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 중도매각 규정 있지만 ‘센터 지점장’전결 탓에 유명무실

[이투뉴스] 기술보증기금이 투자기업의 상장 직후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먹튀’ 행태로 인해 해당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고충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술보증기금에서 투자한 기업의 상장 후 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기보의 전량 매각으로 인해 상장중소기업이 주가급락 피해를 입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보는 기술혁신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고 기술금융을 통해 사업화는 물론 기업의 상장까지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증연계투자의 투자한도와 투자금액이 증가하는 등 기보의 직접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상장한 직후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해당 중소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기보의 투자기업 30곳의 상장사례를 보면, 상장일에 3만650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기보의 전량매각 이후 1만9600원으로 떨어지고(㈜노터스), 1만1950원으로 시작한 주가가 6140원(㈜이더블유케이)으로 곤두박질쳤다. 매각 시점도 주로 상장일로부터 1개월 이내이고, 최근에는 상장 당일 매각도 5건이다.

기보는 공적 정책자금을 다루고 기업가치를 보증해주는 기관인 만큼, 기보의 매각 소식이 시장에 불안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기보 측은 매각 사유에 대해 주주로서 조기에 차익을 실현하고 다른 신생기업에 재투자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을 키우며 힘겹게 성장해온 기업이 한순간에 성장 동력을 잃어버리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쿠팡이나 카카오뱅크 등 주목받는 유망기업도 상장 후 최대주주나 벤처캐피탈이 일시에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장 직후 매각이 사업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실정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중에 상장 전 기보의 지분을 자체 매입하거나, 제3자 매각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보는 기업의 요구에 의한 상장 전 매각에 관한 처리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중도매각 승인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해당 규정은 ‘센터 지점장’의 전결을 통해 처분여부를 결정하는데, 지점장은 배임 등 책임이 두려워 중도매각 요청이 들어와도 처리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장섭 의원은 “기보는 관행적으로 상장직후 투자지분을 매각하면서 성장이 절박한 중소기업을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질타하며 “중도매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과 같이,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기술기업의 필요에 부합하는 성장 단계별 매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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