급업체들은 다음 상한제 인상까지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영국 정부는 탄탄한 재정적 바탕이 없이도 에너지 회사를 쉽게 설립하도록 했다. 빅6 공급업체들의 경쟁을 높이기 위해서 고안됐으나, 에너지 공급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업체수만 12개사에서 70개사로 불어났다.

규제자들은 엄격한 재정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 진입 장벽을 다시 높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 위기가 여러 소형 업체들을 파산 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며 10여개의 업체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공급업체들뿐만 아니라 대형 철강 제조사들과 화학 공장들, 제조사들도 에너지 비용 상승에 재정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철강 산업협회인 UK스틸은 철강 제조사들이 에너지 피크시간 동안 생산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 가격 상승으로 비료 회사 두 곳이 겨울철 운영을 중단하고, 한 곳은 생산량을 40%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농업과 육류 생산, 식료품 산업에서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비료 공장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로 드라이 아이스를 만드는데 비료 공장의 운영 중단이 식품 운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비료 공장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는 도살장에서 도축 전 동물을 기절시키는데도 사용되고 있어 축산 농가에서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과 영국의 에너지 시장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에너지 시장 재정비와 에너지 믹스 다양화의 중요성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다. EU는 영국의 높은 가스 의존도를 문제로 지적하며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석탄과 에너지전환을 진행하던 중국과 영국에 불어 닥친 위기가 어떻게 해소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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