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사실상 연중 경영평가에 목을 매고 있는 에너지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을 지켜보고 있으면 시쳇말로 웃프다. 기관의 기획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일선 사업조직의 핵심인력까지 수개월씩 경평보고서 작성에 차출되기 일쑤다. “보고서를 쓰느라 일할 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덕분에 보고서는 매년 두꺼워지고, 화려해지고 있다. 공들인 시간에 비례해 평가등급과 성과급은 나아질지 모르지만, 그만큼 업무공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경평 하나로 기획재정부의 볼모가 된 공공기관과 종사자수는 올해 기준 350여곳, 44만3300여명이다. 국가 재정과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이들기관이 자기평가를 위해 쏟아 붓는 세금이 얼마인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경평의 평가체계나 지표가 해당기관의 핵심 미션이나 대국민 서비스 질 개선과 일치하는지도 의문이다. 기재부의 획일적인 평가기준 탓인지, 엉뚱한 일에 공을 들이는 기관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현 정부의 에너지 공공기관이라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경평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기관은 전통시장과 사회복지시설로 몰려가 보도자료용 사진촬영에 바쁘다.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교수들이 해당기관이라도 방문하는 날이면, 입구에 환영 프랭카드가 내걸리고 장관급 이상의 의전이 준비된다. 부당한 지표라도 고치겠다고 용기를 내 기재부를 찾아가 하소연 해봐야 “수백 곳 평가하기도 바쁘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평인지, 이토록 비효율적인 경평은 누가 평가하고 개선해야 하는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경평 자체의 무용론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공공기관 종사자수와 부채는 매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누군가는 당연히 방만경영을 감시하고 경영성과를 챙겨봐야 한다.

하지만 종합영역을 벗어나 어차피 기재부가 챙기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는 전문영역은 주무부처로 평가를 이관하거나 종합평가와 이원화하는 게 낫다. 엉뚱한 숙제를 내줘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 공공기관의 힘을 빼고, 그조차 잘 알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현 체제는 경평의 애초 취지와도 거리가 멀 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기재부 경평을 경영평가해 전면 쇄신안을 만들 때가 됐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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