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석유 컨퍼런스’서 미래전략 모색
생산자 된 미국, 분쟁개입 가능성 낮아

▲권오복 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장은 탄소중립 추세에도 석유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권오복 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장은 탄소중립 추세에도 석유수요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투뉴스] 재생에너지 증가해도 인구 증가로 석유수요가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오복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21일 온라인에서 개최된 ‘2021 석유 컨퍼런스’에서 ‘국가별 탄소중립과 세계석유수급 동향 및 전망’이란 주제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센터장은 석유수요는 상당기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투자는 계속 위축되고 있어 공급부족 리스크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4년 8000억달러가 석유 상류부문에 투자됐지만 2020년에는 3300억달러까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투자의 성과가 나타나는데는 약 10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럽과 미국의 과거사례로 살펴봤을 때 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석유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제 유럽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0년 기준 20년 전보다 12배 증가했지만 석유소비는 하루 1620만배럴에서 1490만배럴로 8% 감소하는데 그쳤다. 미국 역시 20년 사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6배 증가했지만 석유소비는 2360만배럴에서 2350만배럴로 0.2% 줄었을 뿐이다.

중국 사례는 더 극단적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00년 제로(0)였지만 지금은 EU 전체 발전량과 맞먹는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매년 30.5%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국의 석유소비도 가파른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권 센터장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인구증가를 지목했다. 2000년 이후 세계 인구는 연평균 1.2%씩 증가해 왔고, 원유소비 역시 1.3%씩 거의 동일하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세계인구가 2057년 100억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석유수요 증가는 필연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의 석유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석유수요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을 주도하는 유럽의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OECD 국가의 석유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운송용 에너지의 경우 대체가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석유는 주로 운송용연료로 사용되는데 도로·수송 44%, 항공 7%, 선박 및 철도 6% 등 60%에 달하지만 전기차로는 단기간 대체가 없고, 특히 항공이나 선박용 연료의 경우 대체자원이 사실상 없다고도 했다.

권 센터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가산업단지의 탈탄소화가 필요하다”며 “석유수요가 견고한 상황에서 상류부문은 매우 부진해 수급불균형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석유수요는 단기간에 감축되기 어렵다”며 “탄소감축을 위한 CCS 개발 등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석유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
▲석유 컨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

◆지정학접 대립 여전…잠재 위협에 선제대응 해야
‘성공적인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석유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이재승 고려대 교수는 “우리는 석탄, 석유, 가스에 기반한 산업화의 시기에 살고 있었는데 이제 탄소중립이 커다란 화두로 등장했다”며 “중심에 있던 석유가 어떤 도전을 받게되고 어떤 미래에 대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탈탄소, 탈화석연료 추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특히 수송분야의 석유수요가 많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탄소중립 정책이 여러나라에 도입되면서 제조업분야에서는 탄소세, 배출권 거래세, 플라스틱세 등이 도입되는 사태를 굉장한 도전으로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석유나 가스의 에너지 비중이 가까운 미래에 급격히 감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2050년이 되더라도 석유와 가스는 여전히 쓰이고, 에너지안보와 산업활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근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진정되고 세계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석유수요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분명히 단기적이고 작은 호황기가 석유산업에 몇 번이고 찾아올 수 있다”며 “혹은 투자감소에 따른 가격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석유산업의 방향과 시간에 주목해야 한다”며 “장기전략, 단기전략, 추진방향 등 앞으로의 ‘나침반’과 ‘속도계’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셰일오일 생산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석유시장이 안정화되고 생산자우위 시장에서 구매자우위 시장으로 변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여러가지 형태로 석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에너지안보를 위협하는 요소와 성격은 많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석유 에너지안보에 대해 신경쓸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은 변함이 없고, 신흥국들의 수요증가로 인해 수급이 불균형을 이룰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또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해 글로벌 안보를 끌고 나가던 미국이 석유 생산·수출에 나서면서 그 책임을 벗어던졌다고 평했다. 미국이 석유에서 독립함으로써 중동 등 국제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재승 교수는 “에너지안보의 책임을 어디에 묻고, 위기상황에서 어디에 기대야 할 지가 불분명해졌다”며 “에너지안보 난이도는 더욱 올라갔으며 한반도 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대립이 그대로 남은 우리나라는 여러 잠재적 위협에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안보와 에너지전환은 대립구도가 아니라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엮여있다”며 “에너지전환은 하나의 혁명처럼 한순간에 바뀌는 것이 아니며 2050년 이후까지 가는 거대한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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