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 긍정적 불구 탄소 및 수급안정은 과제

[이투뉴스] 오는 12월 독일이 완전한 탈원전 국가가 된다. 

최근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력발전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EU 내에서 포착되고 있지만, 독일만은 탈원전 결정을 고수하며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는 녹색당, 자유민주당와 함께 출범한 연립정부에서 원전의 완전 폐쇄와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정책 기조를 밝혔다. 그는 2045년 탄소중립국,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산업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도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탈원전과 기후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 모두를 충족할 수 없는 시점에서 화석연료 대신 원전을 먼저 퇴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이 옳았는지 궁금증도 자아내고 있다. 독일의 탈원전이 이산화탄소 저감과 에너지 믹스,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독일의 원전 퇴출 역사

2022년 12월 독일의 마지막 원자력 발전소가 문을 닫는다. 2021년 12월 기준 남은 원자로 6기 가운데 3기는 12월 말, 나머지 3기는 2022년 12월 가동을 중단해 완전한 탈원전이 완성된다.  

2010년 전체 전력발전량 가운데 22.2%를 차지했던 원전량은 2020년 11%로 감소했다. 반면 풍력과 태양광, 바이오 가스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45%로 크게 증가했다.

원자력 발전을 독일 에너지 믹스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이제 독일의 역사책에 남게됐다. 원자력에 대한 반발과 저항은 오래됐으며, 1979년 미국 쓰리 마일 아일랜드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운동은 더 거세졌고 이에 따라 1989년 이후 상업용 신규 원전 건설은 아예 없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1998년 연합정부를 수립하면서 전력사들과 '원자력 발전 합의'를 도출했다. 전력사들에게 발전 할당량을 주고 마지막 원전을 2022년 폐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한 당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메르켈 내각은 기존의 원자력 합의를 개정하고 7기 원자로 수명을 8년, 나머지 10기의 수명을 14년 늦췄다.

그러나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나미로 인한 원전 붕괴 사고가 일어나자 결정을 뒤집었다. 메르켈 내각은 독일의 노후화된 원전들을 3개월간 운영 중지했하고, 나머지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히 중단하기로 하며 원래의 탈원전 계획으로 돌아갔다.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력 

세계 각국들이 추진하는 기후 조치 방안과 그 이유는 다양하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각국 정부들은 배출제로로 향해야 한다는 합의가 도출됐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재생에너지로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으며, 다른 일부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받아들였다.

독일에서 에너지 전환의 출발점은 1970년대 말 반핵 운동이었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반대와 녹색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으며, 일반 대중의 환경과 기후 보호 인식이 향상됐다. 

독일의 전 에너지부 장관이자 기후중립재단의 레이니어 바크는 “에너지 전환을 시작하며 우리는 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원자력 퇴출과 동시에 우리는 재생에너지법(EEG)을 2000년 제정했다. 이 법을 통해 원전 퇴출로 인한 화석연료발전량 상승을 막길 기대했다. 지난 20년간 많은 성과가 있었다. 독일에서 현재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클린에너지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사들에게 지원한 발전차액제도는 재생에너지 붐을 일으켰다. 재생에너지 가격을 상당히 낮추는 효과를 내면서다. 독일 전력 소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2000년 6%에서 2020년 45%로 크게 증가했다.

전력 부문에서 이러한 에너지 전환은 다른 분야의 탈탄소화로 이어졌다. 2020년 독일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2035년까지 퇴출하기로 했으며, 새 정부는 이 기한을 2030년으로 앞당겼다.

한편, 비용면에서도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앞지르고 있다. 세계원자력산업보고서 2021와 응용생태학연구소(Öko-Institut)에 따르면, 원자력발전비는 현재 kWh당 15.5센트인 반면 태양광은 4.9센트, 풍력은 4.1센트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에 35년간 kWh당 11센트라는 가격 보장제를 지원하고 있다.)

◆탈원전에 대한 여러 생각들

2011년 탈원전 결정이 된 이후 독일 국민 다수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안전한 원전 해체와 폐기물 저장 등에 필요한 자금과 관련 정책 마련에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탈원전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퇴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탈원전은 독일에게 옳은 결정"이라며 "원자력 에너지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12월 새롭게 출범한 연립정부는 “원자력 퇴출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의 새 환경부 장관은 “원자력발전은 우리 에너지 공급을 안전하거나 저렴하게 공급하지 않는다”며 “폐기물에 대한 솔루션이 없는 에너지원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독일 내 정치 그룹 가운데 우파 AfD만이 신규 원전 건설을 찬성하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일부 에너지와 산업 관계자들, 환경단체, 원전 지지 단체들이 안정적인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재생에너지 용량이 전체 경제를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에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전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원전 연장이 석탄 퇴출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빌게이츠가 홍보하고 있는 소형 모듈 원자로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한 자동차 산업 연구원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력 소비가 증가가 분명하기 때문에 원전으로 추가 전력원을 예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국민 다수와 의회, 정부, 에너지 산업이 탈원전 계획을 관철하고 있어 원전 수명 연장이 재고려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산화탄소 배출 

원전 옹호단체들은 독일이 석탄발전량을 먼저 줄이고 원전을 퇴출하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이니어 무어만 친원전 활동가는 현존 6개 원전을 유지할 경우 갈탄 발전소 모두를 폐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30년까지 현존 원전을 유지할 경우 독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 저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독일 경제연구소(DIW)의 경제학자들은 “원전량 하락이 일시적으로 화석연료 소비와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 원자력 발전은 화석연료 발전소와 수입을 통해 대체될 것이다. 전력 수입은 15TWh 가량 늘고, 4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DIW는 추산했다. 그러나 유럽 배출거래제(EU ETS)의 배출 제한에 따라, 독일의 배출량 증가는 다른 국가들의 배출량 저감에 의해 상쇄될 수 있으며 EU의 전체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환경공학과 아모리 로빈스 교수는 <블룸버그> 기고를 통해 “(독일 내)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으로 원자력 1년치 탄소 저감량을 38시간 만에 충족시킬 수 있다. 2021년 12월 초 기준, 원자력은 -3GW, 재생에너지는 +290GW였다. 게임은 끝났다”고 밝혔다.

◆전력 수입량 증가 전망

독일의 전통 전력 발전 용량은 확실히 줄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독일은 10년 전보다 23GW 적은 원자력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말까지 13.9GW의 갈탄 및 무연탄 화력 발전소들이 퇴장한다. 새정부는 가능한 2030년까지 탈석탄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용량은 2000년 12GW에서 2020년 132GW로 크게 증가했다. 재생에너지는 독일 전력 소비량의 45%를 차지하면서 석탄을 앞지르고 있다.

날씨 의존도가 높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이 높아지면서 발전량 변동성을 관리하고, 독일의 전력망이 북부의 높은 (풍력) 발전량을 남부의 산업 요충지로 전송해야 하는 과제들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전력 운영사들과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독일은 정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력 잉여량을 인접국에 수출하는 전력 수출국이기도 하다. 새 연합정부는 탈원전 이후 전력 공급 안정성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탈원전 이후 

독일은 2045년까지 전체 경제 부문의 탈탄소화와 배출제로국으로 거듭날 것을 밝혔다. 

독일의 새 연합정부는 전 정부의 기후 목표를 이어 받아 재생에너지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전력 수요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채울 계획이다. 그러나 동시에 유연한 천연가스 발전소와 수소 발전소 준비가 안정적인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2019년과 2030년 사이 21GW의 갈탄, 25GW의 무연탄 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이다. 독일 에너지 산업협회 BDEW는 "석탄발전소 폐쇄 시기를 앞당기면서 가스화력발전용량 17GW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아울러 에너지기업들은 원전이 있던 자리에 녹색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낮거나 높은 시기에 인접 국가들과 전력 송전량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른 전력망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대규모 수소 수입 및 생산 시설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향후 유럽 전력 시스템 내에서 전력을 계속해서 서로 교환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판론자들은 독일이 원전 비율이 높은 프랑스와 벨기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 발전 비율은 70.6%이며 불가리아 40.8%, 스웨덴은 29.7%로 독일(11%)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스페인 22.2%, 러시아 20%, 미국 19.7%, 영국 16%, 2020년 기준)

그럼에도 기후 보호를 이유로 탈원전을 번복하기에 너무 멀리 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만간 독일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원자력발전에 대한 수십년간의 논쟁을 다시 시작할 정치적 열의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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