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M메탈스 & 문석진 호주ASM 아시아총괄사장
제3국에 떠넘기던 희토류, 국제 전기차 생산 늘면서 문제 커져
"한-호 수교 60주년…4차 산업혁명 대비해 희소금속 논할 때"

▲KSM메탈스에 대해 설명하는 문석진 ASM 아시아총괄사장.
▲KSM메탈스에 대해 설명하는 문석진 ASM 아시아총괄사장.

[이투뉴스] 호주의 통합원자재 기업이자 금속생산기업인 ASM은 최근 한국법인 KSM메탈스와 충북 오창공장 설립을 끝냈다. KSM은 희토류, 지르코늄, 티타늄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소재들의 주요 공급원으로 기능하면서, 한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공급망 위험을 감소시킬 계획이다.

KSM은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오창공장을 방문해 네오디뮴, 티타늄 생산시설을 둘러보는 등 주목을 끌고 있다. 또 한국-호주 자원협력을 원활히 해 줄 다리의 역할도 기대된다.

“준비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성공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KSM 대표를 맡고 있는 문석진 ASM 아시아총괄사장은 ASM이라는 기업의 사고방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ASM이 현재 추진하는 더보 프로젝트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더보 광산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지르코늄, 희토류, 니오비움, 하프늄을 가공해 다양한 고가공 산화물과 금속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자원개발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SM의 전신인 알케인리소스는 1980년대 후반 금광을 탐색하던 중 더보 광산을 발견했다. 1000만평 정도의 땅에서 다양한 광물이 포함된 마그마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곳은 매우 다양한 광종이 나오는, 지질학적·화학적·기술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광이다.

ASM은 재정적으로 탄탄한 회사기 때문에 희토류 붐이 일어났다고 해서 투자를 받아 더보 광산을 개발하기 보다는 시간을 들여 자비로 개발하는 방향을 선택해, 프로젝트가 현재 수준에 도달하는데 20년이 걸렸다.

◆“호주 원자력연구소와 협력해 환경문제 해결”
희토류를 다루는 이상 환경문제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환경문제에 대해 묻자 문 사장은 “실제로 희토류는 우라늄과 사촌관계다보니 개발에 방사성 폐기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게다가 광석에서 폐기물을 빼버리고 순수한 금속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제하는 과정에서 염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생산 공장인 캘리포니아 MP머티리얼스는 전세계 희토류 15%를 공급할 정도였으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생산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문 사장은 “환경문제로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3세계, 특히 중국이 싸게 정제해주겠다며 오퍼를 넣으면서 막대한 양의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하게 된 것”이라며 “중국의 희토류 산화물 생산량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90% 달한다. 이 중 중국이 가진 자원으로 생산한 것은 30%로, 나머지 60%의 희토류 산화물은 해외에서 받아온 물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부가가치를 높이려 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희토류를 정제해 만든 산화물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정부가 희토류 산화물이 아니라 희토류 자석 완제품을 판매하면서 단가가 올랐는데, 여기에 각국이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막대한 금액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다.

이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의 희토류 기업인 라이너스 역시 말레이시아 공장을 개발했지만, 말레이시아가 2023년부터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원광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싼 가격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3국에 버려왔는데 그 길이 막힌 것이다.

문 사장은 “하지만 KSM 오창공장은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와는 많이 다른 상황”이라며 “저희는 호주 원자력과학연구소(ANSTO) 내부에 실증공장을 세워 연구를 추진한 결과, 더보 광산 채굴현장에서 바로 산화물까지 정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희토류 원광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은 호주 자국 내에서 처리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희토류 산화물은 한국으로 들여와 완제품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KSM메탈스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KSM메탈스를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


◆“밸류체인 없는 한국, KSM이 이끌겠다”
의아한 것은 호주 기업인 ASM이 비교적 가깝고 관련 밸류체인이 잘 정비된 일본보다 한국에서의 사업을 추진한 점이다.

이 의문에 문 사장은 “실제로 ASM도 한국 사업을 추진하면서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한국의 희토류 관련 사업은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희토류 밸류체인 자체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거기에서 ‘차라리 우리가 금속생산까지 밸류체인 전부를 끌고 가자’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며 “저희 입장에선 매우 리스키한 결정을 하게된 셈”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희토류 밸류체인 기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시장이야말로 블루오션으로 보였다는 설명이다.

물론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만 보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문 사장은 2016년부터 충남대의 ‘고융점금속에 대한 친환경적 환원 연구’에 투자를 계속 해온 점도 이유로 꼽았다. 호주에서는 2012년부터 국책과제로 먼저 추진하던 연구였는데 원리확보에 애를 먹어 실패를 거듭하다가 충남대가 학계에 발표하는 것을 보고 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대만 역시 투자처로 물망에 올랐지만 반도체 하나에 치우친 산업구조를 가진 대만보다는 산업전반이 더 튼튼한 한국을 골랐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문 사장은 최근의 한국-호주 간 자원분야 협력에서 KSM이 떠오르기 시작한 일에 대해 “한국과 호주 정부는 수소분야 협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였지만 희소금속에 대해선 오리무중이었다”며 “ASM이 채광부터 금속생산 등 관련 밸류체인 준비를 갖췄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KSM메탈스 직원이 희토류 산화물을 나르고 있다.

◆“자원외교, 움츠러들면 일본에 빼앗긴다”
호주가 희토류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중국과 일본 간에 시작된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분쟁이 계기가 됐다. 특히 2010년 중국인 선장이 일본 해경에 체포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점이 꼽힌다.

문 사장은 “아무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이 발전한 일본이라도 희토류는 전부 중국에 외주를 주고 있었기 때문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며 “이후 일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기구(JOGMEC)가 대안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게 호주 라이너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일본은 차이나 리스크를 겪은 뒤 대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한국은 반도체·전기차 등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음에도 밑바탕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고 아쉬운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호주에서 생산한 원료를 한국에서 제품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탈(侻)중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관세 등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여러 마케팅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지점을 차지했다고 판단한다”고 흉금을 털어놓았다.

문석진 사장은 “한국과 호주는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았고 그만큼 긴 시간 동안 한국은 호주로부터 철강부터 석탄까지 많은 양의 자원을 수입해왔다”며 “하지만 호주가 한국을 바라볼 때는 그 중요도가 늘 중국, 일본 아래 있는 국가였다”고 말했다.

문 사장은 “그런데 요 근래 중국이 가진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한국의 위치가 격상했다”며 “하지만 과거의 자원외교 투자실패 등에 연연해 움츠러든 모습만 보이면 기회가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 철광석에 한정한 교역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 아래서 희소금속 등을 논해야 할 때”라며 “자원부족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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