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사업 진출 무산, HVDC 파행운영 수면위로

[이투뉴스] 전력·원자력계는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시도로 연초부터 어수선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 겸업을 금지한 현행법을 고쳐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허용하자는 주장이었다. 설마했던 여당발(發) 한전 발전사업 허용 방침 소식에 산‧학‧연은 술렁였다. 당·정이 에너지전환 철학과는 정반대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특히 학계는 판매 독점인 한전이 발전까지 진출하면, 망(網)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를 허용하기보다 한전을 전력망회사로 분리 독립시키는 한편 판매시장을 개방해 전력산업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역풍을 만난 한전 발전사업 진출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대통령의 노후 원전 조기폐쇄 공약을 이행하던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구속되고, 검찰까지 에너지정책 입안자들을 겨냥한 수사를 벌이면서 에너지정책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사정기관의 감사와 수사를 ‘민주주의 부정행위’(이필렬 방송대 교수)로 봐야한다는 지적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거나 “윤석열 총장은 그냥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두둔했다. 하지만 훗날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나란히 야당의 대선후보로 뛰어들어 현 정부 에너지정책을 맹비난했다. 

제주지역에서 본격화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Curtailment)은 전력시장제도와 계통운영 패러다임 전환을 재촉하는 기폭제가 됐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출력제한 횟수와 양이 점증하자 시장제도가 기존 전통화력 발전기 중심이어서 그 피해를 풍력·태양광이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문가들은 RMS(재생에너지통합운영시스템)을 서둘러 도입하고 출력 변동성에 따라 수요가 반응할 수 있도록 전력 도·소매 시장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한전은 9월부터 제주에 계시별(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시행하고, 제주도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해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접 거래를 특례로 허용하기로 했다. 또 재생에너지 계통수용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ESS를 확충과 경부하 시간대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열이나 수소 등으로 전환하는 섹터커플링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주와 육상은 계통여건이나 전력소비 행태 등이 판이하게 달라 제주사례를 육상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전이 해외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준공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이 올해 들어서만 모두 9차례나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키며 파행 운전하고 거듭하자 직류송전망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증폭됐다. 북당진~고덕 HVDC는 1월에만 제어기오동작으로 세차례 정지했고, 6월에는 보조계전기 불량으로, 7월에는 DC실 일시적 섬락과 제어기 고장과 냉각시스템 결함 등으로 한 달에 세 차례나 최장 12시간 셧다운 됐다. 8월 들어서는 변압기 고장으로 열흘 이상 운영에 공백이 생겼고, 10월로 예정된 연차점검을 9월로 앞당겨 전면 정비를 벌였지만 아직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같은 기술과 설비로 동해안 원전 생산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10조원 규모 대형 HVDC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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