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이투뉴스] 정부는 지난달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중을 높여 가겠다는 정책의지도 피력했다. 이런 정책 향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급목표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면 에너지 소비주체인 국민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산업활동 위축될 수 있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여러번 수정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총 발전량의 7.2%에 불과하던 재생에너지 발전목표를 2030년까지 20%로 제안했다. 2019년에 발표한 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40년까지 30∼35%로 상향 조정했다.

2020년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보급 기본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범위 내에서 그린뉴딜을 통해 보급속도를 가속화한다는 명분으로 2034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5.8%로 조정했다. 지난해는 산업부가 강화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30%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조금씩 높여가다가 2030년 보급목표 30%에 방점을 찍은 듯 하다. 2017년 처음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보다는 10%P나 높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2020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보급비율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신재생에너지센터가 발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총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7.4%다. 2016년과 2020년을 비교해 보면 별것 아니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을지 모르나,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원 중 56%를 차지하고 있던 비재생 폐기물에너지(SRF)를 2019년부터 신재생에너지의 범위에서 제외시키고 계산된 수치여서 7.4%란 숫자가 주는 의미는 2016년과는 아주 다른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전력 소비량 감소에 이어 총 발전량마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지금, 신재생에너지발전량만 증가하는 현상은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총 발전량이라는 분모는 줄었는데, 신재생에너지발전량이라는 분자가 늘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아주 높게 나타난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SRF가 제외된 신재생에너지발전량 비중 5.8%가 2020년에 7.4%로 1.6%P로 증가한 것에 대하여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직은 이르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시장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장애요소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RPS제도에서 적용받고 있는 SMP와 REC가격이 매년 떨어지고 있어 경제성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 그밖에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한 RE100 활성화 추진도 미흡하며,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애로, 이격거리 표준화 논란 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계획입지 선정도 예상과는 달리 지역사회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친환경 재생에너지설비 주민수용성 난항도 문제다.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사례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현재 성장추세가 2030년까지 순조롭게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장담하기 녹록치 않다.

분명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에너지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너지전환시대에서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필수과제겠지만 천연가스와 원전 친환경성에 대한 논쟁이 EU를 시작으로 세계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어 이들의 도입여부가 탄소중립 실현의 또 다른 하나의 변수로 등장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급지원정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곧바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음도 인지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부여해 왔던 지원정책을 신호로 발전사업자들이 시장진입을 시도했지만, REC가중치가 기대 이하일 경우 신재생에너지발전 투자에 매력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현상을 봤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할 국내 중심기업들이 시장에서 빠져 나가고 그 자리를 중국 등 외국 거대기업의 장비나 제품들이 잠식하는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신재생에너지 국산화와 보급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회의와 우려가 든다. 국산품이 없어 외국산 수입품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대체한다면 과거 높은 수입의존도를 보여준 화석연료 시절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에 이어 좀 더 성숙하고 농익은 산업활성화 대책에 시동을 걸 차례가 됐다. 특히 국내 신재생에너지기업이 외국 기업과 비교해 절대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면, 비교우위 기술이나 경영전략에 특화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올해 3월 있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이 앞다퉈 에너지정책분야 공약을 내고 있다. 아무쪼록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국익에 유익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수시장의 국산화 비율만큼은 높여야 한다. 그 바탕위에 해외진출의 꿈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까지 살펴 가면서 우리의 몸에 맞는 옷을 갈아 입는 것이 진정한 K-탄소중립이다.

김진오 블루이코노미전략연구원장 jokim@besi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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