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사업법·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에 업계 ‘시끌’
풍력업계 “현실과 맞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규제만 중복될 것”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풍력설비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장출하 전 검사를 신설하고, 정기검사 주기 단축 등을 담은 전기사업법과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풍력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현실과 맞지 않은 탁상행정으로 규제만 강화화될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산업부는 최근 전기사업법 및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6월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이행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의 안전한 보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산업부는 풍력발전의 주요 부품인 블레이드, 나셀, 타워 교체 시 사용전검사를 하도록 규정했으며, 풍력설비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공장출하 전 제품검사제도를 도입해 이를 전기안전공사가 수행토록 했다. 이외에도 타워 제작 시 용접부에 대한 사용전검사도 의무화했다. 

전기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선 풍력발전설비의 정기검사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기초부지에 대한 정기검사를 도입했다. 또 신재생발전소에 설치 및 운영하는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정기검사 대상으로 추가했다.

풍력업계는 이번 입법예고에 대해 풍력산업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개정안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우선 부품교체 시 사용전검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으며, 안전을 명목으로 사업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항목을 추가해 규제를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풍력제조사의 제작과정상 공장출하 전 검사를 위해 별도일정을 마련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풍력발전은 해외인증을 받더라도 국내에 설치되는 경우 KS인증을 얻어야 하며, 인증단계에서 발전기에 들어가는 주요부품 인증과 공장심사가 선행된다. 시행규칙 개정으로 전기안전공사의 제품검사제도가 시행되면 풍력발전 KS인증이 유명무실해지거나 이중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풍력업계는 제조사별 발전기 제작일정상 공장출하 이전 사용전검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풍력발전 특성상 주기기 제작일정 지연을 촉발시키는 것은 물론 발전단지 공사 후 시행되는 사용전 검사로도 주요 설비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공장출하 시마다 일일히 제품을 검사하는 방식이 아닌 중대형 풍력터빈 KS인증서 발급절차에 제조설비 인증을 추가하고, 일부 부족한 부분은 인증과정에서 점검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풍력발전은 단일 제조사가 모든 부품을 생산하지 않고, 부품 역시 주문 후 제작이 아닌 미리 제품을 생산해 프로젝트에 맞춰 납품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제품출하 때마다 검사를 할 경우 풍력발전기 제작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비용증가도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풍력터빈을 제작하는 A사 관계자는 “풍력부품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개정안 취지는 이해하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내용 없이 출하전 검사를 한번 더 늘리겠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풍력부품이 주문생산하듯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미리 생산해 프로젝트에 맞춰 공급하고 발주처에 납기하는 시스템인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기안전공사 스케줄에 맞춰 제품을 제작하도록 종속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 발전사업자는 “외산 발전기의 경우 주요 부품에 대한 검사 시 제작 지연 및 준비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국산 역시 일부 부품을 해외 제조사에서 만든 후 국내에서 조립하는 형태라 국내에 발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도 악영향이 나올 수 있으며 자칫하면 국내 공장만 검사하는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풍력부품 KS인증을 주관하고 있는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전기안전공사가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S인증의 경우 기본적으로 부품에 대한 심사 성격이지만 이번에 신설하는 제품검사는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적근거를 갖도록 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설비의 정기검사 주기 축소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태양광은 정기검사 주기가 4년이지만 풍력만 2년으로 변경하는 기준이 모호하며 에너지원 간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풍력발전은 상대적으로 타이트한 인허가와 공사 후 중간복구 등이 의무화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유지보수 및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기초부지검사도 기존 사용전검사에 정기검사까지 더해져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기검사 시 전기안전공사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육안검사를 한다는 것밖에 나온 것이 없어 구체적으로 무엇을 검사한다는 것인지도 막연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제 막 시작단계인 발전설비검사 시장을 공기업이 침범한다는 우려도 내비쳤다.

B민간발전사 관계자는 “태양광도 검사주기가 4년인데 풍력만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정기검사 주기를 2년으로 축소하고 정기검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명시하지 않았다”며 “최근 사고가 일어나는 발전기는 풍력산업 초기 유지보수계약을 하지 않고 설치한 낡은 발전기들이며 현재는 오히려 기업들이 철저하게 유지보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진경남 기자 jin0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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