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 (사)물과 생명 이사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 (사)물과 생명 이사장
한무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사)국회물포럼 부회장
(사)물과 생명 이사장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코로나로 관중 없이 선수들만 프로 경기를 치를 때가 있었다. 열광하는 관중이 없으니 선수는 열심히 뛸 필요를 못 느끼고, 그러다 보니 경기도 재미가 없다. 진짜 재미있는 경기는 선수와 관중이 함께 뛴다. 선수들은 좋은 플레이와 묘기를 선보이고, 관중들은 응원이나 야유로 평가를 한다. 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환경부의 물관리 정책은 마치 관중 없는 경기에서 선수들이 뛰는 것과 같다. 관중들의 비판이나 건의는 듣지 않고 자기만의 룰을 가지고 시합을 한다. 정책을 결정할 때는 일부 편한 사람들만의 의견만 듣고, 세금으로 수행한 용역보고서는 공개 하지 않는다. 당연히 선수의 상벌이나 교체도 없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좋은 관중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삼류 경기와도 같다.

필자는 지난 2009년부터 이투뉴스의 지면에 110여 편이 넘는 컬럼을 쓰면서 물관리 분야의 좋은 관중을 만들어 가는 행운을 얻은 것에 감사한다. 필자가 물분야에서 45년 이상 체득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의 언어를 사용해서, 우리나라의 사례를 바탕으로, 숫자와 사례를 이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비유를 사용하였다.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나 가요를 패러디했다. 예를 들면, 비를 품은 땅, 가장 배부른 물 가장 재미있는 물, 우사부일체, 수세변기를 깨자, 짬짜면식 등은 제목만 보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잘 아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히딩크, 샤일록, 싸이, BTS는 물론 무예의 고수와 로마인도 등장한다. 홍수, 가뭄, 단수, 폭염, 산불 등과 같은 기후위기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도 그 원인의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열악한 조건이 최고의 기술을 만든다. 그렇다면 자연조건이 열악한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의 물관리를 만들 수 있다. 그 증거는 측우기와 벽골제이다. 볼록지형에 오목마인드라는 주장은 음양의 조화를 근거로 하였다. 오행의 수극화, 토극수를 이용하여 불을 물로 다스리고, 물은 흙으로 다스리는 법칙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우리에게 맞는 물관리가 필요하다(수토불이).

좋은 경기에는 훌륭한 관중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물관리 정책이라는 선수가 경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관전포인트 세가지를 제안한다.

첫번째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모든 물의 관리(모모모 물관리)이다. 이것은 빗물을 비롯한 물순환 과정에 있는 모든 물을 관리대상으로 한다. 모든 사람이 물의 소비자인 동시에 오염자이므로 모든 사람이 스스로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모든 사람, 자연환경, 후손까지 위하는 마음으로 물관리를 하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물관리는 모모모 물관리와는 거리가 있다.

두번째는 물절약이다. 상수공급에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탄소중립을 위하여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할 것은 절수정책이다. 구체적인 수치가 없는 물절약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시군, 또는 건물마다 연도별 목표숫자를 제시하여 매년 그 달성여부를 감시하여야 한다. 2030년까지 현재의 일인일일 물공급량 290리터를 230리터로 줄이는 목표를 제안한다.

세번째는 빗물관리이다. 빗물에 관한 5계명을 제안하였다. 빗물은 돈이다. 흩트려서 모으자. 위에서 모으자. 다목적으로 사용하자. 그리고 당신의 빗물은 당신이 책임진다. 이와 같은 원칙하에 각 지자체마다 빗물관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부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응하여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 목표가 불분명하거나 속도가 느려서 전혀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위의 세가지 관전포인트에 따라 청중들이 선수에게 상벌을 주거나, 교체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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