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이투뉴스/전영환 교수]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우리나라 전력망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많은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갖는 특성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변동성과 간헐성은 물론 인버터(변환기)를 통해 교류(AC)망에 접속되는 직류(DC)전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된다.

이러한 인버터 전원이 점점 증가하면 우리 전력망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선 전력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이 저하되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가 유발된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HVDC의 안정적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 논하고자 한다.

HVDC가 전력망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접속지점의 전력망 강도가 튼튼해야 한다. 어떤 지점에서 전력망의 강도가 튼튼하다는 것은 그 지점 주변에 회전기 발전기가 많은 경우이거나, 그 지점으로 연결된 송전선이 많은 경우이다. 전력망이 튼튼하면 그 지점이나 주변에서 고장 등에 의한 큰 외란이 발생해도 전압이 크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교류망내 HVDC도 안정적으로 운영이 된다.

HVDC가 전력망에서 안정적으로 운영이 될 지 나타내는 지수가 SCR(Short Circuit Ratio, 단락비)이다. 단락비는 간단히 설명하면 HVDC 용량에 대한 SCC(Short Circuit Capacity, 단락용량)의 크기다. 그런데 인버터 전원은 이 SCR을 작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HVDC는 SCR이 3보다는 커야 어느 정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 설치된 북당진~고덕 HVDC를 바라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새로 건설한 설비가 계속 고장‧사고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완도~제주에 건설한 HVDC를 운영하기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고, 이후 해남~제주를 잇는 제2연계선에 이어 올초 세 번째로 건설된 HVDC설비가 계속 고장을 일으키고 원인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HVDC가 전력반도체 등을 사용하는 매우 복잡한 설비이고, 전력망의 강도를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여 운전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HVDC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전국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전력망의 모든 지점에서 전력망의 강도가 점점 줄어들어 SCR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다. 즉, 태양광과 풍력 등이 증가하면서 전통화력발전 비중은 자연스레 감소하고, 회전기 발전기 비중도 줄어들면 HVDC를 운영하기 어려운 시점이 곧 도래하게 된다.

지금 강원도 울진에서 가평으로 연계하는 HVDC는 SCR 저하에 의한 안정운영의 우려가 훨씬 크다. 송전 용량이 8GW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SCC도 매우 큰 값을 가져야 한다. 현재 주변에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기를 비롯하여 회전기 발전기가 줄어들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SCC는 점점 작아지게 되어있다. SCC가 작아지면 인근 원자력 발전기와의 축진동 주파수와 공진을 일으키는 SSTI(Sub-Synchronous Torsional Interaction) 문제도 더욱 심각해진다.

인버터 전원인 재생에너지가 주력이 되는 전력망은 순수요가 줄어들고 회전기 발전기를 최소한으로 유지시키고 계통 강도를 보완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험하지 못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HVDC 운영환경이 계속 나빠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다른 기술적 보완조치에도 한계가 있고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화로 운영여건이 수시로 변동하는 미래 전력망의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전력망의 안정성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HVDC는 해저케이블을 통한 송전이나, 주파수가 상이한 광역권간 전력융통, 적어도 400km이상의 원거리 송전 시 경제성이 확보되면서 기존 계통이 튼튼하게 받쳐줄 경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과거보다 기술도 조금씩 진일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여건 하에서의 무분별한 확대는 되레 전력망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된다.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고, 지나친 것은 부족함보다 못할 때가 많은 법이다. 전력망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자산으로 재생에너지 주력 시대에 대비해 최대한 안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 (전기위원회·탄소중립위원회 위원) yhchun@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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