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세 도입, 에너지고속도로”
윤석열 “원전과 신재생 조화 통한 탄소중립…SMR 시동”

탄소중립에는 동의, 원전정책서 이견 가장 커 

이재명 민주당 후보 vs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투뉴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이 미국의 석유, 천연가스 사업을 옥죄고 있다며 2016년 대선 당시 협약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17년 6월 탈퇴를 공식 발표했고, 그해 11월 미국의 탈퇴가 공식 발효됐다. 지구온난화는 중국 등 사기꾼들이 만들어 낸 날조라고 주장해온 그의 신념이 국제협약을 망가뜨린 셈이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트럼프 후임으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식을 끝내고 백악관에서 첫 업무로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 참석, 전임 행정부가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기후에너지정책을 둘러싸고 정당 및 이념세력 간 철저한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미래 에너지정책에 대한 다른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결과에 따라 ‘국가지도자 리스크’가 현실화될 개연성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등 빅2를 비롯해 대선에 나선 중소후보들은 탄소중립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모양새다. 석탄발전소 조기폐쇄 등 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선 ‘강화 vs 재설계’ 등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가장 이견이 큰 분야는 원자력발전소다. 이 후보는 감(減)원전을 주장하는 반면 윤 후보는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속도에서도 차이가 상당하다. 이재명과 심상정 등 진보계열 후보들은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등을 통해 화석연료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석열 및 안철수 후보 등은 재생에너지 효율성 증대 및 원전과 조화한 전원믹스 구성 등 다소 느긋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여론조사 등을 감안할 때 당선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후보의 기후에너지정책을 점검해본다.

◆李…문정부와 대동소이, 신한울 3·4호기 재개(?)

▲이재명 후보가 기후위기 청년활동가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이재명 후보가 기후위기 청년활동가와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이재명 후보의 기후에너지정책은 현 문재인 정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같은 정당에 뿌리에 둔만큼 친환경,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이라는 지향점이 유사하다. 특히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우리에겐 위기지만 기회도 될 수 있다는 어법도 익숙하다. 다만 탄소세 도입을 비롯해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더 강한 목소리도 들린다.

이 후보는 ‘에너지기후 전환성장 공약’을 통해 “탄소중립과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인류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목표가 됐고, 세계경제도 저탄소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미국 등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세나 RE100 같은 탄소장벽을 감안할 때 우리 산업경제에 위기지만, 디지털IT 기반을 갖춘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며 그린에너지 전환을 화두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그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되 달성 시기를 2040년까지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반의 능동형 송배전망인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나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여기에 집권할 경우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부와 환경부 업무를 통합, 에너지대전환의 컨트롤타워를 맡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재생에너지의 생산·유통·사용 기반을 구축하는 등 재생에너지 비율(2030년까지 연평균 20GW 확충)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 우리나라를 그린산업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제시했다. 더불어 세계 자동차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차로 급격히 전환되는 만큼 204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에 나설 것이라는 공약도 후보 중 처음 선보였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의 공정전환과 함께 그린산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미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 중이지만 저탄소사회 진입에는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탄소세 일정부분은 국민들에게 에너지 기본소득으로 지급해 탄소세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완했다.

원자력 정책에서는 현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을 유지한다는 기본원칙과 함께 ‘탈원전이 아닌 감원전’이라는 논리도 그대로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분야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신한울 3·4호기는 멈춰있는 것이지 안 하는 것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며 건설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론 단가와 위험성, 처리비용 등을 한 번 더 평가하겠다며 확대해석을 막았지만 ‘신규원전 금지’라는 기존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尹…탈원전 정책에 집중포화, 원전수출 추진 의지

▲윤석열 후보가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신한울 원전 공사현장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아직 기후에너지 전 분야에 대한 공약은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원전대책 위주로 구성된 ‘미래 에너지 살리는 공약’을 통해 기후에너지 분야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세계 최고의 K-원전을 통해 미래 환경·산업·기술을 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정책총괄본부 위원장으로 영입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공약 작성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경북의 원전 건설현장을 방문한 윤 후보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은 국가 범죄”라며 “탈원전 정책이 민주적 절차와 법적 정당성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긴 호흡을 갖고 꾸준하게 실천해 갈 수 있는 상식적이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된 2050 탄소중립 계획으로 전기요금 상승, 산업경쟁력 저하, 일자리 감소 등 폐해가 예상되는 만큼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부적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원전산업의 생태계와 경쟁력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한울 외에도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원전에 대해서도 계속운전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력을 재입증,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기저전원인 원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는 한편 한미 원자력 동맹 강화 및 원전 수출을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공약에 담았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비가 경쟁국에 비해 30%이상 저렴하고 건설·운용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원전 및 원자력 수소기술 개발에도 의지를 밝혔다. 향후 집권할 경우 소형모듈원전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국내 실증을 통해 해외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내용이다. 또 마이크로모듈원전(MMR) 등 차세대 원전의 개발 및 실증, 상용화에도 나선다. 이 외에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을 청정수소(핑크수소) 생산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안철수…윤석열과 비슷, 심상정…가장 파격
빅2 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아직 체계적인 기후에너지 정책공약을 공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전면 폐지, 원전을 더 활용해야 하는 한편 SMR(소형모듈원자로) 및 파이로 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 재사용) 기술개발 등을 주문했다. 또 2030 NDC 역시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윤석열 후보 공약과 겹치는 내용이 많다.

안 후보는 지난달 17일 대전 유성구 원자력학회를 찾아 “27% 정도의 탄소가 발전과정에서 나온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발전수단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밖에 없는데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높고, 지정학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등 굉장히 많은 한계들이 아직 극복되지 않고 있다”며 원전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30년 석탄발전소 종료, 내연기관차 203년 판매금지, 2040년 탈핵 등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기 내 재생에너지 160GW 확대, 탄소세 및 탄소배당제 도입,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내용도 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제시했다.

심 후보는 “보수후보들이 탈원전 반대를 1호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왜 원전인지에 대해서는 낡은 표어를 반복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 대부분이 원전이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기후대응은 물론이고 안전성, 경제성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두고 원전에 몰두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의 기후에너지에 대한 발언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그다지 각광받지 못하는 분야이다 보니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비전보다는 경쟁자 정책을 깎아내리는 형태의 공약도 일부 엿보인다. 지속가능한 환경과 에너지를 만들기 위한 고심이 아닌, 표에 따라 흔들리는 발언도 적잖다. 선거가 끝난 후 뒷수습이 걱정되는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전문가는 “정권을 어느 세력이 잡느냐에 따라 에너지·환경 분야에 대한 정책 속도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책기조 전체를 바꾸는 것은 국가적으로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을 강화하는 한편 정권과 표에 휘둘리지 않도록 공약에 대한 검증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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