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덩달아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훌쩍 뛰었다. 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고유가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에 열심이다.

또 12일부터 6개월 간 유류세를 파격적으로 20% 인하키로 했다. 생계형 운전자 및 영세 자영업자 보호, 물가안정 등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전국민이 높은 기름값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자 나온 조치다. 이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는 40원 내리게 된다. 또 LNG 관세도 현재 2%에서 0%로 내린다.

수송용 유류세 인하는 이제까지 세 차례 있었다. 2008년은 2개월 동안 10%, 2018년은 10개월 동안 15%, 2019년은 10개월 동안 7% 인하했다. 주유소 등 석유유통업계는 유류세 인하 전날까지 석유제품 재고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기 위해 궁리하는 모습이다.

파격적인 유류세 인하가 톱뉴스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배려에서 소외된 석유제품이 있다. 도시서민 및 농어민이 겨울철 난방연료로 주로 사용하는 등유가 그것이다.  등유는 휘발유·경유·LPG처럼 석유제품이면서 LNG처럼 난방연료이기도 한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어떤 조치도 없이 초라한 모습이다. 특히 가스요금 안정화를 위해 LNG 관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한 상황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집마다 가스보일러가 들어오고 도시가스 공급이 읍면단위로 확대되고 있지만 등유난방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올 겨울은 35년만의 강추위로 불렸던 지난해보다 더 추울 것으로 예측되면서 등유 소비량도 그만큼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등유를 주로 취급하는 석유일반판매소업계에서는 “등유도 세금인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석유일반판매소업계는 등유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속득층이 사용하는 연료라는 점, 가스보다 열 효율이 떨어지는 점 등을 이유로 이전부터 세금 인하를 주장해 왔다.

실제로 한국석유협회에 의하면 동절기 난방비의 경우 도시가스 사용가구보다 등유 사용가구가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소득역진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등유에 개별소비세가 64원이나 붙는 것도 의문을 자아낸다.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경유·LPG에는 교통세가 각각 529원, 375원, 160.6원 붙고 있으니 비교자체가 안 되지만, 같은 난방용 연료인 LNG 개소세는 42원으로 등유보다 22원 싸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난방용 등유의 세금은 내버려둔 채 사용자(표)가 많은 휘발유·경유·LPG·LNG 세금만 깎는다니, 결국 '정치인들의 숫자놀음'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에너지복지를 열심히 떠들면서도 대표적인 사각지대인 기름난방가구는 안중에도 없는 셈이다. 

이번 유류세 한시(6개월) 인하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는 세수는 2조5000억원. 국가세수 측면에서 막대한 금액이다. 반면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모두 깍아줘도 1700억원에 불과하다. 등유를 쓰는 국민만 서럽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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