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영 중앙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종영 중앙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종영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이투뉴스 칼럼 / 이종영]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2030년까지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하며 석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에 합의하였다. 불과 1주일 전만 하여도 합의문 초안에 담겼던 석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은 당사국총회 마지막에 인도와 중국 등의 반발로 무산되고, 석탄발전의 완전퇴출이 아닌 단계적 감축과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로 완화하여 합의되었다. 

기후위기에 대응은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현대적 산업국가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정부의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지정책은 신규 석탄발전사업의 불허가와 30년 이상 된 석탄발전소의 수명연장 불허가로 구체화됨으로써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50기 중 30기 폐기로 귀결되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목표로 추진되는 잔존가치가 있음에도 폐기되는 석탄발전 30기 중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전환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최근 폐기로 결정된 30년 이상 가동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잔존가치가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잔존가치가 남아있는 석탄발전소를 30년이라는 기동기간을 기준으로 처분되는 일률적 폐기는 합리적인 단계적 폐기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석탄발전소의 조기폐기로 천연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에 에너지공급 의존도를 높인 유럽은 전력공급의 불안을 단순한 예상이나 예측이 아닌 현실적으로 경험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전력공급의 불안성은 증대하고 있어,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율에 비례하여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시설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시설로 잔존가치가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비상시 전력공급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정부도 에너지정책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발전으로 전환하는 소위 에너지전환정책은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에너지정책이다.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30년 이상 사용한 석탄발전소 수명연장 허가의 거부는 에너지법에 속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대응은 환경정책과 환경법적인 영역이라고 한다면, 가동 30년이 경과한 석탄발전소의 폐기와 이를 위한 수명연장 허가의 거부는 에너지법의 영역이다.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의 기본원리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원리, 에너지의 안전성 보장원리, 에너지의 환경친화성 원리, 에너지의 경제성원리, 에너지이용의 효율성 원리를 그 핵심적인 가치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대응을 위하여 에너지부문에서 30년 이상 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일괄적인 폐기는 환경정책적인 관점보다는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적인 관점에서 재고돼야 한다. 

잔존수명이 상당한 석탄화력발전의 폐기는 기후변화대응의 관점이 아니라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의 원리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의 원리에 반한다.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의 원리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 기후변화대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방향을 정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전환정책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에너지법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를 기후변화대응이라는 환경정책으로 대체하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철학을 상실하고 있다. 이로써 에너지정책이 환경정책에 예속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10월 18일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문제가 발생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잔존가치가 있는 삼천포석탄화력발전소의 활용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성이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기에 따른 대체적 발전은 천연가스발전, 수소발전 및 재생에너지이다.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적인 관점에서 천연가스발전, 수소발전 및 재생에너지발전으로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충분하게 할 수 있을 때에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연장 불허가는 법적 정당성과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배출한다는 이유로 잔존수명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의 수명연장을 거부하여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하도록 하는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정책과 에너지법의 기본원리에 부합하지 않아서 그 정당성을 상실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잔존가치있는 석탄발전소를 준공 30년이상이 경과하였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폐기할 것이 아니라 순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석탄발전 폐기를 진행하는 국가도 전력공급 비상시에 대비해 일정 기간 석탄발전소를 예비 발전소로 준비하고 있다. 잔존가치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하게 폐기하지 않고, 블랙아웃과 같은 전력수급 위기가 닥치는 유사시에만 가동하도록 함으로써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비상시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잔존가치있는 석탄발전소, 소위 백업용발전소는 평상시에 가동하지 않더라도 발전설비를 가동 가능한 상태로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하여는 평상시에도 유지보수를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관련 전기사업법은 비상시에 전력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잔존가치있는 석탄발전소의 유지 보전과 해당 석탄발전소의 비상시 가동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의하면 30년 이상된 석탄화력발전소는 전력계통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수명연장 허가를 받지 못함으로써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없어 폐기된다. 그러므로 잔존가치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는 비상시 전력공급을 할 수 있는 발전시설로 활용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백업용 발전시설을 지정하고, 해당 발전시설에 대하여 전력거래소의 급전명령을 받아 전력계통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백업용 발전시설의 비상급전에 활용을 위해 해당 발전시설의 폐기금지를 위한 법률적 근거도 전기사업법에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발전시설의 유지로 인하여 얻게 되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해당 석탄발전소에 대한 편익보상을 위한 법률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