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환경부는 2050탄소중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준비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녹색분류체계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정의함으로써 민간 자본이 진짜 ‘녹색’ 경제활동에 투입되도록 유도하여 탈탄소 경제로 전환을 지원하고 아울러 무늬만 녹색인 경제활동 이른바 녹색분식(Greenwashing)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등장하였다. EU는 2020년 7월 이미 녹색분류체계를 법제화해 시행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20050탄소중립을 만천하에 약속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일이기에 필자는 이러한 환경부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좀 더 분발하라는 뜻에서 정부의 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한국형 분류체계는 ①온실가스감축 ②기후변화 적응 ③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④자원순환 ⑤오염 방지 및 관리 ⑥생물다양성 보전 등 6개 환경 목표의 적어도 하나 이상에 기여하는 활동으로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고 (DNSH: Do No Significant Harm), ILO 노동기준 같은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규정한 국제적 기준을 준수할 것을 대전제로 하여 구체적 경제활동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 분류체계는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환경 기준을 제시하는 ‘녹색부문’과 탄소중립 목표를 위한 최종지향점은 아니지만, 현재 단계에서 탄소중립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간과정으로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경제활동인 ‘전환부문’으로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다.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입장에서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위한 작업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따라서 전환을 위한 준비를 녹색경제활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녹색부문에 대한 분류체계는 무척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하거나 탄소 배출을 일부라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새로운 녹색기술 채택을 끝까지 뒤로 미루고 기존 기술에 의존하는 이른바 ‘Lock-in’ 현상이 예상되고 그럴 경우 2050탄소중립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2050년이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에너지 시설의 수명이 30년 내외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녹색수소 이외의 다른 수소는 녹색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점은 높게 살 만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분류체계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초기 320g/kWh 이하, 이후 250g/kWh 이하를 조건으로 2030년까지 액화천연가스(LNG)를 녹색으로 분류하기로 한 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LNG가 석탄이나 석유보다 탄소 배출이 적기는 하지만 파리협정의 목표 즉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2℃ 이하로 묶으려면 향후 10년 이내에 가스 생산과 소비를 40% 이상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회적 안전장치로서 소년 노동, 강제 노동, 문화재 파괴라는 세 가지 측면만 고려하도록 한 점은 극히 유감스럽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흔히 말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소 가운데 사회 측면이 가장 중시되는 작금의 추세를 보아도 사회적 안전장치에 대한 고려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녹색분류체계는 녹색금융의 시발점이고, 탄소중립으로 가는 첫 단추다. 사이비 녹색을 추방하고 진정으로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는 지침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지금 아픈 구석이 있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선물로서 보다 엄격한 잣대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정치적 지형이 바뀌면 지금 거론되지 않았던 다른 이슈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2050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가 여부가 한국형 분류체계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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