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기반 ‘수소’연계 분주, 투기자본 진입 따른 공공성 이슈화
LPG안전관리대행업 주도권 출구전략, 빨간불 켜진 가스냉방

[이투뉴스] 올 한해 가스산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변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진통을 겪었다. 그만큼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라는 거대한 파고에 대응하며 화석연료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지속성장을 꾀하려는 행보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인 셈이다. 

천연가스산업의 경우 수소유통전담기관인 한국가스공사를 주축으로 LNG기지와 연계한 블루수소 생산이나 LNG기반의 융복합충전소 등 수소경제 및 탄소중립과 궤를 같이 하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천연가스 시장을 둘러싼 정책적 변화는 여기저기서 감지됐다. 천연가스 비축의무량 상향에 이어 산정방식 개선을 통해 비축의무를 강화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으며, LNG 직수입자에 대한 조정명령 사항을 명문화해 LNG 수급과 관련해 사실상 조정명령 대상에서 제외됐던 LNG직수입자들도 국가통합수급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LNG직수입사가 회원사인 사단법인 ‘LNG 직도입협회’가 공식출범하면서 직수입 산업 진흥의 모멘텀이 기대된다. 아울러 LNG 벙커링, LNG 냉열사업 등 천연가스를 활용한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가 넓혀지면서 천연가스 시장을 둘러싼 민간기업과 한국가스공사의 주도권 쟁탈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자 물가안정 차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LNG 할당관세 0%를 적용했다. 할당관세를 내리면 그만큼 도입 원료비를 낮춰 가스요금 상승폭을 낮추고,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LNG 수입에 3%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수요가 늘어나는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동절기에는 관례처럼 2%의 할당관세가 적용되어왔다.

그동안 고속성장을 이어온 도시가스 부문도 변화의 바람이 거셌다. 맥쿼리자산운용이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발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사모펀드나 투기자본의 도시가스사업 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해 도시가스사업을 양수하려는 자는 해당 사업의 허가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한 것이다. 공공재가 투기자본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십수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겨우 가닥을 잡은 서울시의 도시가스 요금체계 개편은 또 다시 원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시가스사 간 수익편차로 투자회피가 심화되면서 서비스와 안전 등 소비자 편익이 훼손되는 걸 인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도 적극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현재의 총괄원가평균 방식에 따른 요금시스템이 안전관리나 서비스 측면의 신규투자를 외면하게 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내년 서울시의 정책 의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 형평성 차원에서 균형발전을 강조하며 활로를 찾는 LPG업계의 산고는 올해도 여전했다. 제주지역 LPG사업자를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돼 도시가스와 형평성 있는 LPG지원 정책을 요구하며 삭발과 집단시위, 1인 시위를 이어갔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진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LPG시설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원입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도시가스사업이 지자체 조례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LPG분야는 조례 제정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직접적 지원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은 조례 제정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전국 LPG판매사업자의 집단시위에 이어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상대로 민·형사상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 검토 등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우려가 컸던 LPG용기 차단기능형 밸브 사안은 출구전략을 찾은 국면이다. 극과 극으로 치닫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새로 개발한 밸브의 현장적용을 위한 시범사업에 LPG판매업계가 동참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양측이 논의를 이어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해 2월부터 법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LPG사용시설 안전관리업무 대행제도의 사업 주도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LPG판매업계와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샅바 싸움은 겉으로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하지만 수면 밑의 갈등은 여전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올해 경남 산청군과 경북 고령군에 LPG사용시설 안전관리업무 대행 시범사업을 추진하는데 맞서 민간의 자율적인 가스안전관리 기능 강화를 내세우는 LPG판매업계는 제주가스판매업조합이 제1호 대행사업자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이어 서울, 대구, 강원등 각 지역에서 대행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도 주도권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은 여전할 전망이다. 

기기 부문에서는 연초부터 보일러 제조전문사인 대성쎌틱이 롯데보일러를 인수하는 뉴스가 터져 나왔다. 프랑스 샤포토에모리社로부터 국내에 처음으로 가스보일러를 들여와 전국에 300여 개 대리점망을 구축하고 있는 대성쎌틱은 롯데보일러 인수를 통해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 확장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1호 가정용 보일러 제조업체로서 오랫동안 입지를 다져온 롯데보일러가 대성쎌틱에 인수되면서 가정용 보일러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국회 차원에서 여야 모두 보급을 촉구하고, 정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정책적 의지를 담으면서 기대가 컸던 가스냉난방(GHP)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은 이후 겨우 1년 만에 배출허용기준을 내놓았으나 여전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적인 측면에 비중을 둔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업계의 현실적인 기술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가스냉방 시장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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