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 위해 필요한 전력만 286.8TWh, 지난해 국내 전력 소비량 절반 상회

[이투뉴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라 수소를 수입할 경우 수소를 액화·운송·저장하는 데만 60조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소 액화를 위해 필요한 전력만 286.8TWh로 지난해 국내 전력 소비량 절반을 넘어 현실성에 의문이을 갖게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8월 초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서 2050년까지 에너지·산업·수송 등에 필요한 수소량이 최대 2920만톤에 달한다고 밝히며, 이 중 2390만톤을 호주·중동·러시아·북아프리카 등에서 수입하는 안을 제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50년 수소 2390만톤을 호주 등에서 수입하려면 수소 구입 가격은 별도로 하더라도 액화·수송·저장에만 66조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스공사의 ‘수소사업추진전략’에 따르면 수소 액화온도는 천연가스 액화 온도(영하 160.5도)보다 약 100도가량 낮은 영하 252.8도다. 수소는 액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약 11~13kwh/kg으로 천연가스 액화(0.3kwh/kg)에 필요한 에너지의 약 40배가 필요하다.

가스공사는 정부가 수입하겠다는 2390만톤의 수소를 액화하려면 286.8TWh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한전이 국내에서 판매한 전력량(509.3TWh)의 절반이 넘는 엄청난 전력량이다. 지난해 한전 평균 판매단가인 KWh당 109.8원을 적용하면 수소 액화에 필요한 전기요금만 31조5000억원이다. 수소를 수송선으로 운반하기 위해 액화하는 데만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액화수소를 선박으로 운송할 때 드는 비용은 28조7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가스공사는 액화수소의 밀도와 발열량을 고려하면 액화수소 운송횟수는 대략 LNG 대비 2.5배 정도가 되기 때문에 현재 운송비용을 적용했을 경우 2390만톤의 운송비용은 28조7000억원으로 산출된다.

수소의 저장 및 이송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현재까지 수소 저장?이송 방법 중 탁월하게 경제성을 확보한 기술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수소 저장과 수출입 터미널 건설에 총 5조8190억 원이 들것으로 예상했다.

액화수소를 수송하는 과정에서의 손실도 크다. 액화수소는 LNG에 비해 밀도가 낮아 저장중량이 작다. 이로 인해 증발가스 비율이 커지게 되어 LNG 대비 증발가스 발생률이 약 10배가 된다.

가스공사는 이런 이유로 액체수소 저장설비는 더 높은 단열성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LNG 저장탱크에는 적용되지 않는 높은 성능의 단열재를 적용한 진공단열기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종합하면, 수소 생산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수소를 해외에서 국내로 운송하고 유통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만 66조원으로 천문학적인 수준이며, 특히 액화수소 운송은 고난이도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상용화될지도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한무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현재 1만3000원 수준인 수소 가격을 2040년까지 2500원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의 목표대로 수소 가격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철강산업은 엄청난 손실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소 가격 인하 목표에 대한 현실성이 있는지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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