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가 전기요금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업계를 대상으로 한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정산 기준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려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선으로 낙착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RPS의 최초 고정가격 적용시점을 기존 계약체결연도에서 발전설비 준공완료연도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변경을 위한 명분이 없는데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업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이를 철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가 이처럼 정산기준을 계약시점에서 준공시점으로 바꾸려 한 것은 원가보다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가중되면서 한전의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기요금은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마른수건 짜는 식으로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다 정산기준 개정이라는 꼼수를 찾아냈다는 후문이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최근 재생에너지 비용평가와 정산기준 변경 방향을 담은 재생에너지 비용정산 세부규정 개정안 공청회를 갖고 최초 고정가격 적용시점을 계약 단계에서 준공 시점으로 바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정산기준을 계약시점에서 준공시점으로 바꿀 경우 업체들로서는 이만저만한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다. 준공완공연도를 기준으로 최초 고정가격을 적용하면 사업불확실성이 증가해 자금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투자도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고정가격 적용시점을 계약일로 하지 않고 준공일로 하면 우선 시간적으로 간격이 생기는데다 사업시행상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 일쑤여서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사업시행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융기관은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의 정산기준 개정방침이 전해지자 재생에너지업계가 벌떼같이 일어나 개정에 반대했다.

산업부의 이번 RPS 정산기준 개정 해프닝을 보면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약간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상식적으로도 통하지 않는 정산기준 개정을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다.

산업부는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업계와 호흡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책상머리에서 세우는 계획은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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