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원전없이 불가능, 신재생 목표 과도"
與 "발등에 불, 탄소감축 일정·수단 수립"
연료전지·HVDC 십자포화 "재검토 필요"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투뉴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대상으로 한 20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탄소중립 목표설정과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조정,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등을 놓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장시간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시종 차분한 어조로 전방위 공세를 버텨냈고, 대기업으로부터 접대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박기영 2차관은 “물의를 끼쳐 송구하다”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현 정부가 무리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작부터 각을 세웠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NDC 상향에 따른 발전부문 비용추계 자료를 요구하면서 “산업계는 멘붕에 빠졌다. 탄소중립은 마라톤이라 오버페이스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면서 “가야할 길이지만 오버페이스로 영원히 가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정재 의원도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NDC를 40%로 상향했는데, 유럽은 기준년도가 1990년이고 우리는 2018년이다. 과연 공정한가, 가능한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탈석탄‧탈원전 정책의 타당성을 따져 물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원전 없이 탄소중립은 없다. 2030년 신재생을 30%로 높인다는데, 유럽은 원전바람이 거세다”고 거들었다.

문 장관은 “우리나라는 현재도 원전이 24기이고, 앞으로도 2기 더 늘어났다가 수명이 다할 때 줄여나가는 것으로 돼 있다. 2030년에도 18기, 2050년에도 9기가 가동되고 (탄소감축의)상당수준은 원전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 공직자들이 정권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고, 대표적인 게 탈원전”이라며 “원전을 2050년 6.1%까지 대폭 축소하고 태양광 풍력을 70%로 높이겠다는 건 세계 흐름과도 배치되고 실현가능성도 굉장이 낮은 몽상”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런 공세에 여당은 주마가편식 속도전을 주문하며 맞불을 놨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 해상풍력시장은 움트는데 한국비중은 아직 미미하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REC 지원방침 확정을 주문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유력한 대안이 ESS”라며 화재사고 이후 수년째 방치된 육성정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 장관은 “해상풍력 추가용역이 11월 나오면 시간을 끌지 않고 검토해 바로 시행하겠다”고 했고, ESS의 경우 “리튬전지 외 고효율기자재인증이 내달 나오는데, 다양한 제품보급 기반을 만들고 장기적으론 전고체처럼 효율 높고 안전한 배터리가 보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외산 기자재에 떼밀려 재생에너지 산업‧일자리 창출 성과가 미흡하다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대해선 “산업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창출되는 방향으로 해야하는데, 초기라 성과내지 못해 아쉽다”고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탄소중립 컨트롤타워격으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선 “검토하거나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미국도 상무부와 에너지부로 분리돼 있다”고 꼬집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산업부의 의연한 대처를 요구하는 주문도 쏟아졌다.

김정호 같은당 의원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030년 NDC 40% 감축에 2050년 넷제로다. 이제 피해갈 수 없게 됐다”면서 “에너지분야 산하기관별로 30년까지의 NDC감축 추진일정과 수단 등을 조속히 수립해 위원회 전체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외산에 종속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세계 태양광 시장을 중국이 장악한 것은 맞지만, 유일하게 맞서는 나라가 한국이고, 핵심이랄 수 있는 셀과 모듈은 우리제품이 다수”라고 두둔했다.

김 의원은 추가질의 때도 “재생에너지 비싼 것 아니냐, 간헐성 때문에 어려운 거 아니냐, 결국 원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가짜뉴스가 너무 횡행하고 있다”며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탈원전 손실 1000조원'이란 보도가 말이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만 같은당 의원은 최근 미국의 반도체 자료제출 요구를 거론하면서 “미국은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기차배터리 공급이슈를 직접 챙긴다. (견제가)반도체에서 배터리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당한 자료요구에 대해 근본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달리 연료전지와 HVDC(초고압직류송전) 건설사업은 일부 의원들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양이원영 의원은 국내에 설치된 발전용 연료전지 대부분이 LNG를 연료로 쓰는 ‘그레이수소’라면서 “허가를 내준 연료전지를 다 건설하면 석탄화력 2개 반에 해당하는 연간 160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 역시 건물용으로 설치된 연료전지 80% 가량이 설치만 해놓고 가동정지 상태라며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수소연료전지는 보조 기재로만 작동하도록 제도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이원영 의원은 최근 완공된 북당진~고덕 HVDC 선로의 빈번한 고장정지를 지목하면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신한울 노선 8GW를 가동했다가 지금처럼 고장이 나면 광역정전이 난다. 대비를 잘하고 있냐”고 추궁했다.

문 장관은 “아무래도 초기다보니 어려움이 있다. 기술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이의원은 “HVDC가 국가 전력망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다. 전류형 HVDC 기술 도입 배경과 해결책에 대해 검토해 별도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문 장관은 “부임 이후 자세히 못 봤지만, 유념해서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한전의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투자액 8000억원이 호주정부의 광산개발 불허로 공중 분해될 처지라면서 “사업부지 인근 재생에너지 구역을 활용해 연계 그린수소 클러스터를 만드는 게 출구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바이오매스는 분산형 소규모는 육성하되 일부기업에 수혜가 돌아가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김성환 의원은 “우리 재생에너지 계획에 바이오매스 비중자체가 계상이 안 돼 있다. 유럽은 전체 재생에너지의 10%를 바이오로 간다. 소규모 바이오매스나 가스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산업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소규모 바이오매스가 국내 탄소중립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는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주환 국민의 힘 의원은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을 영입한 회사가 국내산 우드펠릿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면서 “국내 자원에 높은 REC가중치를 주는 건 이해되지만, 왜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걸 두고 적자를 본다고 하나. 국산 활성화란 명분으로 몇몇업자에게 특혜가 생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문승일 장관은 “특정사 특혜성을 포함해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찾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 도중 박기영 2차관은 국감 초기 제기된 SK E&S 접대 의혹과 관련, 이주환 의원이 "국민 앞에서 입장이나 소명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하자 "저의 불찰로 물의를 끼쳐드려 송구하다. 진상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은 "에너지마피아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기관의 부적절한 유착근절을 위해 사실을 공개했는데, 차관은 묵묵부답이었다"면서 "개인의 의혹문제가 아니다. 부적절한 자리가 생기거나 금품수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재차 주의를 줬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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