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도 에너지 정책·시장 변화 급물살

1.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동 걸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법으로 규정한 열네 번째 나라가 됐다. 기후·환경·에너지부문 최상위법인 녹색성장기본법에 탄소중립 관련 내용을 추가, 탄소중립기본법을 9월 제정·공포했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까지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배출량 대비 40%로 확정하는 한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역시 국내 순배출 제로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한편 대장정의 시작을 알린 것이란 평가다.

2. 국제유가 80달러로 반등, 역대급 유류세 인하
10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점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를 단행했다. 12월부터 6개월 간 유류세를 20% 감면하기로 결정하면서 휘발유는 리터당 164원, 경유는 116원, LPG는 40원 내렸다. 정부는 2008년에는 2개월 동안 10%, 2018년은 10개월 동안 15%, 2019년은 10개월 동안 7%를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80달러대의 고유가가 무색하게도 11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10달러 가까이 급락, 당분간 국내 석유제품 시장도 큰 가격인상 요인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일부에선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너무 빠르게 선심성, 포퓰리즘성 정책을 꺼내든 것 아니냐는 쓴 소리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를 결정하고 주유소를 찾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류세 인하를 결정하고 주유소를 찾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3. 전력계통난 심화…길 막힌 에너지전환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정책과 2050 탄소중립 목표 설정으로 전국 도처에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사업 개발이 추진됐으나 전력계통이 적기에 확보되지 못해 계통접속 대기물량이 3GW가량 적체됐다.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 출력제한(Curtailment)으로 발전량의 4%가량이 송전되지 못했다. 재생에너지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력망 확보 탓이다.
한전은 ‘재생에너지 수용능력 제고를 위한 적기 송전망 확충’을 목표로 9차 장기 송·변전계획을 수립해 재생에너지 전력망 접속 여건을 대폭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2034년까지 29조3170억원을 투자해 송전선로 1만173c-km와 변전설비 12만352MVA를 확충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 시도가 무산된 한전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행동에 나설지는 의문이란 시각도 있다.

4. 첫걸음 내딛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오랫동안 구호로만 외쳐왔던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로드맵이 올해 처음 나오는 등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분산화를 비롯해 분산에너지 지원제도, 통합발전소 도입, 분산에너지 친화적인 시장·제도 개선 등의 정책방향도 내놨다.
특히 전력계통영향평가제 신설을 비롯해 통합발전소(VPP), 전력거래 특례 및 특구 지정, 분산에너지 설치의무제도 도입, 분산편익 보상 강화 등을 담은 분산에너지특별법도 국회에서 발의됐다. 다만 국회에서의 법안 논의가 지연되는데다 전력·신재생과 겹치는 내용도 많아 향후 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 지 주목된다.

5. 中 수출제한으로 국내 요소수 품귀사태
석탄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이 석탄을 이용해 만드는 요소의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요소의 90%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국내 요소수 제조업체, 나아가서는 물류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요소수는 경유차 질소산화물(NOx) 정화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경유차는 요소수가 바닥날 경우 운행조차 힘들다.
패닉에 빠진 경유차 운전자들이 뒤늦게 요소수 구매에 나서면서 요소수 가격은 10배 이상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요소 수출을 제한한 중국에 수입재개와 빠른 수출검사를 요청하고, 각국 KOTRA를 통해 협조를 구했다. 또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수로 제조할 수 있도록 하고, 매점매석 단속에 나서는 등 대처를 쏟아냈다.

6. LNG직수입 급증…‘LNG직도입협회’도 출범
LNG직수입자가 매년 늘어나 현재 14개사에 이르고, 갈수록 그 물량이 급증하며 천연가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2005년 33만톤으로 전체 수입의 1.4%에 그쳤던 LNG직수입 물량은 2019년 730만톤으로 전체 물량의 17.8%를 차지한데 이어 지난해는 920여만톤에 달해 전체 LNG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2.4%에 이른다. 그만큼 천연가스 도입 부문에서 민간기업의 비중이 커진 셈이다.
올해 LNG직수입사를 회원사로 하는 사단법인 ‘LNG직도입협회’가 공식출범한 게 이를 방증한다. 정부도 협회에 LNG 벙커링, LNG 냉열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 발굴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체제는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광양 LNG터미널 전경.
▲광양 LNG터미널 전경.

7. 한국형 RE100제도 도입…국내기업 RE100 가시화
산업부가 올해 초 한국형 RE100 제도 도입을 예고하며 RE100 활성화를 위한 길이 열렸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발전사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소비기업에게 직접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전기사업법 개정안도 10월 시행되면서 녹색프리미엄, REC구매 등 RE100 달성방안도 다양해졌다.
다만 제도 시행 후 녹색프리미엄 입찰물량 1만7827GWh 중 1455GWh만 판매되는 데 그쳤다. 여기에 8월 개장한 REC 거래시장 역시 12월 현재 거래건수가 21건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해 한국형 RE100 시장이 안착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8. 원자력발전량, 차기정부까지 증가세 불가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자력발전량은 2018년 13만3505GWh에서 지난해 16만184GWh로 증가했고, 같은기간 원전이용률도 65.9%에서 75.3%로 10%P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까지의 원전 이용률은 76.4%에 달한다. 국내 전체 원전대수 및 설비용량도 2017년 24기 22.5GW에서 작년 6월 현재 22기 23.2GW로 대수는 2기 줄었으나 설비용량은 700MW 늘었다.
경북 울진에 건설 중인 신한울 1호기가 내년초 준공되면 전체 설비용량은 23기 24.6GW로 역대 최대값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추세는 차기정부인 2024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023년 신한울 2호기 1.4GW, 2024년 신고리 5호기 1.4GW, 이듬해 신고리 6호기 1.4GW 등 모두 4기 5.6GW가 추가 준공돼 27.3GW로 증가하게 된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모습.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1, 2호기 모습.

9. RPS 의무비율 확대…고정계약 입찰價도 상승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공급비율을 2030년까지 25%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10월부터 시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행령을 통해 내년부터 의무비율을 12.5%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동안 숙원이었던 REC 수급불균형이 해소되고, RPS 계약시장도 한층 확대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제도 개선으로 고정가격계약입찰 경쟁률이 1.59대 1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오랫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REC 가격도 현물시장과 계약시장 모두 동반상승하는 등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10. 대기오염물질 배출 논란 휩싸인 가스냉방 GHP
전력피크 수요 대체와 에너지원 간 균형발전, 온실가스 저감 등 국가에너지효율 측면에서 효과가 분명하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았던 가스히트펌프(GHP) 보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 초·중·고교에 설치된 GHP를 가동할 때 질소산화물이나 메탄 등 대기오염물질이 나와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슈화되면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뒤늦게 GHP 배출허용기준(안)이 담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나 환경적 측면과 현실적인 기술력의 간극으로 또 다른 논란이 빚어지면서 GHP 시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투뉴스 특별취재팀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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