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말 전기요금을 2022년 4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모두 kWh당 11.8원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가스공사도 그동안 미루던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을 5∼10월 세 번에 나눠 MJ당 5.43원 올린다고 예고했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이유에 대해선 급격한 원료비 인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난해 유연탄 20.6%, 천연가스 20.7%, BC유 31.2%가 올랐다고 말한다. 가스공사 역시 원료비 손실분(미수금)이 2021년말 1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이유를 댔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원료비 인상 필요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산업부가 줄기차게 에너지가격 인상을 주장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의견을 내면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처 간 노골적인 언론플레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연말에 사상 초유의 에너지 요금인상 예고제가 결정된 셈이다.

특히 인상시기가 4월과 5월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산업부는 1분기 전기·가스요금 동결 및 2분기 이후 분산 적용은 물가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선거를 앞두고 에너지가격을 묶는 것은 어느 정권이나 휘둘러온 전가의 보도였기 때문이다.

잠잠해질 줄 알았던 ‘에너지의 정치화’가 다시 한 번 폭발했다. 유력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윤 후보는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가 졸속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적자와 부채가 쌓인 책임을 회피한 채 대선 이후로 가격 인상의 짐을 떠넘긴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요금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과학과 상식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과학에 기반한 전력공급체계를 무너뜨린 탈원전과 태양광 비위도 조사해 바로잡겠다고 각을 세웠다. 다만 한전의 적자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원전, LNG, 석탄, 신재생 중 어떤 에너지 믹스가 가장 적합한지 비용과 효율을 따져 계획을 세운 뒤 전력공급을 해야 한다”고 비켜갔다.

가스요금 인상계획 백지화는 거론하지 않았다.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탈원전 때문이라는 인식과 달리 가스요금은 원전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빼지 않았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누가 뭐래도 이번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원전으로 인한 인상요인은 미래에는 커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고리 1호기 폐쇄라는 요소 외에는 없다. 차라리 석탄발전 폐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때문이라면 훨씬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이와 관련 “이념과 진영이 아닌 과학과 상식에 따라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윤 후보의 발언은 훌륭하다. 하지만 ‘기-승-전-원전’은 과학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 그가 비판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치화가 자신의 말에도 담겨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