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개화는 빨라지는 대신 가을단풍은 늦어지는 변화 확인
국립수목원-서울대, 10년간 관측된 식물계절 변화결과 발표

▲산철쭉의 식물계절 변화 양상(2010∼2019년)
▲산철쭉의 식물계절 변화 양상(2010∼2019년)

[이투뉴스] 기후변화로 인해 봄철 이파리가 나오는 날짜와 꽃 피는 시기가 빨라지는 대신 가을철 단풍 및 낙엽이 지는 시기는 점차 늦어지는 등 우리나라 계절시계에 이상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최영태)은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계절시계’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점점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에 발표했다.

식물계절(개엽, 개화, 단풍, 낙엽 등) 변화는 온도 등 주변 환경변화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식물의 생리작용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국립수목원과 공립수목원 9곳은 전국 50개 관측지점에서 식물의 계절변화를 2009년부터 매주 관측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 25종의 식물계절 변화 관측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봄철 식물의 잎이 펼쳐지는 시기는 앞당겨지고, 가을철 단풍은 늦어지면서 식물의 연간 생육기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결과를 담고 있다.

활엽수 잎의 펼쳐지는 시기는 10년 동안 13일(연평균 1.34일) 빨라졌으며, 단풍이 드는 시기는 3.7일(연평균 0.37일) 늦어졌다. 또 침엽수의 봄철 화분 비산(꽃가루 날림) 시기는 13일(연평균 1.37일)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지구적 측면에서 북반구의 식물 생육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지만 한반도 산림의 자연식생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장기 관측 결과를 분석한 논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빨라지는 봄과 늦어지는 가을의 식물계절 현상과 연장된 식물 생육기간처럼 산림의 계절시계 변화는 먹이사슬, 물과 에너지 흐름 변화를 초래해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반대로 대기 중의 탄소흡수를 증가시켜 지구 온난화를 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10년간의 식물계절 변화는 계절적 평균온도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개엽의 경우 봄철 평균기온이 1℃ 올라가면 3.6일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단풍은 가을철 평균기온이 1℃ 올라가면 1.5일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공립수목원의 식물생장 관측자료는 다양한 종에 대한 변화 양상을 살펴볼 수 있어 기후변화에 따른 종다양성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관측을 주도하고 있는 손성원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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