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탄소중립 종합 대비 없으면 역풍 맞을 수도"

ⓛ - 탄소중립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② - 탄소중립과 전원믹스 (상)
③ - 탄소중립과 전원믹스 (하)

[이투뉴스/박진표 변호사] 우리나라 탈탄소화의 목표와 이행방법에 대한 큰 밑그림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나타나 있다. 2030년 NDC는 온실가스를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할 것을 요구한다. 그 중 전환 부문은 2018년 배출량 대비 44.4% 감소한 1억 4,990만톤 배출을 목표로 하며, 그 주요한 이행수단으로 석탄발전 축소,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추가 무탄소전원(암모니아 발전) 등을 제안한다.

이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목표의 달성 방안에 관해 두 가지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경로는 2050년 석탄과 LNG 화력발전을 전면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70.8%를 목표로 하는 A안이고, 둘째 경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60.9%로 하고 LNG 발전을 일부 유지하는 B안이다. 두 경로 모두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온실가스 제거기술 활용과 산림 등 흡수원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것을 전제한다. 어느 경로에도 석탄발전이 끼어들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이정표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 (기후엘리트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회의론자들은 매우 비관적이면서 비판적인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정말 약속대로 탄소중립 실행을 위한 기술이 개발될 수 있을까? 혹시 우리가 탄소중립 사회로 이전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닐까? 유대민족이 엑소더스 이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들어가기 위해 무려 40년간 광야 생활을 했던 것처럼 탄소중립을 향한 전환기에 당초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나 오랜 기간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하는 것 아닐까? 과연 탄소중립이 그런 시련을 견디면서까지 달성해야 할 절대가치이기는 한 것일까?

현재까지 이루어진 문제제기를 바탕으로 정부 시나리오에 의할 때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재생에너지 중심 탄소중립의 실현가능성을 살펴보자. 우선, 재생에너지의 비용 하락은 최근까지의 예상과 달리 낙관적으로 전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러시가 촉발하는 그린플레이션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단가가 하락하는 추세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태양광과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은 전력산업을 미중갈등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하게 만든다. 세계화 시대에 안정적으로 구축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의 경색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불모지가 많은 미국이나 호주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가 좁아 쓸 만한 땅은 이미 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의 입지는 갈수록 비싼 곳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예견된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는 지역수용성이라는 큰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낮은 에너지밀도로 인해 직접 점유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부지 또는 수면의 면적이 넓기 때문에 지역수용성 측면에서 전통 발전소에 비해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게다가 해상풍력이라고 해서 지역수용성이 육상보다 좋은 것도 아니다. 해상풍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어업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얼마나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을 신속히 해결하는 것은 법적 난제에 해당한다.

지역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 프로젝트의 수익률을 악화시켜 사업성이 불투명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수용 등 강압적 조치를 동원하는 경우 지역사회의 큰 반발을 초래해 프로젝트의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염려가 있다. 지역수용성 문제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실어 나르기 위해 시급히 확충되어야 하는 송전망 건설에서도 발생한다. 전기 물류를 담당하는 송전망 확충이 어려워진다면, 애써 건설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된다.

그리고, 전력계통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에 대응해야 하는 유연성 자원의 임무는 상당 기간 배터리보다는 LNG 발전소에게 맡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 LNG 시장은 최근 유가와 비교할 수 없는 극단적인 가격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전력계통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는 우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나아가, 독점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점 역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기요금 규제의 족쇄를 차고 있는 한전이 전력구입비용 증가를 초래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차츰 조마조마해지고 있다. 복지예산 증대로 국가부채가 급증해 가는 상황에서 공기업에 대한 국가의 암묵적 보증이 언제까지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에게 유효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물론 그러한 보증의 가치가 떨어지는 순간은 전력산업 전체에 대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이러한 의문들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발표한 NDC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너무나 도전적이고 불확실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천연가스 부족, 전기와 가스가격 폭등을 비롯한 여러 현상들이 탈탄소 전환이 얼마나 고된 여정인지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탄소중립의 여정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칫 거센 역풍이 불어 탄소중립 그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관련하여 법정책적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 내용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이를 상수로 받아들여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예측력과 실효성이 불확실성에 크게 좌우되는 것은 전력수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대단히 무모하고 위험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급전망에 대한 단순한 시나리오가 아니며, 발전사업 허가권과 연계되어 실질적으로 국가 전원믹스 구성에 불가역적인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탈탄소의 세계적 동향을 고려하지 못한 과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다수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유인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행에 두고두고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믹스는 전력산업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에 대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탈탄소화 과정에서 전력산업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박진표 chinpyo.park@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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