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정책 전기에 치중, 열부문 소외돼선 달성 불가
연료 유연성, 신재생·소각장·수소터빈도 열원 활용 가능

"ALL 전기化 이전 주택·건물부문 가교 필요"

[이투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CS)를 처음 공개했다. 이미 국내에서 탄소중립위원회와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한 내용이지만 국제사회에 공표했다는 점에서 되돌리기 힘든 것은 물론 상당한 구속력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역시 2050년까지 국내 순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약속도 분명히 했다. 화력발전 전면 중단으로 전환부문 배출량 제로를 만들겠다는 A안과 LNG 발전을 일부 유지하는 B안 등 두 개의 안이 아직 공존하고 있지만 순배출 제로라는 점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얼마 지나지 않은 배출정점, 주요국 대비 높은 감축률 등을 고려할 때 40%는 결코 쉽지 않은 목표라고 설명했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에 대해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점과 국민 동의를 이유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국민들은 바로 지금 행동할 때라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2050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한 것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은 이처럼 흔들림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뀌더라도 탄소중립 법제화 및 국제사회와의 약속(2030 NDC 유엔 제출)을 감안했을 때 뒤로 물리기 쉽지 않은 정책과제가 됐다. 산업계 일부에서 “탄소중립에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았다”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및 비용, 정책대안 등은 아직 모호하다. 지금까지 그럴싸하게 나온 에너지전환과제를 복사해서 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특히 전기에만 집중한 채 열부문에 대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궁극적으로 최종에너지가 모두 전기(ALL 전기化)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다만 그 이전 주택·건물·산업단지에서 반드시 필요한 열부문의 경우 집단에너지가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및 향후 감축 목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및 향후 감축 목표.

◆에너지부문에 감축책임 다 떠넘겨
2030 NDC인 '2018년 대비 40% 감축'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1800년대부터 산업화에 들어가 진즉 정점을 찍은 선진국은 슬슬 빠져나갈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우리는 다르다. 에너지다소비 산업이 많은데다 아직 성장과 발전을 위한 가속페달을 떼선 안되기 때문이다. 파리협약을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싸우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초 26%로 설정했던 목표를 40%로 상향하면서 감축책임 대부분을 전환부문, 즉 에너지에 떠넘겼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2030년까지 전환부문에 할당된 감축량은 1억1970만톤으로, 전체 감축목표인 2억9100만톤의 40%가 넘는다. 흡수 및 제거를 통한 감축량을 빼면 실질적으로 54%를 에너지부문에서 줄여야 한다. 산업부문 감축목표 3790만톤, 수송 3710만톤, 건물 1719만톤, 폐기물 800만톤을 모두 합한 양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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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같은 감축목표 할당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로 끌고 가기 편한 곳에만 부담을 주고, 다루기 힘든 산업부문 등은 시늉만 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어디서 어떻게 줄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도 찾기 힘들다. 단지 보고서 한 쪽에 석탄발전서 1억톤을 감축하고, LNG에서도 2600만톤을 줄이겠다는 목표만 보일 뿐이다. 머잖아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강화 등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들은 “에너지부문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것도 맞고, 줄여야 하는 것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공기업이 많아 말 잘 듣는 에너지 분야에 과중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산업, 수송, 건물 등 말발이 먹히지 않고, 쉽지 않은 분야는 손대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아직 먼 얘기지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역시 2억7000만톤에 달하는 전환부문의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도록 목표를 설정했다. 물론 중장기 목표이다 보니 산업부문에 실질적인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기는 했다. 수송부문도 전기·수소차 보급을 통한 내연기관 사용중단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 역시 석탄은 100% 없애고, LNG마저 전면 중단 내지 극히 일부만 유지하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디테일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술성·경제성·실현가능성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연료전지(소비비중 1.4∼10.1%), 동북아그리드(2.7%), 무탄소 가스터빈(13.8∼21.5%)과 CCUS(탄소포집·저장·이용)를 포함시킨 것에도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하다.

2050년 기준 에너지원별 소비비중 시나리오.

◆열 분야 및 가정·건물부문 대책은 뜬구름
정부가 내놓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모두 전기에만 집중, 열부문에 대해 간과했다는 지적도 많다. 모든 것을 전기로 해결할 수 있지만 그저 먼 미래의 일일 뿐 안정적인 난방과 온수 공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한 후 다시 열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선 많은 비용 증가는 물론 효율이 급감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주택 및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과제로 ▶에너지효율 향상 ▶고효율기기 보급 ▶에너지 스마트 관리 ▶화석에너지(연탄, 등유, 가스) 전기화 ▶제로에너지건축물 활성화 등을 꼽고 있다. 모두 오래전부터 피곤할 정도로 많이 듣던 과제들이다. 딱 하나 빠진 에너지절약 확산 및 수요관리 강화만 넣으면 2019년 내놓은 에너지효율혁신전략과 쌍둥이다.

집단에너지는 법에 ‘기후변화 국제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집단에너지사업법 제1조)’하기 위한 것이란 도입목적이 나오는 유이(다른 하나는 신재생에너지)한 에너지원이다. 그만큼 전기와 열을 별도로 생산, 공급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이용효율이 높고,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도 적은 에너지공급시스템이라는 의미다. 전기와 고압 스팀이 동시에 필요한 산업단지에서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사용연료를 석탄 및 유류에서 LNG로 바꾼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연료전환에 대한 유연성이 뛰어나다. 바이오매스, SRF(폐기물고형연료), 연료전지, 태양열, 수소에너지 등 무엇과도 접목이 가능하다. 여기에 수열을 비롯한 다양한 신재생 열원과 소각열·발전폐열 등 미활용 열에너지는 무엇이든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남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보관할 수도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가장 유용한 것은 물론 전기로 완전히 넘어가기 이전까지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태양열, 지열, 수열) 및 집단에너지 보급 확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열원을 활용한 저온 지역난방 확대를 빠짐없이 거론하는 것도 집단에너지의 효용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항상 구호에만 그칠 뿐 실질적인 추진방안을 내놓거나 정책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다.

마용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방향은 주로 전기에 집중되고 열 분야는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2차 에너지 전부가 전기로 넘어가기 전까지 가장 비용효율적인 수단이 바로 열병합발전을 비롯한 집단에너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연료 변경의 유연성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와의 접목 가능성, 미이용에너지 활용성 등을 볼 때 주택·건물 분야의 탄소중립에 꼭 필요한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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