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 위한 청정수소경제 선도 전초기지

[이투뉴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정부는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셈이다.

'2050 탄소중립' 목표 이행 원년을 맞아 정부는 오는 3월 시행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시행령을 제정한다. 이어 9월에는 시범사업 등을 거쳐 주요 계획 및 사업의 기후영향을 평가해 저감방안을 마련하는 '기후변화영향평가'를 시행한다. 또한 탄소중립 및 NDC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4대 중점 분야에 올 한해 약 11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자한다. 아울러 2조4000억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고, 탄소감축 사업에 집중 투자한다.

부문별·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준을 포함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도 확정하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수송 등 각 분야의 법정계획을 수립한다.

이처럼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견인할 가장 큰 핵심수단이 수소경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그에 따른 액션플랜이 수소에 기반한 경제구조인 수소경제인 것이다.

수소경제는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이다.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이며,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 새로운 탄소저감 수단을 제공한다. 전력계통의 안정화도 꾀한다. 수소 저장기술 등을 활용해 전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며, 전력망과 가스망의 상호보완으로 계통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신산업 창출과 전통산업의 재도약 기회를 제공한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화석연료 대체로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크게 낮추며 수소 도입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게 된다.

그동안의 이행성과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수소차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승용차 1만7953대, 버스 115대 등 총 1만8068대이며, 수소택시는 20대가 실증 중이고, 수소트럭은 세계 최초로 양산체계를 구축했다. 수소연료전지는 711㎿, 수소충전소는 118기에 이른다.

그러나 로드맵이 예정한 내년 수소승용차 보급대수 목표가 누적 6만5000대라는 점에서 목표치의 27%에 불과하다. 핵심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보급 일정도 목표 대비 38% 수준에 그친다. 수소산업 핵심부품과 소재도 대부분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수소기술 특허는 세계 5위 수준이지만 사실상 중국, 미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독일 6개국이 세계 수소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실제 경쟁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하위권에 속한다. 지난해 등록된 특허 수의 경우 한국이 1033건으로 일본 974건을 추월해 4위로 올라섰지만 중국의 4721건에 비해서는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소경제는 탄소중립 달성의 중요한 전략적 기둥이지만 수소 생태계 전반적으로 리스크가 크고 성공확률이 높지 않은 실정으로, 민간기업의 진입은 그 자체가 모험투자다. 그런 만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는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갖춘 가스분야 공공기관의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수소 에너지 전환기의 초입에서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소경제에 역량을 결집하는 가스분야 공공기관의 R&D 센터를 찾아가본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전경.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전경.

연구개발·실증 통해 기준 확립 및 신기술 상용화 촉진

수소안전 전담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수소경제 전주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안전이 선행된 수소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실증을 통해 관련 제도와 기준을 확립해나가고 신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공사가 수행한 수소분야 연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정부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국내 수소경제 정착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이에 따라 가스안전공사는 수소분야 연구과제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왔으며 진행과제 기준 2018년 33건에서 2020년 53건으로 약 61% 증가했다.

그동안에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거둔 성과를 살펴보면 규제특례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강화방안 수립과 시행, 수소버스 안전성 평가기술 및 장비개발, 수소충전소 성능평가, 수소경제 조기실현을 위한 국내기업 제품 상용화 지원 등이다.

수소안전 전담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연구개발 부문의 전초기지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와 수소연구실이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는 2020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수소버스 부품과 용기에 대한 평가기술과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소버스 부품과 용기에 대한 평가 절차서도 개발해 부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관련 국내 산업의 시장진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모빌리티 안전성 평가기술·장비 개발
에안센터는 지난해 대용량 수소 내압용기 화재평가를 위한 기술과 장비, 수소부품 안전기준 및 국제화 평가장비 7종을 개발완료한데 이어 향후 2년간 대용량 압축수소 저장시스템 평가장비 8종을 개발한다.

▲에안센터 연구원이 수소충전소용 밸브의 과토크 저항을 시험하고 있다.
▲에안센터 연구원이 수소충전소용 밸브의 과토크 저항을 시험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9년 7월부터 수소전기차 고압연료시스템에 사용되는 요소부품의 개발 기간·비용 절감을 위해 평가와 검증기간을 단축시키는 가속시험과 평가절차 개발에 나서 내년 12월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 고압 연료시스템은 70MPa 이상의 초고압 가연성 수소가스를 제어하는 부품이다. 따라서 기밀성·내구성 및 신뢰성 검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어 관련 국내외 인증규정에 시험법이 명시되어 있으나, 그에 따른 시험기간이 과도하여 관련업체의 부품개발 및 신뢰성 검증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인증기준에 따른 과도한 시험기간은 부품개발기간 과다, 개발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소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은 물론 관련업체의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인증기준 대비 정합성이 확보되고, 시험기간 단축이 가능한 비금속 소재 가속시험법 개발을 추진해왔다.

시험시간 단축을 위해 사용조건보다 가혹한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고장메커니즘을 촉진시키는 정성적 가속시험(Qualitative accelerated testing)과 정량적 가속시험(Quantitative accelerated testing) 연구를 통해 신뢰성이 확보된 시험기간 단축을 위한 비금속 소재 가속시험법 개발을 추진했다.

그동안 비금속 소재에 대한 기초시험을 진행해왔고, 현재 가속시험에 대한 인자를 도출하는 과정에 있다. 향후 전문가 위원회를 거쳐 2022년 상반기 비금속 부품시험평가(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규제특례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측면에선 공사의 수소안전기술원이 나섰다. 정부와 가스안전공사는 사업을 수행할 때 산·학·연 등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며, 실증 전주기에 걸친 안전관리 이행방안을 검토하고 사업추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기초설계 후 안전성평가를 실시해 상세설계, 안전관리계획서 및 추가 안전기준(안)에 반영하도록 해 사전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안전성평가란 새로운 시스템이나 설비 등을 도입할 때 설계나 계획단계에서 안전에 관한 평가를 실시하여 안전위해 요소를 사전에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다음 단계로 사업개시 전까지 해당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했다. 안전관리계획서는 사업장을 관리 및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기록한 문서로 안전관리자의 직무·조직 및 책임에 관한 사항, 종사자의 훈련에 관한 사항, 위해 발생 시의 조치 사항 등을 규정한다.

수소 관련 규제특례시설에 대해서는 전담자를 지정해 설치 후 분기 1회 이상 검사 또는 점검이 이뤄지게 된다. 점검 시 안전관리자 선임과 보험가입, 안전관리계획서 준수, 시설 유지·관리 적정 여부 등을 중점 확인한다.

◆수소충전소 스마트진단 플랫폼 개발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와 더불어 R&D 분야를 선도하는 곳이 수소연구실이다. 수소연구실을 주축으로 가스안전공사는 연구과제를 통해 수소충전소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한 수소충전소 스마트진단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해당과제는 2020년 시작해 오는 2025년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진단 플랫폼은 수소충전소 고장을 예측하고 선제적인 안전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에안센터에서 수소충전소 밸브인증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에안센터에서 수소충전소 밸브인증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 구축을 위해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운영 중단 등 고장 및 사고 이력 DB를 확보해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고장예측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고장예지기술, 수명진단기술, 안전관리기술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해 사고를 사전에 차단해 수소충전소 건전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고장예지기술은 수소충전소 고장징후 진단기술 및 계획정비 기반을 확보하게 되며, 수명진단기술은 핵심부품 필드고장 재현기술 및 잔류수명 예측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안전관리기술을 통해서는 수소충전소 방호계층 확보 및 안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현재 가스안전공사는 전국에서 운영되는 수소충전소의 위험신호, 경고신호 등 이상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모니터링 시스템은 충전소 안전장치 작동 등에 이상신호가 발생하면 즉시 공사 상황실에 경고알림을 전달해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이 신속히 현장에 출동할 수 있게 만든 안전 인프라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은 사고를 미리 예측해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기능이라기보다는 사고를 초기에 진압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기능에 가깝다.

수소연구실이 수행하는 ‘수소충전소 고장진단 및 안전관리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스마트진단 플랫폼이 개발되면 현재상태의 사후정비 시스템에서 나아가 선제적으로 안전을 진단하고 예비 정비가 가능한 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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