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경유세 인상,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진단] 경유세 인상,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 김진오 기자
  • 승인 2022.0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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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세제개편 당위성 알지만 경유차소유자 반발에 주춤
경유차 증가 배후에 ‘클린디젤’, 10년 사이 300만대 늘어

[이투뉴스] 미세먼지가 도심을 덮치면서 대기환경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지도 수년이 지났다. 미세먼지는 재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으로 중국의 공장 가동이 줄고 노후경유차에 대한 매연저감장치(DPF) 장착, 2015년부터 생산된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저감장치(SCR) 의무화, 수소·전기차 확대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잦아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중국의 공장가동률이 2019년 수준을 되찾으면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다시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국외 요인을 제하더라도 국내 역시 미세먼지 발생 문제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형편이다. 오랫동안 덮어뒀던 에너지세제개편을 통해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1977년 휘발유, 경유, LPG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에너지세제가 도입됐다. 이후 1994년에 휘발유와 경유를 대상으로 목적세인 교통세가 신설됐고, 2000년대에는 에너지세제의 환경기능을 도입해 1·2차 에너지세제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교통세에도 환경세 기능이 부과돼 2007년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명칭이 변경됐다. 3년마다 일몰시한을 가지고는 있지만, 기한이 연기되면서 사실상 항상 내는 세금으로 굳어지고 있다. 당시 수송용 에너지세제개편은 경유의 환경오염을 감안해 휘발유, 경유 부탄의 상대가격 비율을 기존 100:75:60에서 100:85:50으로 조정했다.

이처럼 수송용 에너지세제체계를 개편한지 14년이 넘어가다 보니 미세먼지 이슈와 맞물려 3차 에너지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클린디젤 등 경유차의 환경요인이 과소평가됐던 만큼 이제라도 경유세제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 

▲2017년 열린 3차 에너지세제개편 공청회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전문가들.
▲2017년 열린 3차 에너지세제개편 공청회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전문가들.

◆전문가들, 유가보조금 폐지 한목소리
정부는 미세먼지관리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의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한 보고서를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교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작성하고 2017년 3차 에너지세제개편 공청회에서 발표했다. 

다양한 상대가격 체계 및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의 감축효과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제시한 이 보고서는 4개 기관이 모여 작성한 만큼 차기 정부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휘발유, 경유, LPG 중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은 경유라고 결론냈다. 경유가 1년에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32억1731톤으로 전체 수송용 에너지 배출량의 91.5%를 차지했으며, 황산화물은 106톤으로 57.9%, 초미세먼지는 9190톤으로 99.7%를 차지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환경피해비용은 휘발유차 6조7000억원, 경유차 20조원, LPG차 1조6000억원으로 집계했다. 막대한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류세제개편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서는 휘발유, 경유, LPG 세제개편과 관련한 10개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세율 인상폭이 낮고 휘발유 가격은 인상하지 않은 6개 시나리오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미세먼지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수송용 세제개편의 일환이지만 미세먼지 관련 사회적비용을 전가해 경유가격을 2600원대까지 올리는 시나리오10의 경우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고 봤다.

분석결과 도로이동오염원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1.3%에서 12.8%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국내 총배출량을 기준으로 0.1%에서 1.3%에 달한다. 더불어 도로이동오염원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0%에서 11.1% 감소하리라고 추정했다. 이는 국내 총배출량에서 최소 0.3%, 최대 3.5%를 차지했다.

시나리오에 따라 국가물류비는 최저 1.6%에서 21.9%까지 급증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세수는 7732억원 줄거나 최대 5조5494억원까지 증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6개 시나리오 모두에서 국내 총생산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유류세 인상폭이 큰 시나리오일수록 국내총생산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국내총생산 하락의 원인은 민간소비지출 감소다. 하지만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이 감소해 무역수지는 개선될 전망이다.

산업별로는 유류세 조정의 직접적인 대상인 정유업종의 생산량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나 전체 제조업의 생산량 감소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송업의 경우에도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종의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생산량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업 등에서는 수송용 석유제품 가격인상으로 인한 업종 간 이동으로 되레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에 앞서 사업용 화물차에 나오는 유가보조금부터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보조금은 2001년 1차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경유와 LPG 유류세 인상분을 보조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현행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경유세를 추가적으로 인상하더라도 실질적인 가격변화는 없는 셈이다.

비록 유가보조금 대상인 사업용 화물차는 2021년 기준 35만대로 전체 화물차 332만대에서 10.5%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경유 소비량은 화물차 전체에서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섣불리 손댈 경우 큰 반발에 시달릴 수 있다. 2018년 28만명이 참여한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 역시 마크롱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세금을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세제개편 약속했던 文정부, 폐차 지원으로 유턴
경유차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유세 조정만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에는 경유차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경유차 증가의 배후 중 하나로는 폭스바겐의 클린디젤 마케팅이 지목된다. 휘발유차에 비해 경유차는 탄소배출량이 적고 연료효율이 높아 친환경차라고 선전하기 시작한 것. EU는 클린디젤을 내세우며 디젤승용차 규제해제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2009년부터 경유차를 친환경차에 포함하고 주차료·혼잡통행료를 감면해줬다. 하지만 2015년 폭스바겐이 1100만대 가량의 디젤차에 배출검사를 속이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클린디젤 신화는 끝났다.

클린디젤 신화는 끝났지만 그 기간 동안 늘어난 경유차는 그대로 남았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자료 통계'에 의하면 국내 경유차 숫자는 2010년 648만대에서 2012년은 700만대, 2014년은 793만대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2016년에는 917만대를 기록해 900만대를 돌파했고 2018년 992만대, 2020년 999만대까지 늘어 1000만대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11월 국내 경유차 숫자는 987만대로 2010년과 비교하면 339만대(52.3%) 증가했다. 특히 클린디젤 정책을 동력으로 디젤승용차 규제가 풀리면서 2010년 281만대였던 경유승용차는 2021년 11월 581만대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인 경유세 인상보다 경유차와 유가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의식했는지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으로 유류세제개편을 꺼내들었던 문재인 대통령 역시 임기내내 경유차 퇴출, 친환경차 보급 지원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후경유차를 퇴출하기 위해 조기폐차 보조금을 지급하고, 2030년까지 785만대의 무공해차를 누적보급하기 위해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부문 무공해차 의무구매량을 80%로 유지하고 기관장 차량을 전부 무공해차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세금운영 투명성 위해 세제개편 꼭 해야”
더불어 수송용에너지세제개편의 이유로 전문가들은 상대가격 왜곡에 따른 수급 불균형 문제를 들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 다양한 세금을 에너지원별로 부과하고 있으나 이들 세금은 환경오염이 초래하는 사회적비용에 비해 매우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외부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세금체계로 인해 해가 갈 수록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고유가 및 유가 급등락에 대해 일정 수준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과세체계가 필요함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결국 경유세는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 이슈 때문에 경유세 이슈가 쏙 들어갔지만 수송용에너지세제개편은 언제 해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여기에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세제개편을 논하기 보다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배출권거래제는 수송이나 건축 같은 곳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조정해야 하는데 서민경제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쳐 손대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여야 어떤 후보가 당선되건 간에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탄소세 시행의 재원확보를 위해 추진할 수 밖에 없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또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 3개월쯤 뒤에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쟁점이 되면서 에너지세제개편 논란의 70% 정도는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오 기자 kj12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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