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쪽에선 ‘기후위기 대응이 너무 미흡하다’며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울 뿐더러 에너지 및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겼다고 난리다. 최근 정부가 사실상 확정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상향’에 대한 얘기다.

최근 정의당과 기후정의 등은 국회에서 NDC 분석 토론회를 열어 ‘2018년 대비 40% 감축’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기후위기를 외면했고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를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또 세계 각국의 흐름과 글로벌 동향을 고려할 때 ‘2010년 대비 50% 이상’으로 NDC 상향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시민사회연대회의 등은 1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제8조1항이 위헌이라며, 최저선 자체가 너무 낮아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선 국외감축 등을 고려할 경우 “사기에 가깝다”는 악평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산업계는 NDC 40%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정책목표라며 비판 일색이다. 가장 먼저 자동차업계가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로 높일 경우 2030년 친환경차 누적보급 대수가 364만대에서 450만대 이상으로 늘어 산업생태계가 급속히 위축되는 것은 물론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오히려 어려워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첫 목소리는 자동차업계가 냈지만 철강·시멘트·석유화학·전자 등 산업계 전체적으로 반대의견이 대부분이다. 35% 감축도 과도한 상황에서 40%로의 상향은 문제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조업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공정에서의 설비전환 비용 등 감당키 어려운 부담으로 인해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면 정부 압박에 나섰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전체 감축량 2억9100만톤 44%가 넘는 1억1970만톤을 전환부문에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흡수·CCUS·국외감축을 제외하면 감축비중이 55%에 이른다. 탄소감축 책임을 에너지부문이 대부분 떠안아야 하는 만큼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특히 향후 된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는 석탄발전은 물론 가스업계까지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나의 의사결정을 놓고 이렇게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보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비용과 부담으로 판단하는 산업계와 기후위기 해결만을 강조하는 환경·시민단체의 다른 셈법이 극한의 충돌을 야기하는 셈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마이웨이’만을 외치고 있다.

‘탄소중립은 또 하나의 성장기회’라는 정부의 구호가 안 먹히는 것도 문제다. 제대로 된 설명과 설득 없이 양측의 중간선으로 봉합하려는 자세가 더욱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원팀’이 돼야 가능한 어려운 과제다. 시간표를 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킬 수 있는 시간표가 진짜 필요하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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