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후발주자였던 영국…정부 집중 투자로 거대시장 성장
우수한 기술과 부유식 풍력 연구개발 통해 국내시장 육성 필요

▲최정철 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PD
▲최정철 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PD

[이투뉴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 정부는 올해를 탄소중립 이행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다. 그 핵심에는 해상풍력이 있다. 하지만 세계 해상풍력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미미하다. 만약 이 상태로 우리나라 해상풍력 보급을 모두 해외에 맡길 경우 에너지자립화는 요원하며 국부의 해외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의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국내 풍력산업 육성을 도모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다행이라면 벤치마킹을 할 만한 좋은 모델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해상풍력의 신흥강자, 영국이다.  

영국은 이차대전 이후 제조업이 쇠퇴했고 풍력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영국 정부가 해상풍력산업 육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현재는 세계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 됐다. 꾸준한 투자는 기술발전으로 이어져 이제는 영국 기업들이 해외로 해상풍력을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영국 내 해상풍력과 직접 관련된 일자리는 9000개에 달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 숫자를 2030년까지 6만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풍력발전 육성을 위해 우선 해상풍력시장을 개방해 해외 기업의 참여를 높였다. 일차적으로는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이었지만 동시에 노하우를 습득하는 기회로도 선용됐다. 이를 위해 독일 지멘스-가메사의 블레이드 공장과 우리나라의 씨에스윈드 타워 공장 등을 영국 내에 설립하도록 유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영국 혼시 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영국 혼시 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영국의 사례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후발주자로서 모든 기술을 확보하려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기술발전이 초기단계였던 해상풍력에 집중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그 결과 bp(해상풍력 운영), Zephir(기상측정), Seajacks(터빈 운반), Trelleborg(케이블 보호), Lloyd’s Register(터빈 인증), Atkins(하부구조물 제조) 등 다양한 영국 기업이 세계 해상풍력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현재 영국 정부는 하이 밸류 캠페인(High Value Campaign)을 통해 해상풍력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2030년에는 수출대금 26억 파운드(한화 4조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해상풍력 분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진출 자체가 영국보다 늦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도 없진 않다. 

먼저 우리나라는 영국에 없는 풍력발전기 시스템 제조업체와 부품 제조업체가 있다. 씨에스윈드나 삼강엠앤티와 같은 타워 및 하부구조물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국내 해상풍력시장이 확대되면 국내 풍력기업들은 영국 기업들보다 훨씬 폭넓은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 영국처럼 해외기업의 공장유치와 틈새시장 공략보다 국내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확보 전략이 유효하다. 

▲석유공사가 동서발전, 에퀴노르와 추진하고 있는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예정지 조감도.
▲석유공사가 동서발전, 에퀴노르와 추진하고 있는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조감도.

해상풍력 중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바로 부유식 해상풍력이다. 부유식 풍력은 현재 30MW 규모의 스코틀랜드 하이윈드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아직 상업용 단지가 없을 만큼 초기단계이다보니 기술격차를 따라잡기에 수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우수한 조선해양기술도 부유식 해상풍력에 활용할 수 있다.

권위 있는 풍력인증기관인 DNV에 따르면 부유식 풍력기기의 단가가 향후 10년간 6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이 250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지금 연구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동해지역에 9GW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부유식 풍력발전단지는 국내외 기업들이 트랙레코드를 쌓는 실증 무대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 발 앞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풍력산업에서 후발주자였던 영국이 세계적 강자로 도약한 역사를 되돌아본다면 우리도 자신감을 가져볼 만 한다. 앞으로 우리의 환경을 지혜롭게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산업에 투자한다면 풍력발전 보급과 국내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믿는다. 

최정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풍력 PD jungchul.choi@ke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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