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한국탈핵에너지학회장, 동계학술대회서 지적
"모호한정책, 과장, 꼼수 배제하고 정직하게 접근해야"

▲이필렬 탈핵에너지학회 학회장(방송대 교수)이 2021 동계학술대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필렬 탈핵에너지학회 학회장(방송대 교수)이 2021 동계학술대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이투뉴스] 이필렬 한국탈핵에너지학회 학회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기반한 에너지전환을 이룩하려면 과감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되 모호한 정책이나 과장, 꼼수를 배제하고 정직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3일 서울 종로구 방송대 열린관 대강당에서 열린 '탈핵에너지학회 2021 동계학술대회' 세미나 발제에서 '한국의 에너지전환, 탈원전'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여기서 모호한 정책은 탈원전을 한다면서 원전을 수출하거나 소형원자로 연구에 수천억원을 지원하는 행위를, 과장은 달성하지 못할 각종 정책목표 제시를, 꼼수는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는 신재생에너지법 정의를 각각 말한다. 이 교수는 최근 국내서도 원전확대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우파는 물론 초기에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와 민주당에서도 원자력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이후 에너지전환이란 용어가 탄소중립에 밀려나고 있지만, 에너지전환은 탈원전과 탄소중립의 충분조건이자 핵심"이라며 "탈원전이 성공하려면 에너지전환이 필수적이고, 탄소중립도 에너지전환이 이뤄지면 저절로 달성된다"고 주지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전력시장의 완전한 자유화 ▶원전의 민영화 또는 민간 매각 ▶RPS(신재생공급의무화) 폐기 및 FIT(발전차액지원제) 전면시행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한전 등이 반발하겠지만 전력시장을 전면 자유화 하더라도 시장은 큰 혼란없이 서서히 바뀔 것이고, 한전의 불이익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개방을 통해 혁신을 이루면 에너지전환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에너지전환의 성공은 시민들의 공감과 적극적인 행동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러한 공감과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세부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독일은 에너지전환을 시작한 지 20여년만에 전력생산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는데, 그 비결은 2000년 재생가능에너지법 시행과 10만 지붕 프로그램 등으로 태양광발전이 급속히 증가한 덕분이다. 

독일 태양광 설비용량은 2005년 2.06GW에서 2010년 18GW, 2020년 53.85GW 순으로 크게 증가했고, 작년 발전량도 50.6TWh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태양광은 2016년 4.5GW에서 2019년 11.8GW로 2.5배 증가했지만 설비량이 9배 늘어나는데 5년이 걸린 독일과 비교하면 그 증가속도가 3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시민참여가 제한적인 RPS(신재생공급의무화)와 REC입찰제를 개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어떻게 하면 에너지전환을 향한 과감한 정책을 통해 전국민 사이에 에너지전환이 뿌리내리게 할지 고민하지 않고 기존 정책에 약간의 인센티브를 더하는 정도로 확대를 꾀한 결과"라며 "2030년까지 태양광이 대대적으로 확대되어야 에너지전환이 크게 동력을 얻을텐데, 지난 4년간 태양광 신규용량의 40%정도가 농지에 건설돼 반발과 부작용만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FIT가 2011년 폐기되고 RPS가 도입되었는데 독일 지원금을 준용했을 때 2019년의 태양광 지원금은 4500억원 정도로 정부 의지에 따라 전력산업기금으로 얼마든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독일 재생가능전력 구매보조금은 올해 기준 태양광만 15조원에 이른다. 탈원전과 탄소중립의 핵심조건인 에너지전환의 성공을 위해 과감한 정책을 세우고 상당한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현 정부의 탈원전 및 탄소중립 정책이 깊은 고민이나 단단한 지반없이 출발했고, 그래서 탈원전 정책 역시 여권내부에서 스스로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 여론과 국제사회의 흐름"이라며 "원전은 너무 위험하고 더러울 뿐 아니라 너무 비싸고 느리기 때문에 유효한 탄소감축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게 세계 반핵운동 네트워크와 최근 세계핵산업현황보고서(WNISR)의 주장이다. 국내 논의에는 이런 측면들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원전 진영에서도 신한울 3,4호기 재개말고는 이렇다할 복안이 없다. 탄소중립 정책에서 이런 원전 활용론의 한계와 문제점이 더 전면적으로 점검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는 에너지전환에 앞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 교수는 "탈원전에너지전환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과 생활양식, 제도라는 측면에서 전반적 개선이 필요하고, 그 중 인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문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려면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비용을 적절히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해 시행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탈핵에너지학회 임원진과 이사진이 3일 개최된 2021 동계학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탈핵에너지학회 임원진과 이사진이 3일 개최된 2021 동계학술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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