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지원과 천연가스 네트워크 활용이 수소경제 견인

‘천연가스+수소 겸용 배관‘ 에너지 공급 안정성·안전성 확보
최종목적은 그린수소…EU도 블루수소 기반으로 단계적 진입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한국가스학회 회장)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한국가스학회 회장)

[이투뉴스] 탄소중립시대를 선도할 핵심수단으로 부상한 수소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국가 간 협력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강점을 갖고 탄소국경세로 역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EU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에 이어 수소경제 안착에 필요한 구체적 어젠다를 담은 ‘수소경제 이행기본계획(2021.11.26.)’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비전과 전략 15대 과제 중 하나인 배관망 구축의 핵심은 단계별 수소 배관망 구축 로드맵에 있다. 수소 혼입 실증을 통한 2025년까지 거점화, 2030년까지 거점지역 기반 확대로 LNG배관망과 연결 후, 2050년에는 5개 권역별 배관망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유럽의 수소정책 동향을 살펴보고, 천연가스 네트워크를 수소경제에 활용하는 시사점을 찾아본다.

◆유럽 청정수소동맹과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EU는 현재의 수소 에너지믹스 2%를 2050년까지 13~14%까지 달성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그린수소 생산 투자비는 1800억~47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2020년 7월에 발표한 EU 집행위원회의 ‘EU 수소전략(Hydrogen Strategy)’은 탈탄소화와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자, 연구개발 등을 통한 녹색수소 생산 및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청정수소기술이 성숙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단기간 내 수소생산량 증대를 위해 화석연료를 이용한 기존방식의 수소생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탄소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기술을 이용하여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최소화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EU집행위는 과잉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전기분해에 이용하여 생산단가를 낮추고, 생산과정부터 소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의 상용화를 위해 생산인프라 구축 3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1월에는 덴마크의 100㎿ 규모 그린수소 프로젝트(일명 Green Hyscale 사업) 건설을 위해 3000만 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수소경제를 향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단계별 전략 이행을 위해 ‘유럽 청정수소동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이 출범하여 저탄소 수소 생산, 운송 및 유통을 통합하고, 2030년까지 청정수소 생산 및 이용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실행 가능한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7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포함하는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2021년 11월 제3차 수소포럼에서 공개됐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화학, 정제, 철강, 운송에 수소가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전역에 있으며 많은 프로젝트가 2025년 말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영국의 혁신, 천연가스 네트워크 100% 수소전환
영국 등 유럽 21개 국가는 2021년 4월에 12개 유럽 천연가스 수송망운영자(TSO)가 참여하는 ‘유럽 수소배관망 구축 로드맵(2040 European Hydrogen Backbone)’을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내셔널 그리드 등 유럽의 11개 대규모 에너지공급회사가 참여했으며, 탄소중립을 위해 2040년을 목표로 3만9650km의 천연가스 배관망을 수소배관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영국은 녹색산업혁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산업, 교통 및 전력 부문의 저탄소와 수소의 효율적 공급을 위해 수소도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32년 목표로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100% 수소 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수소생산-수송-저장-CCS-활용(가정, 산업용) 등 전 단계에 기존 천연가스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H1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H1 프로젝트 관리는 ofgem(영국의 전력가스산업 규제기관)이 자금조달 등을 총괄하고 있으며, 실증사업에는 Northern Gas Networks 등 4개의 지역 천연가스 공급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협업기관으로 Health and Safety Executive(HSE, 영국 보건 안전청)와 DNV(세계 최대 선급협회)가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리즈시티를 2030년까지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해 수소로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수소도시 전환 계획인 ‘Leeds City Gate Project’를 추진 중이다. 수소 수송에 기존 가스배관을 이용하면 가장 비용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기존 천연가스배관으로 가스를 공급하여 생산시설(Steam Methane Reformer+CCS)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한 이후 강재배관을 PE 등의 수소배관으로 전체 교체 및 추가 설치하는 등 수소 전용배관을 구축하여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에 수소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독일, 수소분야 국제협력에 매진
독일은 2020년 6월에 채택한 국가 수소전략(NWS, National Hydrogen Strategy)의 실현을 위해 향후 90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으로, 이 중 20억 유로를 청정수소 수입을 위한 국제협력 프로젝트에 지원한다. 일조량이나 풍력 등 자연조건이 우수한 국가에 청정수소 생산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수소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된 수소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칠레, 호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칠레와 협력 중에 있다.

이 가운데 ‘독일-스페인·이베리아반도 수소협력 프로젝트’는 스페인에서 청정수소를 생산해 기존 가스 파이프라인을 통해 독일, 프랑스 등지로 수송하기 위한 ‘HyDeal’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HyDeal’ 프로젝트는 빠르면 202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그린수소 생산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스페인에 95GW급 태양광 발전소와 67GW급 전해조 시설을 건설해 연간 360만 톤 규모의 그린수소를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0%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 해상 수소플랫폼을 건설하여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유럽 최대 그린수소 프로젝트인 NortH2 가 추진되고 있고, 생산된 수소는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할 계획이다.

Eurogas의 경우에도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수소의 혼입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20% 이상의 수소가 필요한 경우 전용 공급망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2020년대에 수소혼합 공급과 관련한 제도적·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 수소는 그린수소 또는 블루수소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하며, 2050년 기준 수소 수요의 상당 부분(30~45%)이 개질 수소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에 바이오메탄, CCS 기술까지 접목될 경우 2050년 기준 가스에너지의 온실가스 감축은 89%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수소경제 조기진입을 위한 시사점
EU 각 국들의 사례에서 수소는 탄소중립의 핵심 정책,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한 우리의 입장에서 수소경제 조기 진입을 위한 시사점이 크다.

우선 추진 중인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유럽 집행위원회의 예산이 지원되는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소의 대규모 유통에 천연가스 네트워크가 핵심 수단이라는 점에는 모든 국가가 동의하고 있고, 천연가스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하거나 이미 운영하고 있다. 또한 수소의 형상에 대해서는 종국에는 그린수소가 목적이지만, 재생에너지가 발전한 EU도 블루수소를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지원과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활용이 수소경제의 조기 진입과 성공적 안착을 앞당길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2040 European Hydrogen Backbone’이나 영국의 ‘H1 프로젝트’와 같이 기존의 천연가스 인프라는 수소 운송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먼저 기존배관망에 대한 낮은 수준의 수소 혼입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점진적으로 혼입비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장기사용배관에 대한 재투자의 경우에도 수소경제에 대비해야 한다. 장기사용배관을 수소배관으로 교체하고, 수소 공급시점까지는 천연가스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해외 수소 도입 등 수소사업 여건이 성숙하면 수소 공급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수소겸용배관(Hydrogen Ready Pipeline)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투자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천연가스 네트워크가 우리나라의 수소경제를 견인하고, 탄소중립 시현에 공헌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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