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집단에너지 체질개선 계기돼야”
“3기 신도시, 집단에너지 체질개선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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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덕종 기자
  • 승인 2021.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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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세대 넘는 수요개발 가능, 미래 내다보는 사업자선정 필수
유연성 발휘하는 사업모델 도전 등 사업자도 투자-혁신 나서야

[2021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①] 탄소중립시대, 집단에너지 역할은
[2021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②] 전기·열·신재생 모두 품는 사업모델
[2021 집단에너지 기획연재 ③] 정책지원+자구노력 병행만이 해법

[이투뉴스] “집단에너지사업이 왜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는지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 이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정부가 시장개방을 하면서 규모의 경제에 미달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를 양산한 만큼 근본적인 책임이 크다. 하지만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판단, 경쟁적으로 뛰어든 사업자들 역시 정부에 매달리고만 있지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전문가는 현재 집단에너지사업의 침체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단에너지 시장설계를 바르게 하지 못 한 정부책임이 좀 더 크지만, 사업자 역시 자구노력 부재 등 모든 것을 회피할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책임을 따져보자는 취지가 아니라 정확한 문제점을 찾아야만 답이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1980년대 도입된 국내 집단에너지(지역냉난방 및 구역전기)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서울시·부산시 등 일부 지자체만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29개 사업자가 59개 사업장에서 공급에 나설 정도로 크게 늘었다. 특히 2000년 초중반 많은 민간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양적 팽창은 정부의 집단에너지사업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것이다. 민간참여 확대 및 경쟁 촉진을 통해 사용자의 후생증대를 꾀하겠다는 의지 아래 한난의 신규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민간에게 기회를 주면서 대거 진입을 유도했다. 하지만 양적 팽창에만 그쳤을 뿐 질적 팽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중소사업자가 여전히 다수라는 것이 방증한다. 일명 ‘집단에너지사업의 잃어버린 20년’이 촉발됐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민간기업 참여로 인해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이 공기업 및 지자체 독과점에서 탈피, 다양성 및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 측면도 있는 만큼 발전과정 중 하나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처럼 지나간 정책에 대한 평가는 보는 시야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이든 실패든 정책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정부와 업계가 갈려 ‘네 탓’만을 해선 더 어려워질 것이란 의미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집단에너지사업의 어두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밝힐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장정체 해소할 3기 신도시 주목
2000년대 이후 사업을 시작한 신생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경우 대다수가 누적적자에 허덕인다. 중소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초기부터 사업여건 악화와 함께 정부지원마저 미흡했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업규모와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저렴한 소각열 확보 등으로 무장한 대형업체들이 비교적 탄탄한 실적을 낸 것과 대조적일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만연했다.

후발주자일수록 공급지역과 세대수가 규모의 경제에 미달하는데다 열원 역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는 것이 부실경영의 주원인이다. 정부가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을 너무 쪼개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원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성을 찾기 어려운 소규모 아일랜드 사업장이 많은 구역전기사업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구역전기를 제외한 주요 지역난방업체 20곳 중 17개 업체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소각열·산업폐열 등 미이용열원 개발을 비롯해 사업자간 열연계, 포화수요 근접 등의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쳤다. 특히 최초 허가지역 외에 인근에 개발된 택지지역까지 확장하면서 이전에 비해 사업여건이 나아진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국제유가 등 글로벌 에너지가격 하락에 기댄 측면도 크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지난 9월 3기 신도시 5곳을 포함해 11개 택지지구를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2기 신도시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대규모 택지지구로 집단에너지업계에선 정체돼 있던 시장상황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5만호가 넘는 남양주 왕숙지구를 필두로 모두 20만호가 넘기 때문이다. 아직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추후 지정이 유력한 광명시흥(7만호)과 의왕군포안산(2.9만호) 등 추가 택지지구까지 포함하면 30만호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 중 세대수가 비교적 적은 소규모 택지의 경우 가장 인근에서 사업을 펼치며, 공급여력이 있는 집단에너지업체가 우선권을 행사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별도의 열원부지가 없는데다 개별로는 사업성 확보가 아예 불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다만 왕숙과 광명시흥지구 등 독립열원이 필요한 신도시의 경우 오랜만에 사업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적잖은 발전자회사가 출사표를 던졌고, 집단에너지업체 역시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신규 택지지구에 대한 사업자 선정이 과거의 잘못된 패턴을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적의 설비운용 및 열연계를 통한 에너지절감효과가 빈번하게 무시된 것은 물론 열병합발전소 및 열배관 건설이라는 열매를 취하는데 더 열심인 건설업체 유입이 대표적이다. 또 건설업체와 연계해 진입한 발전자회사 역시 조직 확대 및 낙하산자리 만들기에 급급해 집단에너지사업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모처럼 수요개발 기회가 찾아 온 3기 신도시가 오롯이 집단에너지사업 체질개선과 재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집단에너지 사업경험 및 미활용열 이용, 열연계 운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초 허가를 위한 사업계획에만 열요금 설정을 비롯해 소비자 편익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사례도 철저히 가려낼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은 막아야 하겠지만, 사업자 선정이 집단에너지사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집단에너지사업허가대상자 선정과정에 평가위원으로 자주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사실 과거에도 일반적인 예측을 뒤엎는 결과가 몇 번 나왔다. 집단에너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떨어지는 분이 평가위원으로 나와 현장분위기를 보고 판단하기도 했다. 풀(Pool)을 확대하면서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평가기준이 애매모호한 점이 많다. 제대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대신 현장에서 하는 사업계획 발표가 비중이 높다. 부풀린 사업계획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지원+자구노력 병행 없인 지속가능 불가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공급대상지역 지정기준도 그 중 하나.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제성 확보 및 도시가스와의 상생협력, 주택·건설 부문의 탄소중립을 모두 고려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 기준인 1만 세대가 비록 넘더라도 추가 개발여지가 없어 소규모 아일랜드형 사업이 될 개연성이 높은 택지지구는 빼는 대신 기존 공급지역과 인접한 단지의 경우 협의대상 세대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집단에너지가 앞으로 상당기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에너지전문가 대부분 이견이 없다. 분산에너지를 비롯해 마이크로그리드, 에너지프로슈머 등 정부가 제시하는 미래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 구역전기를 필두로 한 집단에너지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수소터빈, 연료전지, P2H, 미이용에너지 활용 등 집단에너지가 높은 포용성 및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모델 구축과 지원에 정부·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과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정책지원이 꼭 필요하지만 사업자의 자구노력이 없으면 반쪽이 되는 만큼 투자 확대와 사업 혁신에 대한 요구도 꾸준하다. 증가추세인 열연계를 사업자 간 다양한 열원 개발과 공유까지 확대하는 등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아직 경제성 문제를 풀지 못했지만 4-5세대 공급모델을 비롯해 분산에너지특구, 재생에너지 잉여열의 취합·공유 등 미래 사업모델 준비와 함께 외연확대가 대안으로 지목된다.

임용훈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집단에너지사업을 경쟁체제로 시장에 맡기려거든 열요금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미래 에너지 비즈니스모델로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경쟁력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시대가 온다. 집단에너지도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하지 않으면 정부지원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사업자도 변신할 때가 됐다. 그래야  시너지가 나온다. 정부지원에만 매달려선 살아남기 어렵다”고 덧붙였다.<끝>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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