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기후변화라는 인류 생존의 문제가 커지면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이라는 단어가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지도 오래다. 이제 ESG경영은 어느 기업이나 갖춰야 하는 기본과제로 다뤄지는 분위기다. ESG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생물다양성, 물 관리 등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석유업계는 물 관리를 둘러싼 화제로 떠들썩하다. 특사경은 현대오일뱅크가 정유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현대OCI로 떠넘겼다는 단서를 잡았기 때문이다. 현대OCI는 오일뱅크로부터 원료를 받는 석유화학 자회사다. 또 현대오일뱅크 대산 정유공장과 현대OCI를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혐의 입증을 서두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폐수 페놀수치가 허용량을 넘었다거나, 폐수를 떠넘길 경우 처리비용으로 45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도 딸려나왔다.

반면 현대오일뱅크 입장은 다르다. 폐수유출이라고 하지만 하천으로 방류한 것이 아니라 대산화학단지 내 회사와 회사 간의 배관을 통한 공정수 이동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이나 피해자가 생길 여지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 폐수를 현대OCI에 떠넘겨 처리비용을 아낀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화학단지 내의 배관을 오가던 폐수가 현대OCI 배관을 거쳤을 뿐”이라고 밝혔다. 어디까지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간 불분명한 구분이 일을 키운 셈이다. 올해부터 야심차게 정유사업을 줄이고 블루수소와 화이트바이오를 키우겠다더니 비중만이 아니라 내부관리까지 소홀해 진 것 아니냐는 평도 있다.

하류부문인 주유소사업자 사이에서도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유사와 순망치한인 그들은 현대오일뱅크가 이번 사건으로 과징금이라도 물면 여파가 말단인 주유소까지 내려올지 모른다며 속을 썩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이미지가 급전직하할 경우 생산하는 윤활유 제품이야 대체가 있다손 쳐도 정유사 상호까지 갈아끼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공교롭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7년에도 예비심사를 신청한 바 있으나 국제유가 하락과 아람코의 지분투자로 중단됐다. 내부적으로는 “세 번째 무산은 없다”며 호기롭게 상장을 추진하는 모양새지만 예기치 않은 사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폐수처리체계를 재구축, 현대OCI가 사용할 용수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공업용수를 받아 쓰는 등 이원화 계획을 짜고 있다. 4대 정유사 가운데 한 축이 비록 소는 잃었지만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고치겠다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폐수논란은 단순히 넘어가기에는 에너지업계의 공룡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유사치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처리다.

정유사들이 너도나도 탈 정유를 외치고 있다. 화석연료 시대가 저무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에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정유사업이라는 근간을 벗지 못하고 있다. 미래 챙긴다며 곳간 허물지 않아야 한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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