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이투뉴스/이정윤] 핵재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은 2017년 12월 국회 예산비준 시 타당성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하도록 했고, 그 결과 2020년까지 공동연구를 마치고 지속여부를 판단하기로 한 바 있다. 2020년 말이면 한·미공동연구가 꼭 10년째 되는 해이다. 작년말 공동연구는 끝났지만 5월에 결론이 나온다고 하다가 최종보고서는 한참 뒤에 나왔다.

결국 올해 9월 초 미국에서 최종보고서를 승인했고 곧바로 과기부는 적정성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까지 7000억원을 들여 연구를 진행해왔고 향후 6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수행하는 것이 적정한 지 재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연구보고서는 미국 측의 요구로 미공개 되어 논란이 되었다. 민감 기술분야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볼 내용까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 충분하다.

기술성과 상업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누차에 걸쳐 민간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되어 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연구하겠다는 것은 군사적 목적 외엔 없다. 전체 보고서가 미공개되는 이유로 당연하다.

파이로 재처리를 위한 사용후핵연료는 중수로 핵연료가 아닌 경수로만 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의 근본적인 처리방법이 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처리과정에서 공기오염과 함께 부차적인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늘어나므로 사고가 없어도 주변 환경에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고속로에서 연소한다고 하지만 고속로 또한 안전성이 미결과제로 남아 있는 기술이다. 좁은 국토와 밀집된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연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한·미 공동연구를 통해 미국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다.

연구결과도 만의 하나 기술적인 타당성을 입증하였다고 해도 우리가 독자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냐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이 기술은 핵비확산에 저촉되는 기술로 미국이 분류하고 있다. 즉, 미국의 허용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결과도 사용할 수 없는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위해 설치된 원자력연구원 종합공정 실증시설(ACPF). ⓒE2 DB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위해 설치된 원자력연구원 종합공정 실증시설(ACPF). ⓒE2 DB

원자력연구원은 올해 7월 감포에 원자력연구단지를 착공했다. 모두 65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원자력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재처리를 위한 연구시설이라고 보고 있다. 재처리가 허용되지 않는 외교적 제한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획대로 밀고 나가고 있다. 정말 고속로까지 지어 30조원의 예산이 투자될 것 같다. 무엇을 위한 연구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한·미 외교적 제한은 이것만이 아니다. 농축이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군사용인 핵잠수함을 개발하겠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군사용으로 수입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구할 길 없어 고농축 우라늄 핵연료가 없는데 핵잠수함이 가능한가? 설계문서만 개발하는데 58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혁신형소형모듈원전, 고속로 또한 인허가 규정도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핵융합연구 또한 상업적 목적달성과 무관하게 가능성만 타진하는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비가 국가 기반연구라는 이유로 외교적 가능성과 무관하게 성과 없이도 마구 투입되어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천문학적인 연구비용은 원전에서 나오므로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결국 원전을 계속해서 돌려야 하는 모순에 도달한다.

월성원전은 언제부터인가 저장조가 누설되어 방사능오염이 심히 우려되고 있으며, 지진지역에 들어선 원전시설에 앵커볼트는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고 사용후핵연료는 중간저장시설도 아닌 임시저장시설에 40년 이상 조밀하게 관리되고 있다. 핵폐기물 처분장 또한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인구 150만 도시 한 복판에 있는 원자력연구원 시설 안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핵폐기물이 오갈데 없이 쌓여 있지만 감포연구단지에는 수천억이 집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들이닥친 태풍 마이삭으로 6개 원전에 외부전원공급이 중단되어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되는 세계 유례가 없는 일은 우리나라 원전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취약하게 관리되는지를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이처럼 널려있는 가동원전 안전현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원전현장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이지 않은 분야에 투입하는 과다한 연구비 집행은 또다른 부실한 원전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대비하는 원자력은 한시적인 가동원전 안전에 집중하고 미개척분야인 비원전 분야로 미래먹거리를 창출하는 노력을 할 때 미래가치를 지향하는 올바른 비전이 마련될 수 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immjy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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