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면수정 촉구
시민사회,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전면수정 촉구
  • 이상복
  • 승인 2008.07.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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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밀실행정 본격 제동 … 새 정부 첫 국가에너지위 연기될 수도

'원자력 발전은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는 손 놓겠다는 졸속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그대로 확정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

 

정부 주도로 수립되고 있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를 헤쳐나갈 철학과 정책의지는커녕, 당장의 어려움만 피해가겠다는 근시안적 계획 일색"이란 비판이다.

 

이들 시민단체는 조만간 전국 규모의 범시민 사회단체인 '에너지시민회의'를 창설, 정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8월초로 예정된 최종안 상정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민-관 사이 의견조율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새 정부 첫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 개최가 연기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일방통행 기본계획 '제동' =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나눔과평화,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정의, 환경재단기후변화 등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에너지시민회의 준비위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계획을 전했다.

 

이들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문제점과 에너지시민회의 제언'이라는 문건을 통해 ▲과다계상된 수요전

망 ▲비현실적 유가전망치 ▲원자력발전 설비비중 상향 조정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신재생에너지 비율

▲공론화 없는 일방적 계획수립 등을 지적하며 "정부가 조급함에 쫓겨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시

민사회가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에너지 문제 해결은 기술ㆍ공학적 문제가 아닌 정책적 문제이므로 2030년까지의 장기 전망을 보여줄 기본계획은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의지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에너지위기를 극복할 전략이나 뼈를 깎는 노력없이 졸속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4일 열린 제1차 계획안 공청회에서 총에너지 소비가 연평균 1.7%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 26%에서 최대 42%까지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계획안을 공개한 바 있다.

 

준비위 측은 "석유중독에 빠진 미국도 2030년 장기계획에서 수송 연료의 20%를 바이오 연료, 전기에너지의 20%를 풍력으로 충당한다고 했고 중국조차도 2030년 전체 에너지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구상"이라며 "반면 우리는 재생에너지로 분류할 수 없는 수소ㆍ연료전지, 폐기물 소각열까지 포함해 8.7%라니, 이는 재생에너지 시장확보와 산업화 의지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2011년 5%, 2030년 9%다. 즉 2011년 이후 19년간 연평균 0.21%씩 모두 4%만 더 늘린다는 계획으로서, 이는 정부 정책지원 없이도 자연스럽게 순증이 가능한 수준이다.

 

시민단체들은 "석유와 석탄의 증가율 감소분을 9~13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더 건설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단위면적당 이렇게 원자력에 집중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는 전력이 주요 관심사인 지경부의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반영된 계획"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 정부 밀실행정이 사단 = 시민단체의 이같은 집단 반발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전형적 '밀실행정'이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경부는 당초 지난 6월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최종 계획안을 상정,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이를 알아차린 시민단체가 공청회 개최 이틀전인 지난달 2일 대책회의를 구성해 절차상의 문제가 있음을 공유한 뒤, 같은날 국가에너지위원회 민간 측 간사를 맡고 있는 이학영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이 지경부 장관을 만나 절차와 내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여론을 의식한 지경부는 지난달 11일과 26일로 각각 예정됐던 갈등관리전문위원회 회의와 국가에너지위원회 본회의를 '일정상의 이유'로 모두 연기하고 "기본계획에 대한 절차와 내용은 국가위 갈등관리전문위와 에너지정책전문위 차원에서 사전에 시민단체와 협의하겠다"는 제안을 건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시민단체는 각 단체의 실무책임자급으로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정부 측 국가에너지기본계

획에 대응할 에너지시민회의(가칭)를 구성키로 하고 민관 협의를 거쳐 향후 일정에 대해 정부와 조율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지경부는 국정감사 일정을 들어 8월말 국가에너지위원회 일정변경이 힘들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전 국민의 공론화 대상으로 간주한 시민단체가 민간 차원의

대표기구인 에너지시민회의 창설을 공식화하고 향후 대응 방침을 알리는 자리였던 셈이다.

 

본지가 확인한 향후 일정은 오는 28일 민관 1차 공동워크숍, 30일 시민단체 내부 협의, 8월 4일 2차 공동

워그숍, 8월 7일 2차 공개토론회 개최, 8월 11일 국가위 에너지정책, 갈등관리위 연석 회의, 8월 13일 국

가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 등이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향후 20년간의 국가 장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국민이나 시민사회 의견수렴 없이 단독으로 밀실 처리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국민에게 기본계획의 내용을 분명히 알리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본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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