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연료전환'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착공 눈앞
"거창한 전력공급보다 음성 지역경제 활성화"

▲충북 음성군 음성읍 평곡리 음성천연가스발전소 부지
▲충북 음성군 음성읍 평곡리 음성천연가스발전소 부지

[이투뉴스] 지난달 7일 충북 음성군 음성역 인근 음성천(陰城川). 둑방 건너편으로 초겨울 햇볕이 내리쬐는 평곡리 일대가 평화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가을걷이를 끝낸 9만8000여평의 논밭이 음성천연가스발전소 건설예정지다.

그런데 주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민 예닐곱 명이 농로에 설치한 컨테이너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마을을 오가는 외부인들을 통제할 목적으로 만든 초소다. 길을 안내한 육심선 동서발전 음성그린에너지건설본부 차장은 “업무차 마을을 방문했다가 반대 측 트랙터에 길이 막혀 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면서 “지금은 직접 대화가 어렵더라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음성천연가스발전소가 주민수용성 저하 문제를 딛고 올 상반기 첫삽을 뜬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발전소 건설 유치에 나선 지 8년, 전력계획에 이름을 올린지 5년만이다.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인‧허가를 끝내고 마지막 관문에 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건 작년 9월이다.

흔한 가스발전소가 하나가 추가 건설될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성천연가스발전소는 의미가 남다르다. 애초 이 발전소는 당진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석탄화력(당진에코파워)이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신규 석탄화력 원점 재검토 대상 9기 의 하나로 포함돼 그해 말 8차 전력계획에서 후보 중 유일하게 연료전환(석탄→LNG)이 결정됐다.

계획대로 공사를 강행한 나머지 신규석탄이 온실가스 규제 강화로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것과 처지가 뒤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석탄화력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가스발전은 적자를 보는 발전사업으로 통했다.

입지가 갖는 상징성도 크다. 기존 가스발전소는 주로 전력수요가 많고 환경민감도가 높은 대도심이나 신도시 등에 들어섰다. 하지만 동서발전은 일찍이 충북 내륙 음성군에 눈독을 들였다. 주민들이 유치추진위를 꾸릴 만큼 수용성이 좋았고, 전력망(음성변전소)과 LNG공급시설(원남관리소)도 예정부지와 각각 2.3km, 1.3km로 가까웠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완공 조감도 ⓒ동서발전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완공 조감도 ⓒ동서발전

동서발전이 새 부지를 처음부터 수용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도 처음이다. 충북도와 음성군 입장에서도 발전소 유치는 여러모로 ‘남는장사’로 받아들여졌다. 충청도내 발전설비와 전력자립률은 2020년말 기준 각각 1409MW, 6%로 광역시‧도 가운데 설비량은 제주(1645MW)보다 적고 자립률은 전국 최저수준이다. 산업단지 16곳을 신설하려는 도(道) 계획을 실현하려면 안정적 전력수급이 필수다.

음성군으로선 지역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구통계를 보면 2016년 9만7787명이었던 음성군 인구는 매년 1000여명씩 줄어 2020년말 9만3153명까지 감소했다. 그나마 인구의 9%는 지방산단과 농촌일을 돕는 외국인이다. 발전소가 준공되면 상주인력과 협력사 인력, 가족 등 약 720여명이 음성군으로 유입된다.

세수증대 효과는 덤이다. 오는 2024년 1호기(561MW), 2026년 동급 2호기가 준공돼 가동에 들어가면 군은 연간 지방세 수입의 4%에 해당하는 30억원을 매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지방세 납부기준 기존 지역내 최대 기업인 DB하이텍의 약 4배 규모다. 발전소 건설·운영기간 예상 주변지역지원금과 지방세수 증대효과는 약 1360억원이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전체 사업비는 1조2000억원이다.

이영찬 동서발전 음성그린에너지건설본부장은 “지금도 초저녁만 되면 읍내 상가가 모두 문을 닫아 캄캄하다. 거창한 전력공급 안정이 아니라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음성의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라며 "향토기업이란 표현은 쓰기 어렵겠지만,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주민들에게 건넨 약속이나 제안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음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인터뷰] 이영찬 동서발전 음성그린에너지건설본부 본부장
"가스발전도 농촌은 원전·석탄처럼 직고용 허용해야" 

▲이영찬 본부장
▲이영찬 본부장

이영찬 초대 음성그린에너지건설본부장은 2020년 12월 찬바람을 맞으며 음성땅을 처음 밟았다. 발전소 유치 활동을 펴다가 반대운동을 시작한 주민들이 있을 정도로 수급계획 반영 이후 2년의 공백은 컸다. 그는 반대 측 어르신들을 찾아뵐 때마다 주저없이 콘크리트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돌아가신 선친이 떠올랐고, 갈등의 실타래를 풀려면 인간적 교감이 먼저란 생각에서다. 

반응은 차가웠다. 반대 주민간에도, 마을끼리도 입장이 달랐고 때로 반목했다. 중재자로 나서야 할 지자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끌었다. 이 본부장은 난마처럼 얽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강온 양면전략을 폈다. 대화가 전제된다면 인내하며 기다리되 전력사업 특성상 무한정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했다. 부지수용과 공사를 1,2단계로 나눠 완충지대를 만든 이유다.

이 본부장은 "시간이 부족하지만 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하는 40년간 지역기업인거다. 반대하시는 분들이라도 반목해 좋을 것 없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 제안하고 있다. 발주법 지원사업 이외에 별도재원으로 6개 마을 50억원 규모의 지역수익사업비를 책정했고, 추가사업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작년 중순 음성그린에너지본부는 지역내 16개 상인회 등과 비영리사단법인을 만들어 발전소 건설 및 운영단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협의체를 통해 발전소 건설·운영과정에 지역업체가 최대한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기존법의 한계는 분명하다. 주민들은 실질적인 지역주민 직접 고용 등을 원하지만, 이는 원전과 석탄화력만 가능하고 가스발전은 불가능하다.

이 본부장은 "가스발전도 읍·면 단위 농촌지역에 들어서는 경우 원전·석탄처럼 인력 직고용을 허용하고, 입찰 시 일정금액 미만은 지역업체로 묶을 수 있도록 발주법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지역수용성 확보를 위해 가장 좋은 건 지자체가 나서주면서 법적인 설명회 외에 지역주민들과 처음부터 접촉해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시대에는 발전공기업도 조직문화와 인사제도를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부는 이태전 발전소 부지 수용업무를 맡을 직원 4명을 공모로 선발해 직접 현장에 투입했다. 동기부여가 된 이들은 야간이나 주말 가리지 않고 토지주가 원하는 시간에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진정성을 갖고 소통했다. 역대 가장 단시간에 수용업무를 마무리 한 비결이다.  

이 본부장은 "과거처럼 부지를 다 확보해놓고 발전소를 짓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건 땅짚고 헤엄치는 일"이라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려면 조직문화와 인사제도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공기업에서 하던 관행적이고 불필요한 일이 아니라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하되 인력관리나 정원제도 직군이 아니라 직무중심의 자율정원제나 공모정원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반대 소식에 음성그린에너지건설본부는 동서발전 안에서도 '가면 고생하는' 기피본부가 됐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인사이동 때 연장근무를 자청했다.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기왕 시작한 일이 기반을 성공적으로 닦는 걸 지켜보기 위해서다.  

올해는 사업초기부터 겪은 단계별 민원대응 사례를 백서로 엮는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전국단위 재생에너지 사업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 본부장은 사내 후배들에게 "리더가 방향의 가이드라인은 잡아줄 수 있지만, 각자 처한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지 길을 개척하는 건 본인 몫"이라며 "이제 전력산업은 과거처럼 진입장벽이 있는 곳이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지말고 빠르게 변하는 전력산업 환경을 항상 주시하면서 작은 것부터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음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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