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기술도 개발하고, 에너지도 절약하면 좋겠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한 선행조건은 에너지 가격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시그널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것이 탄소를 저감하는 첫걸음이다. 

경제학에서 가격은 단순히 재화가 거래되는 값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격은 그 자체가 정보요, 시그널이다. 가격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시장의 변수다. 가게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얼마예요?”이다. 사람들은 가격변수에 반응한다. 가격은 실제 행동을 유발하고 실천을 강하게 요구하는 변수다. 

지난 11월 18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탄소중립 국민인식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탄소배출 발전 에너지원의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정책 방향에 대해 81.9%가 ‘찬성한다’(매우 찬성 48.5%,  약간 찬성 33.4%)고 응답했고 탄소중립을 위해 개인적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견에 88.7%가 동의했으며, 노력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의견도 75.6%가 동의하는 등 국민 대부분이 탄소중립 실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이처럼 탄소저감에 대한 높은 의식을 가진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설문에 대한 답이 얼마나 실생활에서의 실천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요즈음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문제 등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고 미세먼지처럼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이를 자신의 실천과 희생으로 연결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가로 자신의 전기요금이 꽤 오르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단순한 정서적인 공감이 아니다. 자신의 소득과 다른 용도에 쓸 돈이 크게 줄었다는 상실감이다. 이런 상실감을 미리 느꼈다면 사람들의 답변은 달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면 이제는 정서와 감정을 논해야 할 때가 아니다. 실천과 행동을 생각해야 한다. 

1·2차 오일쇼크를 모두 겪어본 필자는 중고등학교 미술시간과 방학숙제로 에너지 절약 포스터와 에너지 아껴쓰기 표어도 적지 않게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정부는 오일쇼크 때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제정하여 에너지절약을 위한 금융·세제상의 지원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에너지사용 기자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효율관리 기자재’를 지정했으며, 이에 대한 사후관리도 시작했다. 이밖에 소비효율 고시, 효율개선 명령, 고효율 에너지 기자재 인증 및 측정, 에너지절약 전문기업 등록, 에너지다소비 사업자의 에너지 사용량 신고, 에너지 진단기관 지정제도 등 다양한 행정수단을 동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화학공업과 에너지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의 산업과 수출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하여, 또 소비자를 위하여 전기요금과 같은 에너지가격을 낮게 유지해 왔다. 

가격 시그널로 이어지지 아니한 에너지절약과 효율 개선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은 에너지를 가장 헤프게 쓰는 나라 중 하나이다. 에너지효율은 OECD 35개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에너지 원단위가 OECD 평균보다 50%나 높다. 겨울철에도 많은 사람이 아파트 안에서 반팔과 반바지 바람으로 지낸다. 선진국 국민이 집 안에서 두터운 스웨터를 입고 지낼 때 말이다. 

탄소저감은 감정이나 가슴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가격 시그널을 바로 잡아야 기술개발의 가능성이 보이고, 저탄소 에너지 활용 가능성도 보인다. 3분기 영업적자가 1조3000억원을 기록한 한전, 미수금이 1조5000억원이 되어가는 가스공사를 수수방관하는 현 정부는 아무래도 탄소저감 실천의 첫걸음을 떼기 싫은가 보다.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정부를 보고 싶다. 탄소저감과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을 누르지 않고 되살리는 것이다. 시장이 가장 효율적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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