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해저케이블 만드는 LS전선 동해사업장 가보니
연선부터 외장까지 한 달 소요…제조 까다로워 4社 독점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완성된 해저케이블을 대형 턴테이블 모양의 바스켓에 감고 있다. ⓒLS전선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직원들이 모든 공정을 거쳐 완성된 해저케이블을 대형 턴테이블에 감고 있다. ⓒLS전선

[이투뉴스] “내년까지 대만 해상풍력 단지로 납품할 200kV급 해저케이블입니다. 얼마나 끊김 없이 연속작업을 지속 할 수 있느냐, 절연 등의 구조품질을 얼마나 일정하게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전선 제조기술의 핵심이랄 수 있습니다.”

오만식 LS전선 해저케이블 생산팀 차장이 성인 남성 허벅지보다 굵은 초고압 케이블을 가리켰다. 초대형 뱀처럼 나선형 보호색 띠를 두른 전선이 수십km 길이로 똬리를 틀고 있다. 전압과 용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직경은 20~30cm 내외, m당 무게는 50~100kg에 달한다. 깊은 바다 속에 포설돼 해상풍력단지와 육지, 섬나라와 대륙을 잇는 '전기 대동맥' 역할을 하게 된다.

오 차장은 “고(高)전압일수록 만들기도 어렵고, 인증받기도 까다롭지만 이미 500kV급까지 개발한 상태”라면서 “미래 수요에 대비해 1, 2, 3생산동 외에 4공장 터에 해저케이블 타워를 추가로 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 해저케이블 1생산동. 출입구에서 후문까지 길이가 300m인 공장내부를 ‘川자(字)’ 형태의 케이블 제조라인이 자리잡고 있다.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채 분당 7~8m씩 공정을 거치고 있는 케이블은 연속작업으로 이음새가 없다. 전선의 아킬레스건인 연결부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업계가 기술수준의 척도로 여기는 이른바 ‘장조장화’다.

▲500kV 케이블 단면도
▲500kV 케이블 단면도

굵고 무거운 케이블도 처음엔 3~4mm 남짓한 구리선에서 출발한다. 이런 구리선 90여 가닥을 회전시키면서 꼬아(연선) 사람 팔뚝 두께의 도체를 만들고, 이 표면에 폴리에틸렌 소재 절연체를 입힌(절연) 뒤 금속차폐층과 방식층을 입히면 송전이 가능한 케이블의 기본 형태가 1차로 완성된다.

이어 이런 케이블을 교류의 경우 세 가닥을 하나로 엮은 뒤(연합) 여기에 강성을 높이기 위해 다시 8mm 와이어를 둘러야(외장) 거센 조류와 염기성 부식을 수십년 이상 견디는 해저케이블이 완성된다.

최초 단선 도체가 완성품으로 출하되기까지는 보통 한 달 가량이 걸린다. 100km 이상 길이로 끊김 없이 연속제조도 가능하지만, 보통은 50km 안팎으로 만든다. 앞‧뒤 연속공정 사이의 시차는 턴테이블이 케이블을 감거나 되풀어주면서 메워준다.

두께와 무게가 후속공정으로 갈수록 늘어나므로 턴테이블의 규모도 후공정으로 갈수록 커진다. 동해공장은 이런 턴테이블을 수십개 보유하고 있다. 완성된 케이블이라고 그대로 출하되는 법은 없다. 실제와 같은 초고압을 흘려보내는 통전(通電)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최종 출하는 사업장 인근 동해항으로 연결된 전용통로(Gangway)를 거쳐 전용선박에 실린다.

이처럼 제조가 까다로운 해저케이블은 LS전선을 비롯해 프랑스 넥상스, 이탈리아 프리즈미안, 일본 스미토모 등 전 세계 메이저 기업만 생산이 가능하다. 워낙 품질기준이 까다로운데다 제조기술과 수율 확보, 품질안정화가 쉽지 않아 후발 전선업체들이 섣불리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다. LS전선 역시 생산기술 확보와 최적 재료조합에 사업초기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만식 차장은 "해저케이블 제조는 고난도 설비기술과 엔지니어링, 생산 노하우가 있어야 원하는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라면서 "전압이 올라갈수록 절연체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고, 성형과 구조품질 확보도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LS전선은 1859억원을 들여 내년 4월까지 동해사업장에 170m 높이 초고층 VCV타워(수직연속압출시스템)를 건설한다. 한 방향으로 중력이 가해지는 상태에서 케이블을 성형해야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세계풍력발전협회(GWEC)에 의하면 전세계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2019년 29GW에서 오는 2030년 234GW로 약 8배 성장할 전망이다. 2030년 기준 예상 시장규모는 한화 100조원에 달한다.

LS전선은 국내 유일 해저케이블 턴키 공급업체로, 대만 해상풍력발전단지 8000억원(누적)을 비롯해 작년 3분기까지 2조39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추진이 본격화 되면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에서 추가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차장은 "세계 해상풍력시장이 움트면서 직류케이블 수요가 늘고 있고, 사실상 포설길이 한계도 무의미해졌다"며 "육상~제주 제3연계선용 HVDC도 한창 생산 중"이라고 말했다.

<동해=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LS전선 동해사업장
▲LS전선 동해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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