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이종준 지역난방공사 미래개발원 책임연구원
유럽 등 각국 탄소국경세, 플라스틱세 등 앞다퉈 도입 예고
전기 위주로 왜곡되어 있는 에너지구조…열부문 해법 필요

▲이종준 한난 책임연구원
▲이종준 한난 책임연구원

[이투뉴스] 2021년 11월 영국의 글래스고에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약 120개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변화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정상들은 석탄발전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선진국은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나온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이다. 2015년 COP21에서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을 시작으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 수준으로 저지하기 위한 거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전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탄소 배출과 벌이는 전쟁의 서막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탄소중립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국내외의 민감한 이슈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이 탄소중립 시대의 여명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각국 정부는 앞다투어 탄소 국경세, 플라스틱세를 신설하겠다고 하고, 이전 세기의 가장 화려했던 기술의 결정판인 내연기관 자동차는 규제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수소나 암모니아를 연소하여 기존의 탄소화합물 기반의 연료들을 대체하겠다고 한다.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넘어서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가 대세가 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만 같다. 다만,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물든 축복받은 미래가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봄철 재생에너지 생산량 증가로 발생하는 Duck Curve1)

◆변동성 큰 재생에너지, 누군가 보완해야
위 그림인 덕 커브는 일일 최대 전력수요와 재생에너지전력 생산 시간의 차이다.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는 2012년 캘리포니아 독립망 운영체(California ISO)의 카렌 에드슨이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태양광 생산량이 많아지면 다른 전력공급시설에서는 전력을 적게 생산하게 되지만, 해가 지는 저녁 시간에는 갑자기 전력생산이 감소하게 되면서 다른 전력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해당 현상은 재생에너지의 공급량이 증가할수록 해당 전력망의 공급안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는 최대 공급시간과 최대 수요시간의 불일치로 인하여 기껏 생산해 놓은 전력이 무용지물이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점차 증가하면서 기존의 대형 발전설비의 가동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독일의 전력시장 상황을 보면 이러한 경향이 확연히 들어난다. 태양광과 풍력의 전력 생산이 많은 경우 기동정지가 용이한 가스복합 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조차도 발전량을 줄여야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독일 전력시장 차트(2021년 11월 22일, Fraunhofer ISE, https://energy-charts.info/charts/power/)

초기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ESS(Electricity Storage System)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배터리 화재 같은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의 원인으로 ESS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 Power to X) 기술이다. 섹터 커플링은 꽤나 단순한 방법이다. 신재생에 의한 전력 생산량이 수요보다 큰 경우 전력을 다른 에너지 자원(열에너지, 수소, 메탄 등)으로 변환하고 저장하였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쓰는 기술을 의미한다. 전기보일러로 열을 생산하여 저장하였다가 활용하는 P2H(Power to heat)기술이 대표적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소기술 역시 섹터커플링의 한 사례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남는 시간 혹은 장소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 혹은 이송하여 에너지가 필요할 때 활용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많은 국가들은 섹터커플링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의한 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이를 통하여 탄소배출을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서 섹터커플링의 한 축은 열변환이라고 하였다. 또 한 축인 수소생산도 열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수소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연료전지발전시스템이 유일하며, 소규모 수소터빈발전시스템 개발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해당 기술들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하여 최적의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분산화 되어야 한다. 해상 풍력 같은 대단지 재생에너지원이라면 수소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겠지만, 에너지 사용 거점으로 이송되기 위해서는 또다른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화석연료의 개질 등을 통한 수소 생산은 탄소를 배출하므로 논외로 한다. 도심에서 필요한 수소는 도심에 설치된 건물 태양광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에서 일부 공급받거나 그리드에 교란이 발생할 때 망내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수소는 턱없이 부족할 것은 자명하다. 다시 말해 대형 발전소를 가동할 정도의 수소를 확보하는 것은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일 것이다.

결국 아파트 단지 단위, 동 단위와 같은 분산형 발전시스템이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마다 발전설비를 놓고 수소를 공급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안전과 관리 측면에서 고려한다면 적절히 규모 있게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소규모 발전설비들은 상대적으로 효율이 낮다. 분산형 발전시스템을 고효율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여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지역난방으로 대표되는 집단에너지가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음이 여기에 있다.

◆폐기물 에너지화 등 활용해 3무 도시설계 가능
여기에 더하여 탄소를 포집하여 재활용하는 탄소저감(CCUS)기술과 도심에서 생산되는 가연성 폐기물의 가스화를 통한 수소생산, 음식물이나 하수 슬러지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에서 유래하는 메탄가스를 활용한 수소 및 에너지 생산기술을 결합하면 열병합발전의 활용도는 도심 에너지 공급시설로서는 무궁무진하다. 가연성 폐기물의 가스화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하여 가정에 공급하고, 일부 스팀을 재순환하여 수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유기성폐기물을 이용하여 메탄을 생산하는 소화조의 경우에는 1년내내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열공급이 필수적이므로 여기에 필요한 열을 열병합시설에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대로 구축만 된다면 3無(Zero Carbon, Zero Waste, net-Zero Energy)에 근접한 도시의 설계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무기 중 한가지는 집단에너지인 셈이다.

신재생-열병합발전 기반 Triple-Zero(Zero Carbon, Zero Waste, net-Zero Energy) 타운

물론 한 가지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독선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전기 위주로 왜곡되어 있는 에너지 구조 또한 경계해야 한다. 최종 에너지 소비비율은 열이 57%, 전력이 43%이지만 신재생의 생산 비중은 열이 27%, 전력이 73%로 불균형적이다. 이는 RPS 제도에 전력만 포함되어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섹터커플링이 성공하려면 먼저 열에 대하여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부터 바로 잡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후위기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야 한다. 때가 되면 ESS도 다시 도입해야 할 것이고, 섹터커플링 기술도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전동화가 되었건, 수소가 되었건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의 목적은 탄소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에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청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깨끗한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만 생각해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가용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도입해야 한다. 사랑과 전쟁 앞에서는 모든 것이 동등하다(All is fair in love and war)는 영국 속담처럼 말이다.

이종준 한국지역난방공사 미래개발원 책임연구원 leejj1023@kdh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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